외로움은 모든 병의 근원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법을 모르는 사람도 다른 존재들과 단절된 채 살 수는 없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없는 이들은 물기 없는 나무처럼 꼬들꼬들 말라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들 또한 나처럼 외로우며 아픈 이들이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은 이름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이의 이름이다. 태어나자마자 무책임한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에게 버려져 간신히 생존하며 혼자서 말과 글과 감정을 배워야 했던 괴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민
무수한 인연으로 이어져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나는 어떤 인연으로 불자(佛子)가 되었을까. 지난 기억의 자락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온다. 이 생에 태어나서 잘한 것 중 첫 번째가 불교와의 인연임을 당당하게 밝힌다. 어린시절, 관세음보살님은 나의 해결사였다. 조금이라도 어렵고 힘들면 그저 ‘관세음보살’을 염하곤 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할머니의 지극한 불심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불교와 만날 수 있었으니, 할머니의 손녀로 태어난 것에 감사를 드린다. 사실 불교는 30대까지 그저 그랬다. 어려울 때만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최후의 도피처 같은
재가신자로서 초기불교교단에 크게 공헌한 인물은 아나타삔디까(Anāthapiṇḍika) 장자이다. 그의 본명은 수닷따(Sudatta)였지만, ‘아나타삔디까’ 즉 ‘외로운 이를 돕는 자’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그를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라고 부른다.그는 꼬살라국에서 제일가는 부호였다. 그가 사업차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붓다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는 붓다를 뵙고 싶은 마음에 밤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성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가 성문이 열리자 세존이 계신 곳으로 달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문명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지만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혜가 최고로 여겨집니다. 기계와 인공지능은 노동을 대신할 수 있어도 깨달음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참 존재가치인 지혜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적된 피로감으로 우울증, 트라우마 등 정신적 질병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럴 때 명상은 잠시 멈추고 부정적 감정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스트레스 감소 등
은평구에 거주하는 유 모 어르신(73)은 오전 7시 종로 탑골공원에 도착했다. 비오는 날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 조금 늦게 출발했다. 그러나 손에 들린 번호표는 벌써 100번대를 넘어갔다.“아주 심심해죽겠어. 도시락 받는 건 정말 좋은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해.”하나둘 사람들이 공원으로 모여들었고 사회복지법인원각에서 마련한 공간은 어느새 만석을 이뤘다.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은 시계만 바라보며 도시락을 나눠주는 11시가 되기만 기다렸다.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3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찾다보니 도시락을
“어머니는 연민의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시면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의 씨앗을 나에게 심어주셨어요. 어머니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걸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보여주셨죠.”두 살 때 달라이라마의 환생으로 인정받은 소년은 네 살 때 부모님 곁을 떠나 스님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 소년은 자라서 친절과 연민, 종교 간 이해, 환경보호,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전 세계인들과 끊임없이 만나며 메시지를 전하는 세계적인 영적 스승이 되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세상을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박물관휴르에서 유리공예 소장가 박성규의 소장품 전시회가 열린다. ‘사막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6월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박성규 소장가가 20여년 동안 해외에서 수집한 소장품 중 엄선한 유리공예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로마가 통치했던 동부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로만글라스(로마유리)와 시리아, 이집트, 아프가니스탄등 사막도시에서 직접 수집한 유리공예품과 함께 특히 사리장엄구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박성규씨는 “미륵사 주지 석송 스님과 유리 소장품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대중들에게 공개해 유
자비나눔공덕회가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보살행을 실천했다.서울 현성정사 주지 마가 스님과 신도들이 결성한 자비나눔공덕회는 6월1일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숙인들과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무료급식나눔 봉사를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무료급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수한 채 진행됐다.공덕회는 수립한 여러 활동 계획 중 하나인 무료급식을 경험하고자 사회복지원각(대표 원경 스님)을 찾았다. 마가 스님과 공덕회원들은 쌈배추겉절이, 제육두루치기 등 여러 반찬을 만들어 배식하며 함께 준비한 한끼 식사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길 발원
“법보시 캠페인은 세상 곳곳에 부처님 가르침의 등불을 밝혀 마음의 안개를 걷어내는 최고의 전법행입니다.”불교의 참선 문화 보급과 대중화에 진력해 온 한국참선지도자협회(이사장 의정 스님·공동회장 각산·마가 스님)가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발원했다.한국참선지도자협회는 2018년 출가수행자와 각계의 명상전문가들이 한국불교의 정신문화와 전통수행법인 참선을 대중화해 국민의 행복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대한민국 명상포럼’ ‘DMZ 세계평화
참선의 지혜를 탐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한국참선지도자협회(이사장 의정 스님·공동회장 각산·마가 스님)는 6월2~9월1일까지 14주 과정으로 ‘제5기 참선아카데미 명상 대강좌’를 운영한다. ‘숲속의 선승과 명상대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강남 참불선원에서 진행된다. 오프라인 70명, 온라인 200명 등 총 270명의 수강생을 모집하며 전체 수업 일수 중 70% 이상 출석해야 졸업으로 인정된다. 졸업자들에게는 참선지도자 2급 자격증이 주어지며 우수 수강생에게는 명상지도사 2급 자격증이 특전으로 주어진다.
선종의 초조인 달마 대사는 소림굴에서 2조 혜가 대사에게 법을 전합니다.소실봉은 숭산의 서쪽봉우리를 말합니다. 하남성 등봉현(登封縣)에 있는 숭산(崇山)은 중국의 오악(五嶽) 가운데 중앙(中央)으로 불리는 성산(聖山) 중에 성산입니다. 이 산에 달마대사가 머물렀던 인연으로 그의 선풍을 소실가풍이라고 불렀습니다. 산이 높아 명산이 아니라 인물이 있기 때문에 명산입니다. 그리하여 달마 대사의 소실봉은 천하의 모든 산봉우리를 발아래 둘 수 있었습니다.이락(伊落)에 있던 혜가(慧可)가 도를 깨닫기 위해 소림굴 밖에 이르렀습니다.혜가는 불교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가정의 화합을 독려하는 특별한 수상무대가 열렸다.현성정사(주지 마가 스님)는 부처님오신날인 5월19일 서대문구 현성정사 대웅전에서 ‘제1회 대한민국 불(佛)효자상’ 수상식을 열고 부모와 자녀간 화목이 증대되길 기원했다. 행사는 부모가 자녀에게 훈계를 비롯한 채찍질 대신 칭찬 등 손수 작성한 30가지 문장을 직접 읽어주고 상과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대한민국 불(佛)효자상’은 스펙이 강조되는 경쟁사회에서 부모의 욕심과 자녀의 반발심에서 비롯된 갈등을 해소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마가 스님이 제정했다. 현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없이 내 머리를 맴도는 나쁜 생각과 말들, 달라이라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꽃을 생각하라 했던가? 머리로는 알지만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1년 전 나는 이렇게도 나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고 있었다.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정하고 능력 있는 의사 남편을 두었고, 바르고 공부 잘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일찍이 불법을 알아 아주 부유하지는 않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2년 전 남편이 병원 개원 준비로 마케팅회사를 알아보던 중
40대 중반 어느 겨울날, 남편과 길을 걷다 쓰러졌다. 남편을 나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둘러 병원에 가야 했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구토와 어지럼증…. “살라달라” 소리를 지르고, “차라리 침대에 묶어달라” 울부짖었다. 그렇지만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건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뿐이었다. 왼팔의 마비가 시작되고야 병원을 찾았다. 뇌경색이었다. 수술은 불가능하고 약물치료만 가능하다고 했다. 약을 먹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당시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아픈 몸보다 아들의 대학입시가
만유에 평등하사 일체중생과 함께 하시는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만 중생에게 해탈의 길 일러주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고두 삼배올리옵니다.상서 광명이 우주에 가득한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이 불자 한 떨기 청아한 연등을 받들어 지극한 정성으로 참회하고 발원하옵니다.자비로운 부처님!불혹의 나이에 엄마가 되었습니다.부처님의 가피 아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천사를 품에 안게 된 순간, 사생의 몸 받고 태어난 모든 생명 소중하다는 당신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지난날의 부끄러운 저를 되돌아봅니다.모든 생명 평등하고 존귀하거늘 이
어려서부터 혼자 조용히 있기를 좋아하는 예민한 소녀였던 내게 아빠는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아기 때부터 생일이면 독상을 차려주실 만큼 나를 아끼고 귀하게 생각하셨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가족들의 광기 어린 성향이었다.“은희야(어릴 적 이름), 니 까자(과자의 경상도 사투리) 어디서 사 왔노?”“외상으로 사 왔다.”이 대답에 태어나 처음으로 폭력을 경험했다. 사실 시골에서 외상으로 간식과 술을 사온 건 아빠였고 아빠를 꼬리처럼 따라다닌 나는 배운대로 했을 뿐이었지만 설명 한마디 없이
파르라니 깎은 머리, 차분한 걸음걸이에 차수한 손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는 모습까지…. 승복마저 입고 있었다면 영락없이 스님이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여간 스님으로 살아왔으니 승가의 습의가 몸에 배인 듯하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채신 스님 역의 배우 권승우씨를 서울 봉은사에서 만났다. 봉은사는 그가 스님 역할을 맡아 목탁과 염불, 의례 등 스님으로서의 기본을 배운 곳이니 어찌 보면 출가사찰인 셈이다.올해 35살인 그는 2019년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
영수여민 선사에게 어떤 제자가 물었다.“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선사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제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나의 행장비(行狀碑)를 세우려고 하는데, 비에 쓸 한마디 말을 지어 보라. 만약 들어맞는다면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물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제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아무도 스승의 뜻에 들어맞지 않았다.나중에 영수여민이 세상을 떠난 뒤한 제자가 운문 선사에게 물었다. “누군가가 열반하신 스승을 위해 비를 세운다면 무어라 해야 하겠습니까?”운문이 대답했다. “스승[師]이니
포교사가 된 이후 일상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장례식장 출입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포교팀 총무가 염불봉사 시간을 알려준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일상복에서 포교사복으로 갈아입는 일이다. 옷이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근엄한 포교사의 마음가짐으로 변한다.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으려 바삐 서두른다. 그러다 현관문 신발장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본다. 짧은 머리를 손빗으로 다듬고 옷 매무새를 살핀다. 오늘은 어떤 주검을 만날까. 봉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 스스로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사바 세계에 머무느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큰 비명이 들렸다. 길 가던 행인들이 사고 난 곳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과속으로 달려오던 오토바이는 나의 옆구리를 세게 치고 쏜살같이 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몇 바퀴를 차도에서 구른 후 내동댕이쳐졌다. 그날은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를 다녀오면서 네팔 국경에 들러 반납했던 여권을 찾아야 했다. 국경이어서 그런지 꽉 찬 사람들로 정신없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서로 엉켜 경적까지 울려 대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몇 번이고 확인하며 건넌 길이었다. 도대체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