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상이 암흑이지만 빛이 드는 곳도 있다. 환경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와 도시를 봉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고,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공기 질이 깨끗해지고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오고, 파란 하늘이 보이고 멀리 설산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과 실업의 공포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이 상황에 인간을 제외한 환경과 뭇 생명들에게 내린 축복이 역설적이다.
코로나19는 예견된 일이었다. 불과 십수년 사이에 사스·신종플루·메르스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계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또 다른 바이러스의 출현은 예견된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게이츠는 2015년 이후 여러 차례 세계를 위협하게 될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바이러스 대유행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있다. 박쥐다. 메르스는 박쥐에서 발원해 사향고양이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이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쥐만 없애면 되는 일인가?
바이러스 출현의 가장 큰 원인은 환경파괴다. 야생동물의 체내에는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가 무려 백만 개가 넘게 존재하고 있다. 지금처럼 환경을 훼손하고 서식지를 파괴하면, 바이러스는 멸종되는 야생동물을 떠나 인간으로 서식지를 옮길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환경파괴가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존재는 보석으로 된 인드라망의 그물코처럼 촘촘하게 연결돼 있으며 각각의 보석에 비치는 세상처럼 서로를 끝없이 비추고 있다. 자연에 병이 들면 인간도 병이 든다. 뭇 생명들이 다들 멸종되는데 어떻게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세계는 코로나19 치료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파괴라는 근본원인을 외면하는 한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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