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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생불멸 (不生不滅)

현대판 불로초의 출현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과학의 발달로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듯이 뚝딱뚝딱 일어난다. 인간이 우주로 나가고, 심연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생명을 복제하고, 인류와 지구의 기원을 찾아내고,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사람의 노동과 생각을 대신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욱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노화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과거 진시황을 비롯해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불로초’를 드디어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었다. 그래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신약을 얻기 위해 연금술사들은 단약(丹藥)을 개발하고, 각종 수련법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늙고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 결코 돌이킬 수 없기에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회춘시키는 비밀의 열쇠를 풀었다고 하니,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더 이상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됐다.

그러나 ‘불로초’의 발견이 인류의 축복일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현재도 인류는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오래 살고 있다. 100세 시대는 당연하고 젊은이들은 120세 정도의 수명을 기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들도 수명만큼이나 늘어나고 있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중생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지향한다. 윤회를 완전히 끊은 해탈의 경지를 말한다. 불생불멸은 태어남과 죽음, 혹은 삶과 죽음이라는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다. 그 속에 열반의 길이 있다. 영원히 죽지 않겠다는 것은 생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서 불로불사는 어쩌면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의 끝판왕일지도 모른다. 이제 불로불사의 세상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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