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수행자의 집중 수행 기간으로 알고 있는 안거(安居)는 일 년에 두 차례 진행된다. 부처님 당시에도 여름에 3개월가량 안거를 하였다. 경전에 따르면 스님들이 한여름 우기철에 비를 쫄딱 맞으면서 진흙탕을 밟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외도들은 승려들의 품행을 비난하였다. 반면 불교 신자들은 스님들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아시고 1년 중 우기철인 3개월간은 수행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거나 탁발다니는 것을 자제하고 한곳에 모여서 수행하도록 하였다.
안거는 부처님께 받은 수행의 주제를 한곳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기간을 뜻한다. 본래 승려들은 주로 여름철에만 안거에 들었지만 불교가 북방으로 전해지면서 겨울에도 안거를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사계절이 있는 풍토에서는 여름의 우기뿐 아니라 겨울의 혹한기에도 이곳저곳으로 유행하는 것을 삼가고 한곳에 머물러 수행하게 된 것이다.
‘여름철 안거’는 한자로 여름 하(夏)자를 써서 하안거라 부르고 ‘겨울철 안거’는 한자로 겨울 동(冬)자를 써서 동안거라고 부른다. 하안거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행하며 동안거는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정월 대보름인 1월 15일까지 행한다. 하안거를 마치면 출가한 이는 법랍 1년이 된다. 법랍은 하안거를 지낸 횟수에 의해 정해지며 동안거는 제외된다.
아울러 올해 을사년 2025년의 불기는 2569년이다. 이 숫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이후 제자들이 안거수행의 전통을 이어온 햇수를 뜻한다.
위 설명에서 알 수 있듯 하안거와 동안거에는 시작과 마침이 있다. 시작은 결제, 마침은 해제라고 한다. 또 결제와 해제 사이의 공백 기간은 산(散)철이라고 한다. 결제에 들어가 해제가 될 동안에는 줄곧 한곳에서 머물며 수행하게 된다. 이때 산철은 다른 도량을 찾아가거나 정진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기간이며, 여러 도반들이 각자 흩어져 산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여름철 안거도 뜨거운 기온 탓에 힘들지만 겨울철 안거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스위치만 누르면 보일러가 가동되어 자동으로 선원 실내 온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선배스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면 하안거 결제 후 바로 정진할 도량을 찾아가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패서 겨우내 쓸 양을 수북이 쌓아놓아야 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한철 지낼 식량 또한 탁발을 해서 마련해 놓고서야 동안거 결제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더운 기후 탓에 수행자들은 주로 하안거를 했다. 이와 달리 사계절이 뚜렷한 북방에서는 하안거와 더불어 동안거의 수행 풍토가 생겨났다. 이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옛것만 고집하지 않고 시대와 풍토에 걸맞게 변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사상의 내용을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곧 중도(中道)의 실천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한국의 선원 풍경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원이 있는 사찰에서는 주지 스님과 종무를 보는 모든 스님들이 매일 새벽과 저녁, 선원대중과 함께 참선(參禪)을 한다. 낮에는 사찰 내 크고 작은 업무를 본다. 이렇게 안거 동안에는 선 수행이 우선인 이판승(理判僧)과 사찰의 종무를 보는 사판승(事判僧)의 구분 없이 함께 수행하고 있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62호 / 2025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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