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부처님 성지는 흔히 ’8대 성지’로 언급된다. 그중 상카시아(현재는 ‘상키사’로 부름)는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제도하기 위하여 도리천(忉利天)에 올라가서 설법하시고, 지상에 내려올 때 선택하신 땅이다.
도리천에 올라가실 때 출발점은 사위성(舍衛城)이었으나, 돌아오실 때의 도착점은 상카시아인 것이다. 내려오는 장면은 삼계보도(三階寶道)라 하여, 불교미술에서 인기 있는 제재(題材)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상카시아는 가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개인 배낭여행을 통해서 성지순례를 한 일이 있고, 단체 순례단의 일원으로 순례를 한 일도 있다. 2018년과 2024년, 두 번에 걸쳐서 단체 순례를 하였으나 매번 ‘7대 성지’만 갔던 것이다. 상카시아는 빠졌다.
상카시아가 순례 코스에서 자주 빠지는 이유는 교통이 불편해서일 수도 있고, 고생해서 갔으나 별로 볼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상카시아에는 아쇼카왕이 세운 석주의 일부인 주두(柱頭)가 보관돼 있지만, 그 외에는 부처님이 내려오셨다는 작은 구릉(丘陵, 언덕)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다른 7대 성지가 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 상카시아만은 신화적인 이야기에 기반하고 있어 쉽게 빠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옛날의 구법승(求法僧)들부터 다 ‘8대 성지’로 숭앙하고 순례한 곳이니, 여러번 성지를 다녀왔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7대 성지’에 머문다는 것은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필자가 기획한 ‘중인도기행’에 상카시아를 포함시켜 다녀왔다. 지난 1월 8일의 일이다.
아쇼카 석주의 주두 앞에서 법회를 가졌다. 삼귀의, 반야심경, 스님의 법문, 그리고 사홍서원의 식순이었다. 그런 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구릉을 찾았다. 부처님이 내려오신 성지답다고 할까? 초입에는 노란 가사를 입은 인도 스님 10여 명이 앉아서 독경 중이셨다. 언덕 위에 오르니 티베트불교의 순례단(스님 8명, 신자 2명)이 독경 기도 중이셨다.
그러나 필자는 곧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다. 성지에서 웬 분노란 말인가? 바로 쓰레기 때문이다. 구릉의 한쪽 사면(斜面)으로, 온통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 감정을 어쭙잖지만, 시로 표현해 보았다. ‘상카시아 1’이라는 제목인데, 다음과 같다.
이럴 줄 몰랐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리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을//
이럴 줄 몰랐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집게랑 비닐봉지나 갖고 올 것을 / 예배니, 참배니, 순례니 / 그런 것은 다 놓아두고 / 쓰레기나 주울 것을//
이럴 줄 몰랐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즉 / 더러움과 깨끗함이 둘 아닌 문(門), / 그 속까지 들어갔을 것을,//
마침내 / 이럴 줄 몰랐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 애써 이리 찾아오지도 / 않았을 것을//
다만 와보지 않았더라면 / 어찌 / 그런 깨침이 있겠는가 / 그런 단념이 있겠는가//
할 수 없는 일이다 / 할 수 없는 일이다//
-2025년 1월 8일, 아그라에서
누가 부처님 성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민가와는 좀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런 책임 소재를 따지려고 필자가 이 글을 투고하는 것은 아니다. 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금도, 이번 겨울에도 상카시아를 순례하는 순례단이 있을 것이다. 그 순례단을 이끄는 스님이나 여행사에서는 쓰레기 수거를 좀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십사는 하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조금의 준비만 있으면 될 터이다.
혹시라도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본다면, 마음에 느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혹 순례 가서 쓰레기 청소라니 할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청소보다 더 큰 공양이 또 있겠는가. ‘천수경’에서도 “도량이 청정해야 삼보와 천룡(팔부)이 강림하신다” 하지 않던가.
상카시아를 떠나올 때 보니, 여러 나라에서 지은 사찰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장차는 보드가야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보드가야 대탑의 환경문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뜻있는 분은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지를 지키는 눈길이나 가꾸는 손길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부디, 다음에 찾았을 때는 성지답게 청정한 도량이 되어 있는 상카시아였으면 좋겠다.
[1763호 / 2025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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