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정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됐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므로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은 죄가 없다"며 강한 반발을 보인다. 이로 인해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은 국가의 안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당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구속을 "부당한 탄압"으로 여기며 분노한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고유 권한이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시대에 계엄령이 웬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한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치인들을 구금한 채 정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차이를 넘어 감정적 울분과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갈등은 늘 존재했으며, 이를 조정하고 융합해 온 과정이 곧 역사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첨예한 충돌로 변질됐다. 이성적 토론과 합리적 판단이 사라지고, 오직 자기 신념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태도만 남았다.
탄핵 반대파와 탄핵 지지파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극단적 대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자기 확증 편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유튜브 채널이나 미디어만을 시청하며,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는 주장만을 강화한다. 결국,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조차 차단된 채 점점 더 편향된 관점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 진영이 소비하는 미디어를 접하면, 그들의 주장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괴변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오직 배척과 증오만 남게 된다.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심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있다. 『천수경(千手經)』에는 "죄무자성(罪無自性) 종심기(從心起)"라는 구절이 있다. 죄란 본래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뜻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 유식학에서는 인간이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설명하는 세 가지 개념이 있다.
우선, 탄핵 사건 자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이다. 대통령이 구속되었고, 이에 대해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식학에서는 이렇게 변함없는 실체를 ‘원성실성(圓成實性)’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자의 입장은 자신이 접하는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누군가는 여당의 입장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야당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특정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적 환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내린다. 같은 사건도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유식학에서는 이러한 외부 요인에 의해 형성된 인식을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린 해석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며, 상대의 입장은 잘못되었다고 확신한다. 나아가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적대감을 키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핵 반대파와 지지파는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감정까지 키워 나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유식학에서는 이렇게 주관적 해석과 착각이 만들어낸 현실을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착각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진짜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만들어 낸 가짜 현실인 것이다. 예를 들어, 밤길에 밧줄 토막이 뱀인 줄 알고 무서워 피해가는 상황, 유명 브랜드 제품은 좋은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음, 첫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 SNS 게시물만 보고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등은 모두 「변계소집성」에 의해 세상을 보는 예시이다. 탄핵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탄핵이라는 사건 자체는 변함없는 현실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신념에 따라 그것을 왜곡하고 상대를 공격한다. 결국, 갈등은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분별심이 만들어낸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불교에서는 "무명(無明)이 괴로움의 근원"이라고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분별심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이 보고 듣는 정보가 편향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모든 사안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자신의 시각이 절대적 진리는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지혜(智慧)와 자비(慈悲)의 실천이 중요하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교의 수행 역시 '나'라는 집착을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다.
현재의 혼란 속에서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분열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로운 실천이 절실하다. 문제가 깊어질수록 더욱 지혜가 요구된다. 해결책은 항상 존재하며, 그것은 결국 열린 마음과 자비로운 태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1766호 / 2025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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