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조계사 법당에서는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고 시민선방을 특별히 개방하여 밤 7시부터 9시까지 선명상에 관심있는 모든 불자들이 명상과 참선 정진을 할 수 있도록 수행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불자 한 분이 명상과 참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지인이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방에서의 간단한 예절과 규칙을 알려주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호흡에 숫자를 붙여 세는 기초적인 수식관(數息觀)을 알려주었다.
모든 선명상의 기본은 몸과 호흡, 마음이 조화로워야 한다. 이것을 자각 종색선사는 ‘좌선의’에서 조신(調身, 몸을 고르게), 조식(調息, 호흡을 고르게), 조심(調心, 마음을 고르게) 세 가지를 좌선의 핵심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몸을 반듯하게 정좌하여 허리를 펴고 눈은 부처님과 같이 가늘게 뜨며 손 또한 부처님 모습과 같이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려 엄지를 맞닿게 한다.
호흡의 숨을 쉬는 것이 중요한데 들이마시면서 하나, 내쉬면서 둘, 들이마시면서 셋, 내쉬면서 넷. 이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센 후 다시 하나로 돌아와 반복하면 된다.
마음가짐은 평안하게 하여 명상주제나 화두 또는 호흡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야 한다. 죽비를 치고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첫날부터 연신 꾸벅꾸벅 졸기만 하더니 이튿날도 졸다 깨다 하고 갔다.
명상을 하든 참선을 하든 제일 처음 맞이하는 장애가 ‘수마(睡魔)’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수련을 한 이들에게도 컨디션의 여부에 따라 때론 이겨내기 힘든 장애이다. 3일째부터는 잠을 이기려는 의지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7일간의 수행을 잘 마치고 생전 처음 해보는 수식관 수행에 대해 소감을 듣게 되었다. 최근 직장업무와 개인적인 어려운 일이 있어 몇 주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어찌된 일인지 첫날부터 졸기만 해서 너무 미안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음날엔 오지 말까 고민했지만, 꾸벅 꾸벅 졸기는 했어도 그 사이 몸이 휴식을 취한 것인지 컨디션이 너무 좋고 생각이 개운해서 발걸음이 저절로 선방으로 이끌려 왔다고 하였다. 특히 스님이 일러준 대로 수식관을 하려고 신경을 바짝 서서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쏟아지는 잠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분은 낯선 곳에 와서 생전 처음 수행을 한 것이다. 지난 시간 묵은 힘겨운 일들로 마음고생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수식관에 집중한 인연과 공덕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생각이 맑아지면서 해법이 없어 보이던 골치만 아프던 괴로움이 새롭게 보이는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고려시대 때 보조국사 스님이 쓴 ‘초발심자경문’에 ‘삼일수심 천재보(三日修心 千載寶)’라는 말이 있다. 3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라는 뜻이다. 웃음이 담긴 표정으로 돌아서는 모습에 단 3일이라도 수행하는 마음을 내어 노력 정진하면 그 이익과 혜택이 천 년 동안 간다는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수행정진에 참여한 인연공덕은 천 년의 보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분과 같이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생각을 쉬고 새로운 관점에서 직장에서의 업무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수식관 선명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불자가 되길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70호 / 2025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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