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에 입적하신 틱낫한 스님은 “마음챙김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마음챙김 명상이 서양 대중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베트남의 선불교 수행자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인 스님은 마음챙김이 서양사회에 알려지기 전인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마음챙김을 삶의 방식으로 가르쳤다. 스님의 가르침은 존 카밧진을 포함한 서양의 마음챙김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가르침은 불교를 넘어, 진정한 삶을 위한 생활방식으로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명상뿐만 아니라 걷기, 먹기, 호흡, 심지어 설거지까지 마음챙김 수행으로 가르쳤다(이 방법은 존 카밧진의 MBSR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있다). 또 시인이자 작가로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책을 출판하였는데,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 팔렸다. 스님의 글은 독자가 불교 가르침의 본질을 쉽게 이해하여 인생에서 겪는 도전을 극복하고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도록 도왔다. 스님의 가르침은 불교의 지혜 수행과 현대 심리학적 접근 방식 사이에 교량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존 카밧진은 마음챙김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대중화했던 자신의 작업에 틱낫한 스님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틱낫한 스님의 책 “The Heart of the Buddha's Teaching”(1998)의 서문에서 카밧진은 스님의 사상이 자신의 삶과 일에 미친 영향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마음챙김을 의학과 과학의 주류로 끌어올리려는 제 작업은 틱낫한의 영감 없이는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카밧진은 틱낫한 스님의 미국 강연 중에 스님을 처음 만났다. 비록 틱낫한 스님의 정식 학생은 아니었지만, 스님과의 만남은 그에게 변화를 가져왔고 마음챙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틱낫한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동하는 마음챙김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카밧진은 이미 숭산 스님과 필립 카플로 같은 불교 스승들로부터 명상을 배웠기 때문에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명상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스님의 마음챙김 접근 방식, 특히 연민, 현존, 비폭력에 대한 강조를 삶의 방식으로 흡수했다.
팔리어로 ‘사띠(sati)’, 산스크리트어로 ‘스므르띠(smṛti)’에서 유래한 마음챙김은 불교 가르침의 핵심 개념이다. 불교 고대의 수행법인 마음챙김은 깨달음으로 이끄는 일련의 윤리적·정신적 지침인 팔정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20세기 후반에 대중화에 성공한 현대의 마음챙김 운동은 특히 미국에서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다양한 인물들의 노력으로 발전하였다. 그중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틱낫한 스님이다.
미국의 마음챙김 운동은 1975년에 잭 콘필드, 샤론 샐즈버그, 조셉 골드스타인 등이 설립한 통찰명상협회(IMS)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베트남의 선불교 전통 출가자였던 틱낫한 스님이 어떻게 미국과 유럽의 마음챙김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마음챙김 운동의 특성에 있다.
미국의 마음챙김 운동은 종파적 차이보다 공통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불교 전통 기반의 지도자를 하나로 모으는 데에서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이는 전통적인 모습을 고수하는 동양의 불교문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로, 서양에서는 불교의 다양한 전통이 마음챙김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융합될 수 있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72호 / 2025년 4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