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공안·화두 차이 명확히 이해해야 올바른 참구 방법도 확립

기자명 윤창화
  • 기고
  • 입력 2025.04.14 11:38
  • 수정 2025.04.15 13:08
  • 호수 1773
  • 댓글 3

화두와 공안의 기능은 다르다 - 하

참구 방법이 명확해야 깨달음 이를 수 있고 오도 시간도 단축
현 수행 방식은 소극적이고 현실 대응 능력 떨어지는 면 있어
대혜선사 “진짜 힘은 시끄러운 곳에서 얻어야” 가르침 새겨야

윤창화 대표는 “공안과 화두 참구의 공통점은 집중력으로 화두 수행에는 깊은 집중이 필요하며, 공안 또한 그 메시지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지속적인 사유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한다. 사진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하는 공간인 무문관 외부 모습.  [법보신문DB]
윤창화 대표는 “공안과 화두 참구의 공통점은 집중력으로 화두 수행에는 깊은 집중이 필요하며, 공안 또한 그 메시지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지속적인 사유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한다. 사진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하는 공간인 무문관 외부 모습.  [법보신문DB]

공안은 스승(선사)이 제자(납자)에게 풀어보라고 제시하는 숙제, 과제물이다. 쉬운 공안도 있고 어려운 공안도 있다. 또 공안은 깨달음 여부를 점검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공안의 기능에 대한 이해를 위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간시궐(乾屎橛) 공안을 하나 더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僧問雲門: 如何是佛? 門云: 乾屎橛.”(어떤 납자가 운문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운문선사가 답했다. ‘부처란 마른 똥막대기다’).

이 선문답, 즉 이 공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는 말 그대로 공안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운문선사의 답어인 ‘간시궐’은 화두이다. 이 공안을 화두로 참구할 때는 오직 ‘간시궐(乾屎橛)’이라고 하는 세 글자만 반복적으로 사유하면 된다. 마음속으로 ‘간시궐’, ‘간시궐’만 생각하면 된다. 뜻은 알아도 되지만 몰라도 상관이 없다. 에프킬러(화두)로 모기(마음을 괴롭히는 번뇌)만 쫓아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틈을 주지 말고 반복적으로 ‘간시궐’을 되뇌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번뇌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퇴치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하나에 깊이 집중(삼매, 몰입, 올인)하면 다른 것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면, 그것은 아직 삼매가 덜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간시궐을 공안으로 참구할 때는 다르다. 단순히 간시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적인 의미와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부처란 깨달은 분이네”라고 말하면 교리적, 논리적으로 분명한 답인데, 왜 운문선사는 엉뚱, 생뚱맞게 ‘마른 똥 막대기(乾屎橛)’라고 답했을까? 말도 안 되는 답이다.

운문선사가 ‘간시궐’이라고 답한 이유는 수행자의 선입견, 고정관념을 제거해 주기 위해서다. 즉, 그 수행자는 ‘부처는 고귀하고, 성스럽고, 청정(淨)한 어떤 존재’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잡혀 있는 상태고, 그 고정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가장 혐오스러운 물건인 ‘간시궐(乾屎橛, 마른 똥 막대기)’을 등장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고귀함과 천박함’, ‘청정함과 더러움(染淨)’에 대한 분별심과 차별심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지혜를 얻도록 한 것이다. 운문선사의 ‘간시궐’ 곧 ‘마른 똥 막대기’는 그 수행자의 머리를 하얗게 한 충격적 요법이자 특효약의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벽암록’ 제1칙 확연무성(廓然無聖)은 ‘성(聖)스럽다’는 관념의 벽을 허물기 위한 공안이다. 이 공안은 ‘가장 성스러운 진리(聖諦第一義)가 존재한다’는, 즉 성박(聖縛) 관념에 잡혀 있는 양무제(梁武帝)의 어리석음과 무지, 그리고 그의 잘못된 가치관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깨달음을 매우 신비로운 어떤 것을 체득한다거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큼 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여긴다. 마치 천지개벽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확연무성의 공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반야심경’의 논리와 같이, ‘거룩함’과 ‘고귀함’ ‘성(聖)스러움에 대한 부정’을 통해 진실을 직시하게 한 것이다. 깨달음에 대한 신비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눈이 콩깍지에 씌어 있는 한, 진실을 볼 수 없다. 그러한 환상과 콩깍지를 벗겨 주기 위한 공안이 바로 ‘간시궐(乾屎橛)’과 ‘확연무성(廓然無聖)’이다. 동시에 이는 양무제의 어리석음을 지혜로 전환하기 위한 가르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벽암록’ 제3칙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공안은 장수(長壽, 일면불)와 요수(夭壽, 월면불)에 대한 분별심, 그리고 영원성(수명)에 대한 집착을 제거하기 위한 공안이다. 이 공안은 단견(斷見)을 깨뜨리고, 반야 지혜와 공(空)의 지혜를 일깨우기 위한 가르침이다.

원오 극근의 ‘벽암록’ 100칙 공안은 100가지 선(禪)의 지혜를 터득하여 선적(禪的)인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지침서이다. 이 책은 선 수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점, 병통, 선병(禪病) 등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지혜를 공부하는 책이다. 선병을 흔히 ‘병통’이라고 하는데, 혼침, 도거, 무기(無記), 무지(無知), 오해, 착각, 환상, 우울증, 고독(孤獨), 번민, 고뇌, 갈등 등 낱낱이 열거하면 선병(禪病)은 20여 가지 이상에 이른다.

물론 반야 지혜, 즉 ‘공(空)의 지혜’로 이런 병통을 제압하라고 하지만, 그러나 ‘공의 지혜’ 하나만으로 모든 병통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관념이나 타성에 불과할 수 있다. 일체개공(一切皆空)은 원론, 원칙론이지만, 이 원칙론만으로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차별지(差別智)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감 주사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은, 한 가지 백신으로 모든 독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공안은 다양한 지혜 즉 차별지(差別智)를 얻기 위한 공부이다.

‘벽암록’ 100칙은 100가지 지혜를 얻기 위한 텍스트다. 100가지 지혜를 터득하면, 선 수행에서 겪는 갖가지 문제점(병통)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로애락과 우비고뇌(憂悲苦惱) 등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사통오달(四通五達)의 지혜를 갖추어 그 어떤 상황이나 질문, 선문답에도 능숙하게 대처하고, 수행자를 지도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은 오늘날 ‘벽암록’ 100칙은 너무 방대하고 난해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자 익히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100칙 중에서 20칙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선(禪)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100칙의 지혜를 온전히 체득한 선승은 살아 있는 부처와 다름없다.

공안과 화두는 기능, 용도, 그리고 참구 방법은 서로 다르다. 그렇다고 완전히 별개인 것은 아니다. 화두 참구 방법(집중력)을 공안에 적용할 수도 있고, 공안 참구 방법(의미 탐구)을 화두에도 적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둘을 혼용하거나 혼동하기보다는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초점을 잃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안과 화두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만 올바른 참구 방법을 확립할 수 있다. 또 참구 방법이 명확해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으며, 오도(悟道)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공안과 화두 참구의 공통점은 집중력이다. 화두 수행에는 깊은 집중이 필요하며, 공안 또한 그 메시지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지속적인 사유가 필수적이다. 문자 해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두와 공안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하여 참구하는 것이 좋을까? 화두는 번뇌 망념을 극복하고 퇴치하는 데 유용하지만, 매우 단조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지혜를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사일지(一事一智)’ 즉, ‘한 가지 일에서 한 가지 지혜를 얻는다’는 말처럼, 다양한 공안을 통해 다양한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팔풍(八風, 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미움·이득·손해)이 몰아쳐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혜선사(大慧禪師)는 ‘서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 그거야 누가 못하겠는가. 진짜 힘은 시끄러운 곳에서 얻어야 한다.” 이 명언과 같이 최고의 수행법은 변화무쌍한 다양한 현실에 척척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무자화두 중심의 간화선(看話禪) 수행 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단조롭다. 장점은 방법이 간단하여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조로움으로 인해 사유의 폭을 협소하게 만들고, 다양한 지혜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이러한 단순한 구조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유도하며, 수행을 소극적이고 정적(靜的)인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현실적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공안(公案)은 지혜 중심의 수행 방식이므로 다양한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며, 적극적이고 동적(動的)인 특성을 지닌다. 또한, 번뇌를 근원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고, 반야 지혜(공의 지혜)를 재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준다.

화두가 수시로 일어나는 번뇌를 제거하는 에프킬러와 같은 기능을 한다면, 공안의 기능은 번뇌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 changhwa9@hanmail.net

[1773호 / 2025년 4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