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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땐진양될·45) 티베트불교 관상수행  - 상

기자명 법보

경전공부 권한 스님 한마디
초파일 불자서 공부 불자로
티베트불교 ‘람림’과 첫 만남
작은 선업이 이끈 보리의 길

“저는 대승의 불자입니다. 삼보에 귀의하고 사법인을 인정하며, 출리심과 보리심을 닦기 때문입니다.”

나는 모태 신앙으로 불교 외에 다른 종교를 믿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절 수행에 매우 열심이셨고, 우리 가족은 언제나 절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닐 만큼 신심이 깊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흔히 말하는 초파일 불자에 머무르며 부처님오신날에만 인천 용화선원을 찾는 것이 전부였다.

부모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양산 환희정사는 내가 언제든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비구니스님의 절이다. 주지 상조 스님께서 어느 날 “아들은 반야심경을 외우는데 엄마도 다 외우느냐”며 교리공부를 권하셨다. 툭 던지신 말씀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이 닿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나는 마치 화두처럼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불교를 배워야 할까’를 1년 넘게 고민하다가 결국 용화선원 경전반에 들어갔다. 결석 한번 없이 열심히 다녔지만 처음 접하는 경전 내용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귀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생기고 궁금증도 생겼다. 신기하게도 질문하지 않았는데, 스님께서는 다음 수업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원각경’ 수업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절의 모든 행사는 잠정 중단됐고, 일주일에 한 번 있던 경전반도 휴강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20년 2월, 함께 공부하던 도반님께서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사진이 담긴 책갈피를 건네며 티베트사찰 기도에 함께 가자고 권하셨다. 그렇게 나는 서울 삼학사의 ‘따라보살 소작요가’ 기도에 참석했다.

처음 접한 티베트사찰은 알록달록 화려한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한국 절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이내 신비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삼학사 주지 남카 스님께서 따라보살 관상법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고, 진언도 칠판에 적어 주셔서 기도를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었다.

약 5개월 뒤 ‘람림(보리도차제)’ 개강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이미 6강까지 진행되었다는 말에 마음이 괜히 조급해지고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일단 용기를 내어 삼학사에서 6강까지의 녹음 파일을 받아 듣기로 결정하였다. 하루에 한 강씩, 5일 동안 6강을 모두 듣고 그 주 토요일부터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금 안 배우면 손해입니다.” 첫 수업에서 남카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마치 나를 향한 것처럼 들렸다. 이 한마디가 티베트불교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람림’은 정말 내가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공부와 수행의 순서를 하사도(下士道)·중사도(中士道)·상사도(上士道)로 상세히 풀어 설명하는 논서였다.

문득 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길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목적지에 잘 도달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길을 안내했었다. 아마도 이렇게 알게 모르게 지어온 작은 선업이 오늘 이 길로 나를 이끌어준 것이 아닐까. 작은 선이라도 부지런히 짓고, 악업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인과의 가르침을 다시금 새겨본다.

삼학사에서 공부를 시작하였던 2020년 8월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삼학사도 대면 수업 없이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였다. ‘람림’ 중사도부터 상사도까지 전혀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워졌다. 주변에 티베트불교를 공부하는 도반도 없었고, 복습을 하여도 수업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 수업만 열심히 듣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용화선원 경전반에서 공부하던 때를 떠올리며 수업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였다.

[1776호 / 2025년 5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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