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은 전 인류에게 오신 큰 스승의 날이다. 부처님께서 우리 에게 오셨기에 불자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기쁜 날이다. 절 마당에 빼곡히 달린 연등을 스치는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소원 꼬리표를 보고 있으면 각각의 크고 작은 각자의 바람들이 느껴진다.
5월 불교대학에 오는 불자님들의 손에는 담임스님과 교수님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화사한 꽃들이 한 아름 안겨 있다.
필자도 평소 존경하는 분을 찾아뵙고 스승의 날 노래와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수업 전에는 불자들로부터 스승의 날 노래와 감사 인사를 받았다. 어제는 스승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오늘은 누군가의 선지식(善知識)이 된다. ‘세월에 밀려 산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스레 가깝게 느껴졌다.
참선 수행을 하는 선가(禪家)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스승의 지도를 받으면 좋다’고 한다. 이때 수행을 지도하고 깨달음을 얻도록 지도해 주는 분을 ‘선지식’ 이라고 한다.
경전과 선어록에서 선지식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도행반야경 선지식품’에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밀이 선지식이라고 하는 법문이 있다.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야삼보리를 얻으려면 반드시 선지식을 모시고 공경하며 받들어야 한다. 무엇이 선지식인가? 육바라밀이 보살마하살의 선지식이다. 육바라밀은 보살의 경전이고 나아갈 길이고 보호자이고 제일이고 장군이고 진리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집이고 누대(樓臺)이고 돌아갈 곳이고 해탈이고 길잡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을 경전(經典)이라고 하는데, 선사들의 법문집인 선어록 중에 경전으로 불리는 선어록이 있다. 바로 육조혜능 대사의 법문집인 ‘육조단경’이다. ‘육조단경’에서는 선지식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떤 것을 선지식이라고 하는가? 최상승법(最上乘法)이 바른 길을 곧게 가리키는 것임을 아는 것이 큰 선지식이며 큰 인연(因緣)이다. 이는 교화하고 지도하여 부처를 보게 하는 것이니, 모든 착한 법이 다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느니라. ”
‘육조단경’에서 최상승법이란 “큰 지혜와 수준(水準)이 높은 근기의 사람을 말하며, 수준이 낮은 근기의 사람은 이 법(최상승법)을 들어도 마음에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최상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승(乘)은 행한다는 뜻이요. 보고 듣고 읽고 욈은 소승(小乘)이요, 법을 깨쳐 뜻을 앎은 중승(中乘)이며, 법에 의지하여 수행함은 대승(大乘)이요, 일만 가지 법을 다 통달하고 일만 가지 행을 갖추어 일체를 떠남이 없으되 오직 법의 모양을 떠나고 짓되, 얻은 바가 없는 것이 최상승(最上乘)이니라.
다시 정리하면 소승, 중승, 대승을 넘어선 실천행이 최상승이며, 이처럼 수준 높은 근기의 사람이 반야바라밀행을 닦고 실천할 때 명실공히 훌륭한 선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한 달 동안 평소 뵙고 싶었던 스승님을 찾아 안부를 여쭙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본다. 찾아 뵐 수 없는 상황이라면 추억 속의 가르침을 떠올려보고, 지금 나는 누군가의 선지식으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관조(觀照)의 시간도 가져보기를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77호 / 2025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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