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 마음챙김의 아버지 틱낫한 - 하

마음챙김에 선의 정신 녹여낸 스승

안거 중심 미국 명상 문화에
일상이 수행인 선 정신 접목
종파보다 다양성 포용하는
서양 특유의 수행 문화 형성

일상에서 매 순간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은 미국 위빠사나(통찰) 명상 운동의 주축이었던 잭 콘필드의 통찰명상협회(IMS)와 달랐다. IMS는 안거 중심의 정식 수행으로 마음챙김 능력을 키우라고 했지만, 틱낫한 스님은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하라고 독려하였다. 설거지, 청소, 걷기, 먹기 등의 행동이 마음챙김이라고 가르치는 스님의 수행 방식은 도(道)가 삶의 현장을 떠나서 다른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마조 선사의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즉, 스님의 마음챙김에는 선(禪)의 정신이 존재한다.

스님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 마음챙김으로 차를 마시며 마음챙김을 하는 것을 들었다. 이는 차를 마시는 행위가 곧 선이요, 선이 곧 차라는 선불교 전통의 믿음을 반영한 결과다. 베트남 선불교 수행자로서 스님은 걷기 명상, 먹기 명상 등으로 이루어진 일상의 행위가 선 수행의 핵심이라는 선불교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틱낫한 스님은 종종 백장 선사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일하지 않은 하루는 먹지 마라. 모든 행위가 수행의 일부다. 먹기와 노동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 현대 위빠사나 운동의 본원인 미얀마와 태국의 불교는 먹는 행위를 수행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사원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으로 먹지 말고, 몸을 꾸미기 위해 먹지 말고, ‘오직 이 몸을 유지하고 수행을 유지하기 위해 이 음식을 받아들입니다’라고 되뇌며 씹고 삼키고 느끼는 과정에 대하여 마음챙김을 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선불교 전통처럼 먹는 행위를 선수행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 틱낫한 스님은 선불교의 가르침대로 먹는 행위를 명상 수행으로 삼고, 이를 집단 수행에서 점검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서양 마음챙김 운동에는 상좌부 불교의 사띠에 대한 가르침과 선불교의 일상다반사가 녹아 있다. 상좌부 불교와 선불교의 철학, 수행법은 서로 다르지만, 마음챙김 운동은 현재 순간의 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적 수행이라는 공통의 토대를 형성하여 전통 간 통합이 가능해지도록 이끌었다.

이는 마음챙김을 수용한 북미불교의 주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종파 중심의 동양 불교적 특성에서 분리되어 실용성과 인본주의, 민주적 공동체를 바탕으로 깨달음과 정신적 치유를 촉진하려는 서양의 마음챙김 운동은 불교의 다양한 요소를 포괄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음챙김 운동은 특정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전통을 탐구하여 실용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를 장려하였다. 그리고 불교 교사들은 교리적 차이보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강조하였다. 이로써 불교의 여러 전통을 초월하여 무상(無常), 무착(無着) 그리고 알아차림을 서양의 마음챙김 가르침에서 중심으로 삼았다. 때때로 갈등이 발생하였지만, 마음챙김 교사들 사이에는 상호 존중이 존재하였다.

틱낫한 스님의 자유롭고 유연한 가르침은 IMS 교사들의 실용적인 태도와 통했다. IMS는 틱낫한 스님을 정기적으로 초대하여 마음챙김에 관한 가르침의 장을 열었고, 일상의 마음챙김을 받아들였다. 마음챙김 교사들은 틱낫한 스님을 위대한 영적 스승 중 한 명으로 지지하였다. 명상센터를 일일이 조정하지 않는 서양의 마음챙김 운동에는 불교 지도자들 사이의 상호 존중 정신이 있었다. 이처럼 경쟁보다 이해를 중시하는 토양에서 마음챙김은 세계적인 명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77호 / 2025년 5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