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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법적인 기독교 포교와 힘에 의한 종교 자유의 시작

기자명 이창익

기독교 포교의 시작은 불법이었다

조불조약 뒤 천주교 포교
병원 설립 통해 조선 진입
최혜국 조항 악용해 포교
19세기 기독교 불법 확장

조선에서 기독교 포교는 1886년 6월 4일에 체결된 조불조약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곡해하면서 힘에 의해 불법적으로 추진되었다. 처음에 프랑스는 조선에서 활동하고 있던 선교사의 포교권, 조선인이 천주교를 신앙할 자유, 선교사가 자유롭게 조선 땅을 이동하면서 토지를 구입할 자유, 천주교 신도가 교회·학교·병원·묘지를 건설할 권리, 과거 천주교 박해로 교회가 입은 피해에 대한 1만 프랑의 보상금 지불, 살해된 프랑스인 선교사에 대한 조선 정부의 사죄문을 새긴 기념비 건립을 요구했다.

조선 정부는 아직은 지나치게 굴욕적인 조약을 거부할 힘이 있었다. 협상 결렬 직전에 프랑스는 ‘포교 자유’와 ‘종교 자유’에 관한 문구를 포기하고, 그 대신 “언어, 문자, 격치, 율례, 기예를 학습하거나 교회(敎誨)하는 자”를 양국에서 보호하고 도와주는 정도로 타협한다. 이때부터 치외법권을 무기로 프랑스 선교사는 조선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어학 교사라는 명목으로 호조(護照) 즉 여권을 발급받아 전국에서 천주교 교의를 가르치면서 불법적인 포교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1882년 음력 4월 6일에 조미조약이 체결되지만 여기에도 종교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1883년 조영조약에 따라 최혜국 대우를 받는 미국인도 거류지에서는 예배당을 설치할 수 있었다. 1884년에 미국 북장로파는 중국에 있던 의료 선교사 호러스 앨런을 조선으로 이동시키고, 호러스 언더우드의 조선 파견을 결정했다. 미국 북감리파도 헨리 아펜젤러와 윌리엄 스크랜턴의 조선 파견을 결정했다. 마침내 1885년 4월에 20대 후반의 젊은 개신교 목회 선교사 3명이 미국에서 같은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경유하여 조선에 도착하게 된다.

1884년 여름 일본에서 활동하던 북감리파 선교사 로버트 매클레이가 김옥균과 박영효 같은 개화파와 제휴하여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선교를 시작하려 하지만, 갑신정변의 실패로 계획은 좌초된다. 그런데 1884년 9월 20일 조선에 도착하여 미국공사관에 머물고 있던 앨런은 갑신정변 때 개화파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구한 것을 계기로 궁정 시의(侍醫)가 된다. 또한 앨런은 조선인 치료를 위한 병원 개설 허가를 받아, 개신교 선교와는 무관하게 조선 최초의 서양식 의료 시설이자 왕립병원인 광혜원을 설립했다. 곧이어 광혜원은 제중원으로 개칭되고, 1895년에 입국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도 선교사 신분을 숨긴 채 박애단체의 회원으로 가장하여 제중원에서 일했다.

그 후 포교 자유가 없던 조선에서 선교 활동할 수 없었던 목회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앨런의 독재적인 병원 운영에 반발했고, 조불조약 이후 천주교가 조선을 종교적으로 독점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때 언더우드는 프랑스인의 선교 자유가 인정된다면 조미조약의 최혜국 대우 조항에 의거하여 미국인도 조선에서 ‘언어 교육’을 방패로 삼아 선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888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조약으로 정해진 거류지를 떠나 불법적으로 조선 내륙으로의 전도 여행을 시작했고 교회 설립을 추진했다.

천주교 선교사는 1886년 조불조약의 언어 교육 조항을 왜곡하여 불법적인 포교를 시작하고, 종교적인 경쟁 관계에 있던 개신교 선교사도 1888년이 거류지를 떠나 불법적인 포교를 전개했다. 이처럼 19세기 말 기독교는 의도적인 묵인 속에서 불법적으로 포교되고 있었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changyick@gmail.com

[1776호 / 2025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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