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원래 종교 수행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은 ‘명상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허버트 벤슨 박사였다. 그는 1970년대에 ‘이완 반응’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으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집중 호흡 명상으로 차분한 생리적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를 ‘이완 반응’이라고 불렀다.
1977년, 또 다른 중요한 이론이 나왔다. 조지 엥겔이라는 의사는 ‘병은 단지 몸의 문제만이 아니라, 마음과 사회적 환경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엥겔은 이 이론에 ‘생물심리사회 모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또 “몸, 마음, 사회가 모두 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치료할 때도 이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벤슨 박사의 연구뿐 아니라, 명상과 마음챙김이 실제로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었다. 1990년대에는 존 카밧진이라는 과학자가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개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이 만성통증, 불안, 우울 등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입증되었다.
요즘에는 뇌를 찍는 과학 장비, 예를 들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명상이 실제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왔다. 명상을 자주 한 사람의 전전두엽(생각을 조절하는 부분)이나 편도체(감정을 느끼는 부분) 같은 뇌 부위가 다르게 작동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 결과는 “마음이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조지 엥겔 박사는 단순히 이론을 발표한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돌볼 때 몸과 마음, 사회 환경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생활습관을 넘어 스트레스나 가족 관계도 함께 살펴 마음 상태까지 파악하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생각은 오늘날 정신건강의학, 통합의학, 예방의학 등의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벤슨 박사의 연구 덕분에 명상이 치료 방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엥겔 박사의 생물심리사회 모델은 이제 많은 의사가 참고하는 이론이 되었다.
아직 모든 의사가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명상 연구가 발전하고 이론적 근거가 축적되며, 언젠가는 마음과 몸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로 보는 관점을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구체적으로 명상의 어떤 요소가 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가”와 같은 작용 기제뿐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명상이 가장 잘 맞는가”처럼 개인차에 따른 적합성까지도 폭넓게 연구해 나갈 것이다. 과학은 단순히 명상의 본질을 축소하여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깊이를 이해하고 인간 내면의 잠재력을 밝혀내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기술적 정밀함을 넘어 철학적 통찰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함께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83호 / 2025년 7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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