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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개신교 선교사와 종교적 식민주의

기자명 이창익

자립의 길 가로막은 신앙의 식민화

네비우스 방식 속 자립 한계
선교사 중심, 교회 권력 독점
조선인 배제된 ‘형식적 독립’
정치·종교 이중 식민화 구조

한국 기독교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려면 120여 년 전의 종교 상황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식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기독교는 종교적으로 자립할 중요한 기회를 놓쳐 버렸고, 이로 인해 근 50여 년간 ‘종교적 식민지’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1886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포교를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로 개신교 신도 수가 증가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이후였다. 북장로파의 경우 1900년에 3개의 정식 교회, 300개의 미조직교회, 4793명의 신도, 1만 2694명의 학습교인, 29명의 선교사, 3명의 조선인 전도사가 있었다.

언더우드와 새뮤얼 모펫은 중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인 존 네비우스(John Nevius)를 본받아 현지 교회의 재정적 자립, 현지인에 의한 교회 운영, 자주적 전도를 강조하는 ‘네비우스 선교 방식’을 채택했다. 1893년에는 4개의 장로파, 즉 미국북장로파, 미국남장로파, 호주장로파, 캐나다장로파가 장로파선교사협의회를 설립하여 독립적인 조선교회 조직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1902년에 장로파선교사협의회는 “장로가 1명 이상 있는 교회가 12개 형성되고, 선교사협의회가 안수를 주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조선인이 3명 이상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면 조선장로교회의 최고통치기관인 노회(老會)를 조직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결의했다. 그런데 선교사협의회는 조선교회가 독립한 후에도 선교사는 조선교회에 소속된 채 교회의 통치권을 확보하지만 조선교회의 결정에는 구속받지 않는다는 ‘종교적 치외법권’을 규정했다. 외국인 선교사들은 조선인 신자의 자질을 계속 의심했고, 그들이 계속해서 독점적인 운영권을 가질 독립적인 조선교회의 설립을 원했다.

1903년에 선교사협의회는 미국 본부에 조선장로교회 설립을 요청했다. 그러나 본부는 조선인 목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설립된 조선교회는 다수의 선교사에 의해 구성될 것이고, 현지인 조선교회보다는 외국인 교회가 되고 말 것이며, 외국인 선교사의 수가 조선인 목사의 수를 압도하여 결국 조선교회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조선인 목사와 장로가 압도적인 다수를 점할 때까지 조선교회 설립을 연기하고, 외국인 선교사는 투표권이 없는 객원 회원이 되는 것이 낫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로 인해 1904년에 장로파 선교단은 처음으로 26명의 신학생을 선발하여 신학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고, 정식으로 안수받은 장로의 수를 5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목사후보생인 조사의 수도 66명에서 86명으로 증원했다. 마침내 1907년 9월 17일에 장로파 선교단은 7명의 조선인에게 목사 안수를 주었고, 1개의 노회, 28명의 선교사, 40명의 조선인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조선야소교장로회’를 발족시켰다. 의장은 모펫, 재무담당 서기는 그레이엄 리, 부회장은 방기창(邦基昌), 서기는 한석진(韓錫晋), 부서기는 송인서(宋麟瑞)가 맡았다. 1912년에는 노회가 2개로 늘었고, 장로파 ‘총회(總會)’가 결성되었다. 이때에도 총회 의장은 언더우드, 재무담당 서기는 윌리엄 블레어가 맡았다.

1910년 한일병합 후에 외국인 선교사의 조선교회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양을 취한다. 조선총독부의 정치권력으로부터 개신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외국인 선교사의 힘에 의존할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이로써 한국 개신교는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식민지, 종교적으로는 미국의 식민지가 되는 이중 식민화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changyick@gmail.com

[1783호 / 2025년 7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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