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고속도로에서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갈 때 있었던 일이다. 긴 대열을 비집고 끼어든 차량에 뒤차가 경적을 울렸다. 양보로 상황이 끝나는 듯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반도로로 진입하며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좀 전에 끼어들었던 차량이 차선을 넘나들며 양보하지 않았던 차 앞에서 급제동으로 멈춰 섰다. 보복운전이었다. 언성을 높이며 차문을 박차고 나오는 두 운전자를 지나 목적지로 향하느라 보지 못했지만, 이후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운전하다 보면 과속, 신호위반, 불법주차, 난폭·보복운전도 흔히 목격된다. 그래서 그럴까. 운전할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운전하는 모습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규칙을 지키고 양보운전까지 하는데, 어떤 사람은 과속을 하거나 쉽게 화를 내며 경적을 크게 울린다. 전자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후자는 일상에서 감정 조절을 못 할 경우가 많다.
운전면허 소지자가 인구 대비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운전은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운전할 때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운전은 마음을 조종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 명상을 ‘마인드 드라이빙 명상’이라고 부른다. 이 명상은 몸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의식의 공간을 채워 삼독심으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의 영역을 줄인다. 액셀러레이터, 운전대, 향기, 풍경, 음악 등 오감을 통해 ‘지금 이곳’의 자신을 알아차려 보자. 차차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띠로 나아갈 수 있다.
‘대념처경’에서 사띠의 대상은 신수심법의 4처이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몸을 벗어나지 않으며, 신념처 수행의 단계에서는 몸이 사띠의 대상이다. 경에서는 움직임마다 분명한 앎으로 행하라고 하며, 선에서는 이를 행주좌와어묵동정으로 설명한다.
마인드 드라이빙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삶의 방향을 조종하는지 성찰하는 태도다. 급가속은 조급한 마음, 급정지는 불안감, 과속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을 의미할 수 있다. 결국, 도로 위 무법자는 마음의 무법자가 만들어 낸 산물일지도 모른다. 운전하다 보면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50‧100km 제한구역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요철과 돌발 상황도 생긴다. 운전에 익숙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인생과 마음도 이와 같으니, 자신을 잘 살펴 사띠의 공부가 익으면 고락의 속도와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듯, 마음의 내비게이션을 잘 활용하면 인생이라는 도로 위에서 방향을 잃지도, 불안한 운전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도로 위의 무법자는 사건과 사고를 부르고, 마음의 무법자는 자신을 파괴한다.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 당신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달릴 것인가? 마음의 시동을 켜고 마인드 드라이빙 명상의 길을 떠나보지 않겠는가?
선일 스님 낙산사 포교·연수원장 mildsun1@naver.com
[1784호 / 2025년 7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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