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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 의미

기자명 덕산 스님

윤년의 공덕, 여유로운 삼사순례로

윤달에 행하는 생전예수재
절 3곳 찾아 참배하는 순례
교통발달로 순례 문화 변화
속도보다 의미에 집중하길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 때면 대형버스 앞 유리에 붙은 ‘삼사순례 OO사’ 안내 문구와 법복 차림의 보살님들이 휴게소를 가득 메운 풍경이 낯설지 않다.

지난 한 달간 각 사찰들이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봉행하고 3사순례를 다녔다. 덕분에 맞이하는 절도 분주하고, 다니는 분들도 하루에 3곳의 절에 들러 참배하다 보니 발걸음이 바빴다.

불자들에게 ‘생전예수재’의 의미는 윤달이 든 해에 중복되는 한 달을 ‘공달’이라고 하여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하고 이 한 달간이라도 자신의 삶과 수행을 돌아보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고, 미처 닦지 못한 것을 채우는 달이다. 

특히 다음 생의 좋은 복락(福樂)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명부시왕(冥府十王)을 모시고, 각자 태어난 해에 해당하는 시왕에게 경전과 공양물을 올리고 기도하는 법회로 전생의 업장을 소멸하고 현생의 죄업을 참회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살아서 미래생을 미리 닦아놓고자 하는 마음에서 행하는 법회이다.

윤달에 닦는 공덕 중 영험이 깃든 절 3곳(三寺)을 하루에 들러 참배하는 문화는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고속도로를 통해 갈 수 있는 가까운 사찰을 참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퍼져나갔다. 

나아가 우리나라에 사통팔달 고속도로와 국도가 거미줄처럼 잘 개설된 후부터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먼 곳의 사찰도 하루 만에 3곳을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어릴적 어른 스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윤달에 전국팔도 중 자신이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 어디든 삼도(三道)를 돌면 1곳의 사찰에 가서 공양도 올리고, 최소 하루 내지 3일 정도 기도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삼도를 다니는 것이 형편상 여의치 않으면 큰절에 딸린 암자를 한 곳씩 참배하고 공양도 올리고 3일 기도를 한다거나 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즉, 윤년 안에 또는 한 달 내에 3곳을 참배하는 여유로운 순례길이었고, 또한 참배한 사찰에서 공덕을 쌓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기원을 불보살님께 정성껏 기도드리는 것이 삼사순례였다. 
교통이 발달한 후의 순례길은 너무 바삐 움직이다 보니 ‘그 절에 가봤다’는 추억은 쌓이지만, 정작 그 도량이 지니고 있는 산세의 느낌과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포근함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오는 것 같아 삼사순례를 갈 때마다 아쉬움이 늘 여운으로 남는다.

그러니 윤년 윤달에만 삼사순례에 급급하지 말고 매달 한 곳씩 정해 ‘32관음성지’를 순례한다거나 ‘3대 관음성지’ ‘3대 지장도량’과 그 외 전설을 품고 있는, 유서 깊은 고찰들을 다니며 템플스테이관에서 하루 머물며 아침, 저녁의 새소리 바람소리 달빛까지 담을 수 있는 여유로운 삼사순례로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가장 높고 미묘하고 깊고 깊은 부처님 법/ 백천 만겁 지나도록 만나뵙기 어려워라/ 나는 이제 다행히도 보고 듣고 지니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

위의 게송은 불자들이 기도를 하거나 경을 읽기 전 꼭 외우는 게송이다. 이 게송은 중국 당나라 측천무후가 지었다고도 전해진다. 금년 윤년 내내 그리고 삼사순례를 다니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과거의 잘못도 깨끗하게 정화해주고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신묘한 힘이 있음을 깨닫는 생전예수재 삼사순례가 되었으면 한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89호 / 2025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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