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에반 톰슨, 그리고 심리학자 엘리너 로쉬는 의식을 연구하는 새 길을 제시했다. 이 방법이 ‘신경현상학’이다. 기존 뇌과학이 주로 뇌 스캔이나 행동 관찰 같은 ‘외부에서 보는 방법’에 의존했다면, 신경현상학은 내면에서 직접 느끼고 관찰하는 방법, 즉 ‘1인칭 관찰’을 중요하게 여긴다.
간단히 말해 ‘1인칭 관찰’이란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직접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거나, 명상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1인칭 관찰이다.
1인칭 관찰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 자주 우리를 속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다르게 기억하거나, 기대와 기분이 관찰 내용을 바꿔 놓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1인칭 관찰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바렐라는 이를 반박했다. “훈련하면 달라진다.” 명상이나 마음챙김 연습이 집중력을 기르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관찰 직후에 바로 기록하면 기억이 왜곡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관찰 결과를 뇌파나 뇌영상(fMRI)과 같은 과학적 데이터와 비교하면 신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바렐라와 톰슨은 의식을 연구하려면 외부에서 보는 3인칭 방법과 내부에서 느끼는 1인칭 방법을 모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과학과 인간 경험 사이의 명확한 순환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살려야 합니다. 과학은 단순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는 세련된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명상가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설명하면, 뇌과학자는 그 정보를 토대로 실험을 설계하거나 뇌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과학적 측정 결과는 명상가의 보고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확인시켜 줄 수 있다. 결국 신경현상학은 ‘나의 경험’에 관한 단순 일화가 아니라, 재현이 가능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드는 시도이다.
한편, 같은 길을 걷는 앨런 월리스는 자신의 티베트 불교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1인칭 관찰을 더욱 엄밀하게 훈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마음은 하나의 과학적 도구와 같다”고 보며, 고요한 명상(사마타)과 통찰 명상(위빠사나)을 꾸준히 수행해야 내면 관찰을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월리스에 따르면, 티베트 불교는 정신 관찰에 대해 검증되고 정교한 절차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얻은 안정된 주의력과 생생한 의식 덕분에, 수행자는 미묘한 정신 현상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방법을 현대 과학 연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물질만을 보는 유물론적 시각을 넘어 마음의 비물리적 측면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과학 패러다임을 촉구한다.
만약 명상 훈련으로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왜곡 없이 관찰할 수 있다면, 이는 지금까지 과학이 본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적’이다. 그 기적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 바로 ‘명상’인 셈이다.
바렐라와 월리스가 제안하는 이 새로운 탐구 방법은 부처님의 제자들이 마음을 연구했던 아비달마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이제 과학도 1인칭 과학 연구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89호 / 2025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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