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일 공식적으로 출범한 ‘파도봉사단’이 어느새 창립 2주년을 맞이했다. 낙산사 템플스테이 체험형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이 봉사단은 현재 가입자 1000명을 돌파하며 템플스테이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파도봉사단을 기획한 데에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에서 하루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제2의 고향’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전법의 장을 열고자 함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단은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템플스테이 조직의 한 구성원이자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
‘파도봉사단’이라는 이름은 파라미타(pāramitā)의 ‘파’와 도피안(到彼岸)의 ‘도’에서 뜻을 가져와 만들었다. 이는 봉사단 활동으로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함께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발원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봉사라고 하면 남을 돕는다는 거창한 마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파도봉사단의 활동은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구체적 수행이다. ‘나’라는 아상의 벽을 허물고, ‘우리’라는 연기적 관계망 속에서 함께 깨달음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곧 동체대비(同體大悲)이며, 관세음보살의 대자비행을 구현하는 길이 된다.
봉사단의 주요 활동은 템플스테이 진행 보조와 재능기부다. 참가자로서 치유와 성찰을 경험했던 이들은 이제 스태프의 입장에서 새로운 참가자들에게 행복을 되돌려 주며 ‘회향’의 의미를 배운다. 이때 봉사자는 자신의 도움을 받는 이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봉사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 주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제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타인을 위한 시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온전하게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고, 봉사란 결국 개인의 내면과 공동체를 함께 성장시키는 힘이다.
파도봉사단의 또 다른 지향점은 단단한 공동체 의식이다. 일정이 끝난 늦은 밤, 피곤할 법도 한데 소박한 찻자리에서 일상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눈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온라인에서 108배, 명상, 사경 수행 챌린지를 이어가며 서로의 정진을 독려한다. 그들은 단순한 봉사자 그룹을 넘어 ‘도반(道伴)’으로 성장해 가는 중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이고 바람의 힘을 받아 밀고 당기며 거대한 파도를 이루듯, 봉사단 하나하나의 마음이 모여 밀어주고 끌어주며 선한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해 진정한 불자라 말하기 어려울지라도, 파도봉사단은 시절 인연을 만나 살아 있는 ‘도반 공동체’로 성숙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각기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템플스테이를 기반으로 하는 ‘봉사’의 원력으로 모였고, 그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거대한 파도가 되고 세상을 밝히는 인드라망의 구슬이 되기를 발원한다.
선일 스님 낙산사 포교·연수원장 mildsun1@naver.com
[1792호 / 2025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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