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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명상과 기업문화 - 중

번아웃 시달리는 직원들에 평온 선사

구글, 직원 교육에 명상 도입
차드멍 탄이 중심 역할 수행
20시간·2박 3일간 과정 운영
집중력·사내 관계 향상 효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빠른 혁신과 높은 성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 업무 과중, 끊임없는 변화로 인한 직원들의 소진(burn-out)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Google)이 선택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명상’이었다. 그 중심에는 다소 특별한 엔지니어, 차드멍 탄(Chade-Meng Tan)이 있었다.

차드멍 탄은 본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지만, 단순히 코dlwjdgns 드만 다루는 개발자와는 달랐다. 그는 젊은 시절 티베트 스님의 법문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뒤 줄곧 불교 명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고 명상에서 얻는 평온과 집중의 힘을 동료와 나누길 원했다. 2007년, 그는 사내 명상 프로그램 ‘Search Inside Yourself(당신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기획했고, 이는 곧 구글을 대표하는 직원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구글 경영진은 명상을 두고 “히피들이나 하는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엔지니어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드멍 탄은 전략을 바꾸었다. 그는 명상이 뇌와 정서에 미치는 변화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며, 프로그램의 이름도 ‘명상’이 아니라 ‘감정지능(EI) 훈련’으로 바꾸었다. 직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면 협업 능력이 높아지고 성과가 향상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이 접근은 탁월한 효과를 거두었다. 당시 기업들은 감정지능이 높은 직원일수록 협업에 능하고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었다. 실제로 구글 내부에서도 프로그램을 수료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줄고, 대인관계에서 유연성이 커지며, 업무 집중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 ‘내면 검색’은 7주간 20시간 과정과 2박 3일 집중 코스로 운영되었는데, 신청자가 몰려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매년 수천 명의 직원들이 이 과정을 거치며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은 “인재 개발과 조직 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구글이 이 프로그램으로 얻은 성과는 개인적 행복을 넘어 회사 차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음챙김 훈련을 받은 직원들은 멀티태스킹(다중작업)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이는 곧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직원들이 동료와의 갈등을 줄이고 협업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또 명상은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소개되었다.

구글의 사례는 이후 다른 기업들에도 큰 파급력을 전했다. “구글이 한다면 우리도 해 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실리콘밸리 전역에 명상 프로그램이 확산되었다. 오늘날 페이스북, 링크드인, 세일즈포스 등 많은 IT 기업에서 정기적인 명상 수업을 운영하거나 사내 명상실을 갖추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언제나 자신을 “유쾌한 좋은 친구(Jolly Good Fellow)”라고 소개하는 차드멍 탄은, 명상이 기업 문화에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회상한다. “명상이 좋으니 그냥 해보세요”라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었다고. 사람들은 이유를 원한다. 과학적 증거, 설득력 있는 언어,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가벼운 기쁨. 그가 보여준 것은 결국 명상을 세속의 언어로 번역하는 지혜였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93호 / 2025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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