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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다케다 한시와 한일 불교병합의 마지막 시도

불교병합의 마지막 역사적 국면

통감부 규칙, 말사 확산 길터
현양사·흑룡회, 다케다 인맥
원종종무원 설립·합병 추진
임제종의 반대로 인가 유보

1906년 11월 17일 통감부는 ‘종교선포에 관한 규칙’을 공포하고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 규칙은 신도, 일본불교, 일본기독교 등의 조선포교를 관리·통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규칙 제4조는 일본불교가 조선의 모든 사찰을 공식적으로 말사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
규칙 공포 이후 해인사, 범어사, 화엄사, 쌍계사, 직지사를 포함한 23개 사찰이 대곡파 본원사의 말사가 되기를 청원했다. 본파 본원사의 경우 1907년 4월에 통영 용화사가 말사 신청을 했고, 1911년까지 마곡사, 용주사, 송광사 등 총 100여 개 사찰이 말사대장에 등록되었다.

이 무렵 조동종(曹洞宗)의 승려 다케다 한시(武田範之)는 일거에 조선불교 사찰 전체를 말사화하는 계획을 세운다. 조동종은 1905년 12월에 부산에 총천사(總泉寺)를 건립하면서 조선 포교를 시작했고, 1906년 12월에는 경성에 조계산(曹谿山) 일한사(日韓寺)를, 1907년 3월에는 대전에 대전사(大田寺)를 설립했다.

다케다 한시는 1892년에 부산으로 건너와 금오도에서 어업을 하다 실패했고, 해적질하다가 부산에서 유랑 생활을 했다. 그는 부산에서 아시아주의를 주창하는 정치단체인 현양사(玄洋社)의 낭인 10여 명과 천우협(天祐俠)을 조직한 후, 청일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하고자 동학군에 합류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하여 히로시마 감옥에 갇혔다가 무죄로 출옥한 후, 겐쇼지(顯聖寺) 주지가 되어 조동종 쇄신 운동을 벌였고, 국가주의 단체인 흑룡회(黑龍會)에 참여했다.

1906년에 흑룡회 주간인 우치다 료헤이(內田良平)는 통감부 촉탁이 된 후 다케다를 조선으로 불러들였다. 다케다는 이용구가 이끄는 시천교의 고문과 일진회의 상담역을 맡았고, 이용구 및 우치다와 함께 한일병합운동을 벌였다. 1908년 7월에 다케다는 조동종 조선포교관리자로 임명되었고, 1909년 5월에는 용산에 서룡사(瑞龍寺)를 건립했다.

1908년 3월 6일에 각도 사찰 대표 52명은 원흥사에서 총회를 열고 원종종무원(圓宗宗務院)을 설립한 후 불교연구회장 이회광을 대종정으로 선출했다. 그 후 이용구의 추천을 받아 원종종무원 고문이 된 다케다는 일본불교가 종파별로 조선 사찰을 분점하며 약탈하는 것을 막고 통째로 조선불교를 병합하기 위해 이회광과 함께 원종과 조동종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회광은 1910년 9월에 72개 사찰의 위임장을 들고 일본에 가서 조동종 관장 이시카와 소도(石川素童)와 교섭한 후, 10월 6일에 조동종 이름으로 원종종무원의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연합조약 7조를 체결했다.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후 45일 만에 불교병합조약이 체결된 것이다.

곧이어 조동종은 와코 고쿠에이(若生國榮)를 총독부로 파견하여 원종종무원 설립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만, 조약 내용이 통도사에 누설되면서 한용운과 박한영 등이 임제종을 표방하며 반대운동을 벌였다. 결국 총독부는 정토종과 진종 등의 반발과 조선불교의 분열 대립을 염려했기 때문에 인가 신청을 유보했다.

다케다는 1910년 10월 7일에 조선을 떠난다. 1911년 1월부터 인후통이 심해지자 병원에 입원한 다케다는 병상에서 ‘원종육제론(圓宗六諦論)’을 지었고, 1911년 3월 20일에는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에게 책과 편지를 함께 보내 인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6월 3일에 사찰령이 공포되고 6월 23일에 다케다가 인두상피암으로 사망하면서 불교 병합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changyick@gmail.com

[1795호 / 2025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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