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선우 스님이 시민 대표로 연단에 올라 공동선언문을 낭독,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정부가 공식 추모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여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 종교계, 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등 2천여 명이 함께했다.
기억식은 10시 29분에 울린 추모 사이렌에 맞춘 묵념으로 시작했다. APEC 정상회의와 한미정상회담으로 인해 불참한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10.29 참사에는 사전 대비도, 사고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유가족과 국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미흡했던 대응과 무책임한 회피, 충분하지 않았던 사과·위로까지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혜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송 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도 우리 곁에서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 국가 운영의 첫 번째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거대한 비극을 되돌릴 수 없으며, 비극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짊어진 책임”이라면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희생자 2차 가해 방지 등을 약속했다. 우 의장은 “참사 특조위가 독립성과 권한을 온전히 지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하나도 숨김없이 진상이 밝혀지고 조금도 남김없이 응당한 책임을 지게끔 국회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는 국민적 합의를 입법으로 완성해 그동안 미뤄진 생명안전기본법을 꼭 제정하고, 더는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모욕과 혐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책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송기춘 10.29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진실만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피해를 치유할 수 있다”며 “참사를 목격하거나 참사와 관련해 국가기관에서 일하며 진상규명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들의 자발적인 제보와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억식에서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추모 공연도 펼쳐졌다. 박소란 시인의 ‘가을밤 산책’ 낭독을 시작으로 가수 안예은의 ‘상사화·만개화’ 무대, 배우 문소리의 추모글 낭독, 뮤지컬 ‘찬란히 빛나는 나의 별’ 공연 등이 이어졌다.

기억식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선우 스님 등 시민대표 5명의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159명의 희생된 시민들을 기억하고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며 △특조위의 조사과정을 지켜볼 것을 선언했다. 또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 단호히 맞서고,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시민 대표로 무대에 올랐던 선우 스님은 “종교인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희생자 및 유가족들과 함께하리라 다짐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섰다”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뿐만 아니라 산재 사망 이주노동자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과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회를 시작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삼보일배 등을 봉행하며 희생자 유가족들과 연대해왔다. 이에 2024년 3월 유가족들이 “가족을 잃고 힘겨워하던 유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사노위의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며 사노위에 감사장을 전달한 바 있다.
권정수 기자 kjs0915@beopbo.com
[1799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