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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언어로 피어난 불교의 마음 치유 지혜

  • 불서
  • 입력 2025.10.31 13:34
  • 수정 2025.10.31 13:37
  • 호수 1799
  • 댓글 0

불교상담학 연구
윤희조 지음/씨아이알/543쪽/ 2만8000원

현대인의 고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경쟁과 소외, 불안과 우울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학문이 절실하다. 윤희조 교수의 신간 ‘불교상담학 연구’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작 ‘불교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불교철학과 심리상담을 통합한 ‘불교상담학’의 체계를 한층 더 정교하게 확립했다.

이 책은 불교가 지닌 지혜를 단순히 ‘마음의 평안’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존재론과 인식론, 진리론에서 출발해 깨달음과 무명, 사념처 수행 등 수행적 주제를 상담의 궁극적 목표와 연결하며 불교상담이 인간의 전 생애적 고통을 다루는 학문임을 보여준다. 특히 2부에서는 ‘업’ ‘사무량심’ ‘몸’ ‘돌봄’ 등을 치유의 관점에서 해석해 불교상담이 단순한 심리 기법이 아니라 수행적 치유 과정임을 강조한다.

윤 교수는 불교상담의 목표를 “내담자의 삶 전체의 변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담이란 한 개인의 문제 해결을 넘어, 삶의 인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불교는 삶 전체를 다룬다’는 그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책은 이를 토대로 불교상담이 단지 서구심리학의 대안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새로운 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3부에서는 서구 심리학의 주요 개념을 불교적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성격심리학과 자아심리학, 실존심리학, 영성심리학을 불교의 탐진치(貪瞋癡), 무아(無我), 열반(涅槃) 개념으로 재해석하며 융심리학의 ‘집단무의식’을 윤회적 맥락 속에서 읽어낸다. 이는 동서 심리학의 대화를 넘어, 불교상담이 어떻게 ‘보편적 인간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학문은 시대의 문제에 응답할 때 비로소 효용을 갖는다”고 말한다. 붓다의 가르침이 그 시대의 고통에 응답했듯, 불교상담학 역시 현대인의 불안과 상처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나무가 마디를 맺으며 자라듯, 언젠가 ‘선심리학 연구’로 이 작업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히며 불교심리학·상담학·선심리학의 3부작 구상을 전했다.

‘불교상담학 연구’는 상담 현장의 실천가에게는 내담자와의 만남을 위한 통찰을, 연구자에게는 불교상담의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제시한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깨달음과 자비를 통한 전인적 변화를 탐구하는 책이다. 따라서 삶 전체를 치유하는 불교상담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수행 지침이자, 마음의 지도처럼 다가올 것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99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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