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성공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 법상 스님은 새롭게 선보인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 더 벌기 위해 달려온 끝에 남는 것이 허무와 불안이라면, 우리는 이미 삶의 본질을 놓친 것인지 모른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소유의 삶이 아닌 존재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다정하면서도 분명히 제시한다.
책은 2006년에 출간된 ‘부자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돼라’의 전면 개정판이다. 출가 초기의 순수한 발심과 현재 수행자의 깊은 사유가 함께 담기며, 20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이 더해졌다. 스님은 “옛 글을 다시 펼쳐보니 당시의 풋풋함도 여전히 살아 있더라”며, 그 감성 위에 부족했던 통찰을 보완해 새로운 옷을 입히는 마음으로 개정 작업을 했다고 전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에서 ‘가난한 부자’라는 역설을 통해 삶의 중심을 깨닫게 한다. 진정한 부는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비움에서 얻는 자유다. 스님은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이 단순하고 지혜로운 수행임을 강조하며, 덜 소유할수록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독자가 체감하도록 이끈다. 또한 실패·불안·진로·시험 등 현실의 문제를 수행의 언어로 풀어내, 누구라도 마음공부의 길을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의 전부”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현재에 머무는 훈련을 제시한다. 침묵의 힘, 감정 관찰,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는 법 등은 현대인의 혼란을 가라앉히는 실천적 지혜가 된다. 괴로움을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스님의 조언은 수행의 핵심이자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안내문이다.
3장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다룬다. 스님은 ‘아는 만큼 본다’는 통념을 넘어 “모르고 보는 지혜”를 이야기하며 분별을 내려놓는 관찰의 힘을 강조한다. 인간관계, 믿음의 선택,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기술 등도 삶을 수행의 장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주요한 내용이다.
이어지는 4장은 자연 속에서 배우는 수행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바람·숲길·하늘·돌 같은 자연의 존재들은 수행자의 벗이자 스승으로 등장한다. 생명과 하나 되는 감각을 통해 비움과 충만, 단순함 속의 풍요를 체득하는 경험을 안내하며, 자연을 잃어가는 시대에 더욱 각별한 울림을 준다.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의미 중 하나는, 스님의 오랜 발원이 현실에서 꽃을 피우는 과정이 함께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님은 출가 초기부터 ‘괴로움 소멸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겠다’는 서원을 품어왔는데, 유튜브 ‘목탁소리’ ‘대원정사’ ‘목탁소리休’는 그 발원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결과다. 책을 다시 세상에 내놓는 일 또한 그 발원을 잇는 회향의 과정이라 밝힌다.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결국 ‘잘 버는 법’이 아니라 ‘잘 비우는 법’을 배우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다. 속도와 경쟁이 지배하는 시대에, 스님은 마음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하여 소유가 아닌 존재의 자리, 비움 속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풍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