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광복 70주년이다. 35년간에 걸친 치욕적인 일제지배를 청산하고 나라를 되찾은 지 꼭 70년이 됐다. 아픈 역사라지만 일제강점기도, 광복 이후의 70년 세월도 5000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반딧불 같은 찰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온전하게 나라를 빼앗긴 것은 처음이기에 아픔과 치욕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과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최하위 빈곤국가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세계 9위의 교역대국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도 이제 3만 달
을미(乙未)년 새해가 밝았다. 올 새해도 범종(梵鐘)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서울 보신각의 타종식을 시작으로 나라 곳곳에서 범종 소리가 축복처럼 울려 퍼졌다. 범종은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과 더불어 불교의 사물(四物)이다. 깊은 산 속 사찰에서만 듣던 범종의 소리를 도심 한복판에서 들을 수 있으니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신년 축하행사가 열렸다. 거대한 전광판의 시계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1월1일 0시를 기해 화려한 크리스털 공이 내려오며 새해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1월1일 울리
지는 한해를 돌아보며 불현듯 군복무 시절에 읽었던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20년도 지난 그때, 살아왔던 삶과 너무나도 다른 이질적인 환경으로 바늘방석 같았던 불안한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던 책이다.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니 ‘연필로 명상하기’는 이미 절판됐고 출판사와 번역자가 바뀐 ‘연필명상’이라는 책으로 출간돼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책의 저자는 프레데릭 프랑크이다. 원래는 치과의사였는데 화가로도, 사상가로도 크게 이름을 알렸다. 특히 서양에 일본불
연말을 맞아 훈훈한 광경이 언론의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추운 겨울, 가난한 이웃을 위해 연탄을 보시하고 김장과 생필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몸은 움츠러들어도 마음만은 포근해진다. 그러고 보면 겨울은 세상의 따스함을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부행위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부에 인색한 우리의 각박한 삶에 대한 역설이라는 생각이다.국민의 91%가 기부에 참여 스리랑카·부탄 등 불교국 약진개신교 과세 반대로 국민
“알게 되면 미워하기가 힘듭니다. 자연을 해치는 것은 자연을 잘 몰라서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파괴한 것도 무지해서입니다. 저는 압니다. 강의 바닥을 손으로 긁으면 쉬리, 줄납자루, 피리 등이 혼비백산하게 된다는 사실을. 물고기들이 자갈과 모래에 알을 낳고 보호하고 있는데 그걸 손으로 긁으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그래서 강바닥을 굴삭기로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알아야합니다. 자연을 알고 나면 저절로 보호가 됩니다. 알고 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4
뉴스를 보면 온통 싸움뿐이다. 세상일이 대립과 투쟁, 해소의 과정이라지만 해소의 방식이 너무나 전투적이다. 상대는 없고 오직 나만을 보며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대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해묵은 지역감정도 진실을 파고들면 결국 ‘카더라’라는 집단최면의 결과다. 죽일 듯이 싸워야 될 것 같은 상당수의 일도 대화를 통해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대화에 인색하다. 어렵게 자리가 마련돼도 내 주장만 늘어놓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비극적이게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6·25
11월18일 대한노인회 주최로 서울역 광장에서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대한노인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노인단체로 경로당 6만2917개소, 노인대학 349개소 등을 운영하는 전국조직이다. 이런 단체가 개신교 목사들과 구국기도회를 연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 노인들의 대표단체라는 공적포장을 둘러 쓴 개신교 노인들의 사적단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노년층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종종 ‘노인종교’라는 비웃음도 듣는다.노인 인구 가장 많다는 불교노인을 위한 배려는 안보여임종 때 타종교 개종도 늘어실버
동국대 총동창회의 추락이 끝이 없다. 동창회장이 난립해 싸우는 바람에 동국대 차기 총장추대위원회에서 동문 몫이 배제돼 버렸다. 최근에는 상대편 동문회장의 업무를 정지시켜 달라는 소송에 대해 법원이 두 명의 동창회장 모두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엇보다 뼈아픈 건 법원이 기부를 회장 출마의 조건으로 내건 동문회칙 자체가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는 점이다. 평등하게 누려야 할 피선거권을 금권으로 제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동창회가 사회정의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회장을 선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불교유적을 둘러보면 위축감이 든다. 우리에게도 석굴암이나 불국사 등 위대한 불교유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협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유산의 품격을 규모로만 따질 수 없다. 그러나 예술적 소양이 높지 않은 일반인이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문화재, 특히 그중에서도 건축물의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그를 통해 국력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다보면 과거 우리의 역사가 참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국력이 결코 약했던 것은 아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용성 스님이 우리말로 옮긴 신역대장경이 등록문화재로 등재 예고됐다. 한암 스님의 가사 3점 또한 일괄 등재 예고됐다. 지난 8월 양산 통도사지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불상 등 21건이 한꺼번에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이후 추가로 2점이 등재가 예고돼 올해만 23건이 등록문화재가 될 전망이다.정부, 근대유산 문화재 등록보호짧은 역사 기독교, 등재에 사활불교는 근대문화재 등재에 소홀‘근대는 기독교역사’ 기록 우려 등록문화재는 바꿔 말하면 근대문화재를 뜻한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지정문화재들이 오랜 역사성을 가
2010년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한 세제지원안, 일명 스쿠크법이 국회에서 무산됐다.개신교 외교관들의 해외선교공직자 종교편향의 대표사례교황청 대사에 가톨릭신자 파견불교국에는 불자 파견 바람직법안반대에 총대를 멘 것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뒤에는 거대한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버티고 있었다. 한기총을 비롯한 개신교는 한 목소리로 스쿠크법을 반대했다.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찾아가 스쿠크법을 통과시키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동과의 경제협력과 외화유치의 다변화를 위해 반
계절이 수상하다. 봄·여름·가을·겨울 뚜렷한 4계절이 이 땅의 자랑거리였는데 언제부터인지 봄·가을이 시나브로 소멸하고 있다. 맑고 상쾌한 봄가을은 줄고 무더위와 한파를 몰고 오는 독한 계절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계절만 각박해져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심 또한 계절의 변화를 닮아가고 있다.가을 찬 서리에 홀로 피는 국화세속 달관한 수행자 풍모 담겨절마다 국화축제로 향기롭지만국화같은 스님들이 많아졌으면갈수록 엷어지는 가을이라지만 절마다 가을이 가득하다. 전국의 크고 작은 사찰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국화축제를
언제부터인가 OO사회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회적인 현상들을 한 단어에 집약해 드러내는 이런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랬던 것이 2012년 ‘피로사회’라는 책이 등장하면서 OO사회라는 조어가 사회일반에 확산됐다. 특히 올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형편없는 민낯과 함께 30년 전 울리히 백이 처음 거론했던 ‘위험사회’라는 조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회 앞에 붙는 조어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아픔이 응축돼 있다. 그래서 시대를 읽는 키워드이면서 동시대의 사람들이 함께 쌓은 공업이기도 하다. 시대를 거슬러 사회 앞에 붙
서울 도봉구에 도봉서원이 있다. 2009년 시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사업이 진행되던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뜻밖의 진실이 드러났다. 영국사라는 절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서원을 세웠음이 밝혀진 것이다. 발굴과정에서 절터임을 암시하는 각종 기와와 암각석판이 발견될 때만 해도 크게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러나 건물터 기단 아래에서 국보·보물급 불교용구 77점이 출토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특히 이들 불교용구가 파괴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것은 사찰이 건립될 당시 제의 차원에서 묻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유림이 서
산사음악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세로로 불기 시작할 즈음 추억처럼 산사음악회가 찾아온다. 산사음악회는 산사(山寺)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복잡한 도심 속 시멘트 건물의 각지고 모난 세상에 상처 입은 이들을 품어줄 성글고 둥근 자연이 그곳에 있다. 산사음악회는 단순히 음악회가 아니다. 눈을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즐기는 힐링의 장이다. 맑은 하늘과 산, 그 속에 깃든 절, 고졸한 대웅전과 이끼 낀 탑, 가을밤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선율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색다른 체험이다. 이런
출가(出家)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집과 세속을 떠나 불문에 들어 수행함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출가는 스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몸이 속세를 떠나는 것이지만 타오르는 욕망을 모두 비울 때 진정한 출가는 완성된다. 시인 ‘고은’은 세상을 향해 “무욕(無慾)만한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시인의 말처럼 출가는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은 뒤 홀연히 출가한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처럼 적지 않은 왕들이 안락한 삶을 버리고 불문에 들었다. 이 또한 출가에 담긴 역설이다. 그러나 출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하고 엄격해야 할 법일지라도 이를 만들고 적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법에는 인정이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 그 죄로 그는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누구도 이것이 정의이고 바른 법집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에 눈물이 사라지면 정의라는 이름 아래 잔혹하고도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법무부, 품행단정하지 않다며
추석이다. 올해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고향으로 향한다. 줄을 지어 달리는 귀성행렬이 길게 이어진 탯줄 같다. 그러나 고향이 예전만 같지 않다.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은 텅 빈 듯이 고요하고 고향 안팎으로 깊은 침묵만이 흐른다. 넓은 들판에서 힘을 부리던 아버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늙은 어머니들만이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다. 고향 쇠락과 함께 고향 절 몰락시골엔 예불·신행 끊긴 절 많아고향의 절들이 사라진 한국불교삭막한 도시인들 닮아갈까 우려고향은 해마다 늙어간다. 빈집이 늘고 인사할 곳은 줄어든다. 그 분들마저 세상을 뜨면 고향은
스님에게서 부모님과의 효도여행 경험담을 들었다. 10여명의 도반 스님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아이처럼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품을 떠나 절로 가버린 사랑스런 자식을 그리워했을 그 애틋함이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스님들도 못다한 효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유교 효는 혈연적인 효지만불교 효는 뭇 생명 향한 효 스님도 효도 할 수 있도록사찰이 공적만남 제공해야 출가수행자는 속세 인연은 물론 혈연까지 끊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부모와
‘대집경(大集經)’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보살은 보리도를 수행할 때 길을 잃은 중생에게 바른 길을 가르쳐주며, 길 위의 기와와 돌멩이 가시덤불을 제거하며, 건너야 할 물이나 험한 곳에 다리를 놓으며, 어두운 곳을 위해 등불을 단다.” 약자를 향한 교황의 위로는국민들에게 큰 울림 다가와 불교서 멀어진 삶 경책위해곁에 온 보살이라 생각해야 보살의 길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경전도 드물 것이다. 보살의 삶은 엄청난 희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길 잃은 사람들에게 바른 길을 일러주고 어두운 곳에 등불 밝혀주는 것도 보살의 삶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