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폭풍과 뜨거움을 걸러낸 계절이 선정에 잠겨 있는 것처럼 맑고 투명한 가을이다. 그 잔잔한 햇살속으로 눈을 감고 고요함속으로 들어가면 가을하늘이 호수에 조용히 퍼져간다. 잔잔한 호수에 낚시대 걸쳐진 호수가에 주인은 없고 잔물결만 살랑이는 것을 본다. 올여름 불나방이 환한 빛을 찾아맴돌 듯이 나도 마음을 관(觀)하는 수식관(數息觀)을 흉내내면서 맴돌았다.그러나 업의 습기가 무겁고 오욕칠정(五慾七情)이 뭉쳐진 또다른 마음이 불쑥불쑥 나타나 깜짝깜짝 놀라는 자기와의 싸움이 계속 되어가는 것을 본다. 불연 듯 솟구치는 상념과 더러운 번뇌망상이 저승사자처럼 슬쩍 비췄다가 도둑고양이처럼 사라질 때 또 다른 나를 보고서는 흠칫 놀라곤 한다. 그럴때는 마음을 안으로 모으면서 부처님께서 금강경에 말씀하신 `범소유
병자년을 며칠 앞두고, 매년 정초에 단 한번의 연하장으로 그간의 안부를 대신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바뀐 주소도 알릴 겸 새해 인사를 유선으로 생색내어 보려는 간특한 꾀부림이었다. "올해는 연하장 안 보낼낀데 문디 가시나 전화는 와 했노" 장난어린 대꾸에도, 40이 낼모레라는 둥 여태 뭘 했나 모르겠다는 등등의 너스레를 떨어댔다. "봐라, 내 만들어 본긴데, 우아한 30대 매혹적인 40대는 우떤노?" 서울로 유학 온 그녀는 대학생활에서의 경제적 형편이 비슷한 처지의 나와 다를 것 없어 늘 우리들의 만찬은 허기진 수다와 덜 익은 면발의 컵라면이 전부였고, 비오는 날의 병적인 수강 기피증으로도 매 학기 전액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는, 양호교생실습 첫날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청바지를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전공하다보니 한글대장경을 자주 참고하게 된다. 한문으로 된 대장경을 보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잘못된 번역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럴 때면 한글대장경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경전 번역에 있어 번역자의 성의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학계에 만연된 있는 한글대장경에 대한 지나친 불신이나 폄하하려는 태도도 문제다. 간혹 주변에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고집스럽게 일본의 신수대장경을 인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곳에서 권위(?)를 찾으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앞선다. 그러나 이같은 풍토는 불교학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논문에 한글대장경을 인용하는 경
얼마 전 신문에서 봉정암에서 불법으로 헬기장을 만들어 고발당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고 봉정암은 천연보호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니 불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즘 불교계에서 가야산과 지리산의 훼손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꼭 사찰의 피해 때문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 때문이기도 하다. 불교계가 함께 힘을 모아 환경 보호를 외쳐도 아쉬운 지경인데 이런 일이 생겨서 앞으로 불교계에서 외치는 환경보호론에 사람들이 동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서울 강남구 유영순
며칠 전 택시를 타고 조계사 앞을 지날 때 였다. 갑자기 택시 운전수가 “물이 부족한데 중들까지 댐 건설을 반대하고 난리”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 운전수의 말인 즉,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자원 정책의 일환으로 댐을 건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후 법보신문 에서 ‘생태도 문화재도 다 죽는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다시 택시 기사를 만난다면 지리산 댐 건설이 왜 백지화 되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실은 그 택시 운전수와 같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 후손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각성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물을 아껴쓰고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물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고 굳이 환경
올 여름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는 사찰이나 환경 단체들이 주관하는 환경 운동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해마다 여름 휴가를 떠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터이지만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해변이나 산의 경우 사고의 위험도 많고 교통 체증으로 휴가 온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곤 했다. 무질서한 그곳에서 자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는 체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올 여름 휴가는 자녀와 상의해 사찰 주변의 정서를 체득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수련 프로그램에 다녀오면 좋을 듯 하다. 지리산 댐이나 해인사 가야산 도로건설, 계룡산 관광단지 조성 등으로 유명한 사찰을 끼고 있는 국립공원의 경우 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곳에 나고 자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실천의 진리② 3)올바른 말 올바른 말이란 올바른 사유 다음에 일어나는 행위로 언어생활을 바르게하여 번뇌의 소멸로 향하는 작용이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거짓말.저주하는말.이간질하는 말.비단결 같은 말을 떠나 진실을 말하고 찬탄하는 말을 하며, 자애로운 말로 서로를 융화시키고 유익한 말만을 하는 것을 뜻하고 있다. 즉 올바른 견해는 거짓말 등을 하지 않는 언어적 표현으로서 구체화하는 것이 올바른 말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외도의 삿된 견해를 물리치고 번뇌의 소멸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저주하는 말을하는 것도 올바른 견해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말이라고 할 수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올바른 말은 올바른
얼마전에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에 계신 분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내가 불교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니깐, 학진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호학문분야 혹은 희귀학문분야에 불교학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말을 했다. 물론 학진의 홍보부족등을 그 이유로 말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관련학문 전공자들의 관심부족이 더 큰 이유인 듯 하다. 학진은 교수님들이 주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교육부 산하 단체로서, 각 학문의 육성발전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인문사회분야 지원금으로 책정된 금액이 무려 30억원이었다. 불교원전 번역 즉,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혹은 한문 원전 등에 대한 분야에 지원을 하면(물론 원전번역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지원할 분야는 많
한 때 ‘골프장 건설’ 파동으로 여러 해에 걸쳐 몸살을 앓아온 가야산에 최근에는 가야산의 허리를 잘라 가야산을 관통하는 순환도로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수행과 공부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또다시 수행과 공부를 일시 접어 둔 채 도로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할 눈 푸른 납자와 학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정부당국의 한심한 환경정책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인사가 어떠한 곳인가. 오랜 역사적 전통이야 접어두더라도 근대 선의 중흥조이신 경허, 용성, 고암, 성철대선사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조계종 종정이신 혜암대선사가 주석하시며 수많은 눈푸른 납자들을 지도하고 배출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처이다. 또한 미래세대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
조계종 종립학교 교법사단 임시총회가 개최된 지난 10일, 총회에 참석한 교법사들 사이에선 교법사 지위에 관한 푸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학교에서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법회에 많은 교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지않는 것은 물론 교법사가 일반교사와 다를 바 없는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게 주된 요지다. 개신교, 천주교등 기독교계통 학교의 교목이나 신부와비교하면 교법사의 역할 및 지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건설회사인 U주택 L회장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인물. L회장이 부도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J여자중고를 인수한건 지난 91년의 일이다. L회장이 이학교를 인수한 뒤 기독교학교였던 J교는 종교와는 무관한 일반 사립학교로 탈바꿈했다. 이학교는 이사장이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의 일상속에서 내가 관음정사를 찾게 된 동기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것 같다. 집안의 종교는 불교이지만 나의 불심은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러던 차에 친구의 제5기 불교기초과정 수료식엘 참석하면서 불교를 접할일이 있었고 친구의 권유로 본격적인 불교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게 된 모든 광경들에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압도되어 갔다. 법회광경, 스님들의 진지한 설법 수계증 수여 등 많은 시간이 흘러도 지루함은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제6기 불교기초과정에 입학하게 되었고 설레임과 궁금함이 교차된 첫 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해선스님의 인사말과 "6기는 6바라밀의 최고이며 서로가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니 열심히 노력하자"는 말씀 또한잊지
어느날 친구를 따라 사찰로 성지순례를 갔다. 그 친구는 그 절에 자주 가는 편이라 스님도 신도들도 다 낯익은 터였다. 점심공양이 시작되었을때 나는 조금은 서먹했다. 친구를 따라온지라 스님도 모르고 신도도 몇몇 사람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으레 사찰은 네것 내것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기에 공양간에 가서 공양을 갖다 날랐다. 그때 어떤 불자가 하는 말이 우리절이니까 손대지 말라고 하는것이다. 나는 그 순간 기분이 몹시 상했다. 보시를 많이 한 사람은 보살님이라 하고 그렇치 못한 사람은 쳐다 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사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불교의 대부분의 신도가 할머니이거나 초하루나 보름같은 일정한 날만을 찾는 신도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선가 불교를 연구포교
지난 1월 삼각산 관음사에서 시아버님의 49재를 봉행했서 곧이어 2월 중순에 친정아버님의 49재를 지냈다. 추운 올 겨울에 두 분 아버님께서 차디찬 지하에 묻히시니 허무하고 허전함은 말로 다할수가 없다. 제행은 무상이요, 생자는 필멸이라 했던가. 시아버님은 작년 12월 9일, 친정 아버님은 새해 먼동이 트자마자(1월 3일)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큰일을 두번 당하고 보니 찰라찰라 순간 순간 변화무상한 우주법계의 이치가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부모님의 인연으로 인해 잠시 와서 머물다 다시 인연이 다하면 지수화풍의 사대로 흩어져 한줌의 흙이 되었다가 다시 윤회의 굴레 속에서 인연의 업연으로 생멸을 계속해야 하는 미혹한 인간은 자연의 진리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아버님께서
적극적인 환경운동 펼쳐야 최근 들어 불교계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불교계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상)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히 멀었다는 생각이다. 부처님의 사상이야말로 환경운동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친환경적이며 어찌 보면 환경운동의 유일한 사상적 기초,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불교계의 환경운동은 너무나 수세적이다. 사찰 앞에 대형건물이 들어서고 댐 건설로 물에 잠긴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환경권을 이야기하고 조직을 만들고 성명서를 내고 하는 모습,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을 하는 모습. 정말 환경운동이라는 말을 쓸 자격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570호 독자 페이지에 난 ‘작은 환경 운동부터 실천을’이라는 글에 동감한다. 사찰에서 그것도 국립공원이나 큰절에서도 오수를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한 번쯤 정화해서 버리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또 방생도 문제로 자주 제기되는데 외래어종을 구입해 방생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늘 불교계 내에서도 자제를 부탁하지만 아직도 해마다 몇 번씩 행사를 갖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다. 사서 살려주지 말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좋은 방생이 아닐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터넷 독자
대불련 총동문회(대불)에서는 중국의 황산 보타산(관음도량) 구화산(지장도량) 상해(임시정부)등 성지순례를 오는 11월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실시한다. 또 대불에서는 오는 12일 전재성(동국대 강사)씨를 초청 법회를 갖고 오는 20일 중국 북경 오대산 운강석굴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02)723-9811
얼마전 인도에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갈 때 스님들도 몇 분 같이 가시게 됐는데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떤 서양인이 일행들 중 스님을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국말로 “스님”이라고 하면서 합장 배례하며 얘기를 했는데 다른 한국말은 모르지만 ‘스님’이라는 말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스님들이 훌륭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서양에서 활동하고 계신 한국 스님들이 열심히 노력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여행하면서 사복을 입고 다니는 스님도 봤는데 계율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들이 찌푸릴 수 있는 행동은 한국불교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 나라 사람들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 여행객들까지 많은 사
최근 단군상을 파괴했다는 한 기독교 목사의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에 걸쳐서 40여 개의 단군상을 파괴하고 고위직 인사를 친구라고 빙자한 것도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종교 속에 빠져 그 종교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여럿이 함께 사는 사회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마땅히 일벌백계 차원에서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각 종교의 지도자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단군상 파괴의 논리속에 훼불의 논리가 숨어있기 때문에 불교계에서도 그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의정부시 이정환
정토수련원(원장 법륜스님)에서는 `전환기의 사회진단과 전망' `21세기 새로운 변화의 물결' `21세기 새로운 리더쉽, 불교의 역할'을 주제로 오는 16일부터 `96가을정기강좌를 서울 정토포교원에서 개최한다. 02)379-1650
올 여름 휴가를 적멸보궁을 참배하며 보냈다. 적멸보궁 참배는 신심을 새롭게 다지며 지친 삶을 재충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체험을 엉망으로 만든 일이 있었다. 필자는 평소 운전을 하면서 모 방송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날(정확히 7월 30일이었다)도 무심코 이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오대산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공영방송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을 듣게 됐다. 당시 남자 사회자는 젊은이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어 이혼문제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며 “이 위대한 주일 오후에 하나님이 두렵지 않습니까. 젊은 양떼들이여”라는 멘트를 했다. 필자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방송도 아니고 평화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