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표현한 한시 500편 수록 스님-불교적 작품 ‘선시’로 격상된 계기 1976년 석지현 스님이 편역한 『선시(禪詩)』가 출판되자 불교계의 독서층과 선승들은 물론 문학계 역시 매우 신선하고 경이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선시(禪詩)’라는 매력적인 테마와 용어가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공식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중국, 한국 고승들의 시(詩) 가운데서 선취(禪趣) 있는 시를 모아 시적(詩的), 문학적으로 번역하고 주(註)와 해설을 붙인 책으로서 국문학계와 현대문학계로 하여금 ‘선시(禪詩)’라는 새로운 연구테마와 ‘장르’를 탄생시킨 책이었다. 또 이 책으로 인하여 선승들이 읊은 선시는 음풍농월의 일반인들의 시(詩)와는 완전히 다른 선의 세계, 깨달
『천수경』의 경우, 이미 적지 않은 해설서들이 나와 있다. 나 역시 1991년 1년 동안 법보신문을 통하여 해설을 연재한 바 있으며, 이를 『천수경이야기』(민족사, 1992)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바 있다. 13년 전의 일이다. 그런 뒤에도 나는 『천수경』에 붙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게 있어서 도대체 『천수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는 말일까? 나는 학자로서 대학에 몸담고 있다. 전공영역이라는 기준으로 한 사람의 학자를 평가할 때, 『천수경』을 공부한다는 것(물론, 『천수경』만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어떤 전공영역 안에도 소속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수경』의 핵심이 신묘장구대다라니라는 다라니에 있으며 대장경 속에는 그 다라니를 설하는 것이 중심이 된 『
주요 불상 개별적 접근 척박한 학술계서 고전 역활 초학자 위해 친절한 설명 전문용어 한-범자 풀이도 불상은 불교미술의 꽃이다. 불상은 신자들의 경배 대상으로서 미술적 가치는 물론 엄숙함과 자비스러움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불상은 그 나라 사람들의 인간미와 문화를 닮는다. 인도의 불상은 인도인, 중국불상은 중국인, 한국의 불상은 순박한 한국인의 모습을 닮고 있다. 해방 후 한국의 불상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와 입문서가 황수영 박사의『한국의 불상』(1973)와 진홍섭 선생의『한국불상의 연구』(1976)이다. 황수영 박사의 『한국의 불상』는 역사적 미술적 가치를 갖고 있는 중요 불상에 대한 개별적 구체적인 연구로서, 저자가 전국을 답사하면서 조사 연구하여 발표한 논문들을 시대별 주제별로 묶은
900여 종에 달하는 불교문헌 집대성 해제-소장처-저자 기초 연구자료 제공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이후 1500여년 동안 수많은 고승이 배출되었다. 그 중에는 원효나 의상, 보조, 일연처럼 동아시아 불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고승이 있는가 하면, 한두 줄에 그친 고승도 있고, 아예 법명 두 글자가 역사서에 오르지 못한 이도 많다. 또 당대는 비록 일세(一世)를 쥐락펴락 했으나 끝내 악명만 남긴 채 영영 역사의 은막 속으로 사라져 버린 가련한 스님도 있다. 그들은 무엇을 남겼기에 역사 속에 살아 후세의 상징이 되고 있는가? 승랑은 삼론학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가슴에 남게 되었고, 원효는 많은 저술을 남겼기 때문에, 원칙은 유식학을, 의상은 화엄의 「일승법계도」를, 자장은 계율을
“민족의 문화유산인 전통사찰을 남북의 불자들이 공동으로 복원하는 것으로 불교역사의 복원과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남북교류의 활성화를 통하여 통일에 불교가 역할을 다하자” 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가 19일 추진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신계사 복원불사는 그동안의 남북간 교류와는 차원을 달리하여 남북의 학자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절터에 대한 발굴조사와 학술적 고증을 거쳤으며, 전통목조 양식의 건축을 통한 복원 등 세부적인 절차에 대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해가며 진행하는 불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 이 불사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 추진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본격적인 불사에 돌입하게 된다고 한다. 연내에 대웅전과 석탑의 복원을 마무리 짓고 오는 20
‘이야기꺼리’ 가리고 추려 학문의 대상으로 정립 해박한 경전-교리 이해로 불교-민속 융화 과정 밝혀 『삼국유사』, 『해동고승전』, 『조선불교통사』, 『사지(寺誌)』, 『사적(事蹟)」, 『비문」 등 많은 전적에 수록된 불교설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이야기꺼리에 지나지 않았던 불교설화를 학문의 대상으로 올려놓은 책이 황패강(黃浿江, 1929- )선생의 『신라불교설화연구』이다. 이 책은 또한 불교와 국문학의 상관성을 밀도 있게 부각시킨 책이다. 저자는 불교설화의 탄생요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설화는 민속적 전승물(傳承物)이다. 불교설화도 그 예외는 아니다. 그것은 불교라는 이질적인 문화 요소가 전통적인 우리의 민속 속에 수용된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불교와 민속이 그 위화감을
실천-법타 스님, 문학-황석영 선정 만해선양회, 5개 분야 8월12일 시상 재단법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총재 법장 스님. 이하 만해선양회)가 선정하는 제8회 만해 대상 평화부문에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선정됐다. 만해선양회 측은 평화부문을 포함 총 5개 분야의 각 부문별 수상자 선정 결과를 5월 11일 발표했다.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에는 평화부문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포함 실천부문에 법타 스님(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문학부문에 황석영 작가, 학술부문에 데이비드 맥캔 미국 하버드대 교수, 예술부문에 임권택 영화감독이 선정됐다. 만해대상 심사위원회는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지도자로서 인류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진력
작품 속 불교정서 문학관점서 분석 사상-예술 포괄해 불교문학사 견인 신라인들은 문학(향가)과 예술(불국사)의 승화를 통하여 생전엔 행복을 추구했고 사후엔 정토왕생을 기원했다. 현세는 물론 내세에서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는 것이 그들의 바램이자 보편적 가치관이었다. 신라인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즉 향가의 불교문학적 연구를 통하여 신라불교의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노력한 책이 김운학(金雲學, 1934-1981) 스님의 『신라불교문학연구』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국문학자들의 관점(문학적 해석)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에서 향가를 연구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향가가 대부분 불교사상과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다분히 불교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 모순 비판부터 수행자상 정립까지 수필로 인생 통찰한 초창기-대표적 저술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40년이 넘도록 불교계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명 수필은 단연 법정스님의 『무소유』이다. 그의 수필세계는 독특하다. 그는 남들이 흔히 좋아하는, 일테면 모노드라마처럼 지난날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다거나 한껏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데 만족한다거나 졸졸 일상 생활을 스케치하는 통속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왜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주제에 몰입하게 한다. 그의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침잠하도록 하고, 그의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그는 수필을 통하여 70년대 유신체제에 항거했고, 지식인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했고 사회 곳곳의 모순을
문화재청 보각국사비 복원위원회서 결의 “민족문화 정체성 회복하는 것”교계 환영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인각사 보각국사비가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 17일 문화재연구소에서 ‘인각사 보각국사비 복원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경북 군위 인각사 경내에 남아있는 보물 제428호 ‘인각보각국사비’〈사진〉를 복원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인각사 보각국사비는 일연 스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것으로 그의 제자인 청분 스님에 의해 고려 충렬왕 25년인 1295년에 세워졌으며, 비문은 당시의 문장가인 민지가 왕명을 받아 왕희지체를 집자(集子)해 만들어졌다. 특히 보각국사비는 비문의 서체가 수려해 중국에까지 명성이 높았으나 잦은 탁본과 임진왜란 등 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점
동대 중심 불교사 풍토에 한국사 학자의 저서 ‘신선’ 맹목적 서양 추종 탄식 우리사상 우월함 입증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최소한) 우리 철학계의 흐름은 서양철학과 유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철학이었다. 불교가 인도철학과 함께 인문대 철학과의 연구테마 속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한국사상사 역시 유학 중심이었다. 불교는 동양철학 속에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불교학은 동국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첫째 불교(학)는 조선조 500년 동안 숭유억불로 인하여 거의 전멸한데 반하여 유학은 하늘을 찔렀던 후광 때문이었다. 둘째 근대 이후 불교의 학문적 발전은 너무 거북이 걸음이었다. 이처럼 유학 중심의 일방적 한국사상사 연구 속에서 최초
냉철한 시각 철학적 사색 불교-인도철학 넘나들어 구도-제도 ‘갈림길’ 아닌‘종교 사명’으로 규정 수필과 수상(隨想)이라는 테마를 통하여 현대인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알리고 불교를 비평하고 불교를 사랑했던 책이 서경수 선생(1925-1986)의 『세속의 길 열반의 길 』이다. ‘불교수상집’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종을 울리기도 했던 이 책은 당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불교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철학적 사색과 지성적 시각으로 심도 있게 불교와 인도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추구하는 훌륭한 가르침에 대해서는 순애보 같은 사랑을 보냈지만, 현실은 도외시한 채 구태에 젖어 있는 승단에 대해서는 절망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에게 있어서 한국의 승단은 진정 이러지도
극락전 복원-학술세미나 성역화 ‘박차’ 문화재청 10억…2006년 토지매입 마무리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으로 알려진 군위 인각사(주지 상인 스님)가 최근 성역화 불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역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군위 인각사. 지난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인각사 중장기 종합 정비 사업’을 승인 받은 인각사는 성역화 사업 계획에 따라 오는 2월부터 극락전 해체복원불사와 함께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또 지난 2001년부터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1차 지표조사와 2차 시굴조사를 끝마친 인각사는 올해부터 점차적으로 토지매입에 착수할 방침이다. 문화재위원과 발굴조사단에 따르면 인각사 사역은 약 1만 5천 평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
1963년 대한불청 주도로 교리·사상 한 권에 집대성 꼼꼼한 ‘경전 색인’ 백미 당대 한국 대표한 명저 1963년 법통사에서 간행된 『우리말 팔만대장경』은 방대한 대장경 가운데 교리, 사상적으로 정수만을 가려 뽑아 누구나 쉽게 대장경 전체의 내용과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한 우리나라 최초의 ‘경전모음집’이다. 이 책은 1960년대 초에 엘리트 청년불자들의 신행단체인 ‘대한불교청년회’에 의하여 기획 간행되었는데 당시 그들로서는 불교청년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전(聖典)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한 강렬한 지적욕구를 갖고 있었던 대한불교청년회의 핵심 멤버들은 우선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불교성전’이나 ‘경전 모음집’류의 필요성을 느끼고 법통사와 협의하여 불교성
어린 시절 ‘죽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저자는 철이 나고 인생의 고통을 맛보면서 ‘차라리 빨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죽어 버리고 나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7년전 집필했던 책을 재편집해 다시 발간했다. “다시는 이와 같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 변으로 당시의 치열했던 고민을 살짝 들춰 보이며. 저자는 번뇌와 업, 고통이라는 단어야말로 인간을 이해하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면서도 막상 그 실상에 대한 우리의 주목은 너무도 인색했다고 피력한다. 번뇌, 업, 고통은 버리고 벗어나 가급적 멀리 떨어져있어야 안심할 수 있는 단어들이었던 것이다. 몸에 달라붙은 꽃을 떼어내려 애썼
출가 수행-구국의 삶 수행자 표상처럼 보여 초심자들 ‘선풍’ 일으킨 1960년대 베스트 셀러 내가 이종익 선생(19 12~1991)의 소설 『사명대사』를 읽은 것은 입산한 지 3년쯤 되던 1968년(17세) 여름이었다. 해제를 얼마간 남겨 두고 지객 소임을 맡고 있던 스님이 하루는 걸망을 정리하고 있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정기적인 예행연습이었다. 1992년 간행된 개정판. 그 스님은 좀 지적(知的)이었다. 나이는 꽤 위였지만 몇 달 간 한 도량에 살면서 나는 그 스님을 좋아했다. 적막한 산중에서 그런 스님은 흔치 않았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그 스님은 책 한 권 내밀었다. 소설 『사명대사』였다. 소설이니 문학이니 하는 말이 왠지 낯설고 어색하게 들렸던 문화의 벽지
“『논어』는 수행서입니다. 일반인에게 있어 수행은 감정을 잘 통제하는 것에서 출발해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희로애락에 대한 통제가 수행의 출발이라면 『논어』야 말로 일관되게 희로애락에 대한 제어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논어』를 접하는 것은 수행으로 나가는 첫걸음인 동시에 수행을 하는 동안 의지하고 지탱해줄 수 있는 지팡이를 하나 얻는 것입니다.” 불교서적 전문출판사인 민족사 대표이자 불교저술가인 윤창화〈사진〉 사장이 불자들을 위한 『논어』 강의를 개설했다. 강의는 3월 10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8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장소는 종로구 낙원동 건국 빌딩에 위치한 문수법공양회 사무실이다. 윤 대표는 “경전의 문장 구조는 일반 한문 문장과는
1970년대 초반들어‘간단한 성전’ 수요 늘어 조계종 나서 편찬위 구성 1600년 불교역사에 한 획 불교에는 많은 경전이 있다. 소위 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이라고 일컫는 경전전집(全集) 속에는 약 1496종의 경전(논서 포함)이 수록되어 있으며, 기타 『속장경』 등에 수록된 중국 각 종파의 저술과 주석서, 그리고 선어록까지 합하면 실로 엄청난 양에 속한다. 초심자는 물론이지만 일평생 스님이나 불교학자로 살아가겠다고 투신한 사람들도 수많은 경전의 바다에서 헤맨다. 도대체 불교엔 왜 이렇게 경전이 많은 것인지, 그리고 각 경전의 특성과 가르침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불교경전은 부처님께서 생존시에 친히 설하신 『우다나』, 『숫타니파타』, 『법구경』 등
『인도철학과 불교』/권오민 지음, 『고대인도사회와 초기불교』/우마 차크라바르티 지음 거대한 용광로처럼 수십 개의 문자와 수백 개의 언어, 수천 개의 방언이 만들어내는 수 만개의 문화가 공존하는 땅이 인도이다. 이 속에서 나고 자란 불교를 인도로부터 분리해 관찰하거나 혹은 반대로 불교 속에서 인도의 색채를 분리해보려는 시도는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시기 민족사가 출간한 두 권의 책은 고대 인도사회와 초기 불교, 그리고 인도 철학과 불교를 견주고 있지만 결코 이런 허무한 시도를 하고 있지는 않다. 『고대 인도사회와 초기불교』는 ‘불교를 초역사적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관점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다. 필자는 불교야말로 당시 사회의 대안으로 새로운 사상을 세우려는 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