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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순간조차 외로웠던 영가 위한 천도재 봉행

  • 사회
  • 입력 2017.11.22 23:35
  • 수정 2017.11.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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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위, ‘무연고 사망자 위로법회’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사회적 약자 장례지원단체 ‘나눔과나눔’과 함께 11월22일 파주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 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기도’를 봉행했다.

11월22일 파주 승화원 ‘추모의집’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도 자비나눔 방문
“존엄한 죽음 사회적으로 보장 돼야”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무연고 사망자의 외로운 죽음에 가슴 아픔을 느낍니다. 고인이 걸어온 기나긴 외로움의 여정을 늦게나마 배웅하며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이제는 고이 잠드소서.”

외롭게 지내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 사망자의 영령을 보듬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사회적 약자 장례지원단체 ‘나눔과나눔’과 함께 11월22일 파주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 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기도’를 봉행했다. 사부대중들은 무연고 사망자 영령의 극락왕생을 한 마음으로 발원했다.

천도재는 영가관욕, 상단예불, 천수경, 영가축원, 관음시식, 정근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동참자들이 헌향·헌화를 하는 동안 무연고 사망자의 해탈열반을 기원하는 독경소리가 ‘추모의집’을 장엄했다.

조계종 사회국장 해공 스님은 여는 말을 통해 “우리사회 소외받는 곳에 대한 관심은 종교를 떠나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죽음의 순간조차도 외로웠을 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고 말했다.

▲ 동참자들이 헌향·헌화를 하는 동안 무연고 사망자의 해탈열반을 기원하는 독경소리가 ‘추모의집’을 장엄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를 지칭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기초수급생활자나 독거를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소외된 생계 현장에서 고독사를 맞이한 사망자는 연고가 있음에도 장례비용 등 경제적 문제로 시신을 포기당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무연고 사망자는 시신인수포기자를 포함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066명에서 2016년 1496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 말에는 무연고 사망자가 20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들의 시체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규정에 의해 시체가 안치돼 있는 관할 구청의 무연고 처리부서에서 처리를 진행한다.

서울시의 경우 화장한 유골을 ‘추모의 집’에 10년간 봉안 후, 시립공동묘지에 합동매장하고 있다. 현재 ‘추모의집’에 안치된 무연고 사망자 유골은 2950위로 2017년 한해에만 10월까지 302위의 유골이 추가 봉안됐다. 지난 10년 동안 단 110위의 유골만이 유족에게 돌아갔음을 감안하면 반환율은 3.8%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추모의집’ 내 유골함 앞에서 직접 영가들을 위한 축원을 염송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무연고 사망자 천도재는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송파세모녀’ 사건 이후 빈곤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소식을 접하고 이들을 위한 천도재를 준비했다. 특히 종교대표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추모의집’을 찾아 무연고 사망자 영가를 축원하고 무연고 사망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노력해온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설정 스님은 박호영 시설관리공단 추모시설운영처장으로부터 국내 무연고 사망자 현황과 ‘추모의집’ 운영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추모의집’ 내 유골함 앞에서 직접 영가들을 위한 축원을 염송했다. 영가들을 위한 불단에 헌다와 헌화 후 설정 스님은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과 이동현 노숙자 인권단체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에게 각각 격려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추모의집’을 찾아 무연고 사망자 영가를 축원하고 무연고 사망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노력해온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설정 스님은 “이곳에 모셔진 3000여명을 포함한 모든 무연고 사망자들의 영가들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깊이 느끼고 열반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함께 해주어 감사하다”며 “유형·무형의 생명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사회는 진정 평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종교를 막론하고 종단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감사하다”며 “조계종의 위로 방문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인식이 확대돼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한국 사회로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공영장례조례’가 최초로 발의됐지만 지원 대상이나 시행 지역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가족의 유무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존엄한 죽음은 사회 시스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노동위는 앞으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기도’를 정례화 해 봉행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호(59) 홈리스행동 회원은 “불교계의 관심에 불자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기도와 관심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인형(75) 동자동 사랑방 회원도 “함께 살던 이들이 죽음을 맞으면 이곳에 매장되는 경우가 많다. 불교계의 관심이 깊은 위로가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 설정 스님은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과 이동현 노숙자 인권단체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에게 각각 격려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사회부장 진각, 홍보국장 효신,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 스님과 사회노동위원회 실천위원 우담, 지몽, 보영, 현성, 대각, 용주, 원해, 유엄 스님,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홈리스행동 회원, 동자동 쪽방주민지원센터 동자동 사랑방 회원 등 사부대중 30여명이 참석했다. 제단에 올린 과일과 떡, 향, 초 등은 서울 조계사에서 지원했다. 

파주=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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