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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관촉사 마을 ‘목발 불자’

기자명 지현 스님
미륵 부처님이 우뚝 솟아올라 천년도량을 굽어보고 있는 논산 반야산 관촉사! ‘관촉사’라고 부르기보다 그냥 ‘은진미륵’이라 불리고 있는 이 도량엔 사시사철 불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해 봄날이었던가? 큰방에서 대중 스님들과 점심 공양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큰방에 붙어 있는 사무실 유리창 문을 두드렸다. 공양을 하다말고 내가 나가 문을 열었을 때 목발을 짚고 서 있는 한 사내가 서서 꾸벅 인사를 했다.

“거사님!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이렇게 묻자 그는 웃음 띤 얼굴로 “지현 스님을 찾아왔노라”고 했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지현’인데 어쩐 일로….”

“스님! 그림 하는 강찬모 소개로 왔습니다만.”

그의 집은 관촉사 아랫동네 ‘강경’에 있었고 강찬모는 초등학교 동창이며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가 목발을 짚게 된 사연은 정말 슬펐다. ‘박정희’, 그 시퍼런 군사독재시절, 삼선개헌을 반대하는 데모가 연일 학원가를 난타할 때, 그는 서울대 문리대 독문과에 재학 중이었다. 데모대가 종로까지 휩쓸려 나갔을 때 그는 쓰러졌다. 그리고 의식이 되살아났을 때 그의 왼쪽 다리는 없었다. 최루탄이 그의 왼쪽다리에 꽂힌 것이다.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촉망받던 한 젊은이가 저처럼 쓰러져 가고 있단 말인가. 경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했다. 독일 하일델베르크대학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딴 뒤 귀국해 후배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몰두하려 했다. 허나 그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는 시도 쓰고 싶었다.

지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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