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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릇 오래했다고 큰스님 아니다

기자명 철우 스님

우리에게 큰스님은 없는가?

달라이라마가 존경스럽고 틱낫한 스님이 우러러 보이는 것은, 마치 장롱 속의 진주는 오랫동안 본 것이라 백화점 진열해 놓은 진주가 더 크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은 욕심 때문은 아닐까?

율장에서는 큰스님을 상좌(上座)라고 하거나, 대덕(大德)이라 하며, 선지식이라 말한다. 사람을 이끌어 훌륭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게 하는 스승이며, 덕이 높고 계행을 잘 지키고 맑게 살며 오랫동안 수행을 쌓아 고명한 대비구를 부르는 존칭이며, 그리고 백세(百歲) 후까지도 모든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큼 훌륭한 분이다.

또 큰스님은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닫게 하는 분이다.

목건련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열반이 있고, 또 열반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셨는데, 왜 어떤 제자는 열반에 도달하고, 어떤 제자는 열반에 도달하지 못합니까?”

“목건련이여, 너에게 묻겠다. 너는 왕사성을 알고 가는 길을 알고 있지 않느냐?”

“예,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에게 그 길을 묻는다면 너는 아는 대로 바르게 그 길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러면 네가 가르쳐 준 대로 바르게 끝까지 가서 그 곳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고, 또 바르게 가지도 않고 게을러서 중도에 단념하여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도 있고, 또 그 길을 네가 바르게 가르쳐 주었는데도 어째서 어떤 사람은 그 곳에 도달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도달하지 못하느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길을 가르쳐 줄 뿐 아무런 책임도 없습니다.”

“그렇다. 나도 또한 그럴 뿐이다. 내가 길을 가르쳐 준 다음에는 각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 나는 다만 그 길을 가르칠 뿐이고, 그들의 행을 보고 ‘마침내 너는 번뇌가 없어지고 열반에 도달하였다’라고 인정할 따름이다.” 하셨다.

지금 우리가 유명한 큰스님이 많지 않다 해서 ‘큰스님이 없다’ 하지 말자. 그와 같은 스님이 나오실 것이라는 희망마저 밟아 버리지 말자. 누가 어떠면 어떻다고 야단이고 저러면 저렇다고 야단인 이 풍토에서는 나오실 큰스님도 못 나오신다. 꼭 중노릇 오래하고 나이 많아야 큰스님은 아니다.

유명하다 해서 사람들이 모여 가고 모여 와야 큰스님은 아니다. 나이 젊어도 계를 지니고 올바른 행을 하며 조용하게 열심히 정진하는 스님이 큰스님이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장( vinayabul@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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