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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카르마 렉시 쏘머-상

일본 선불교 경험, 서퍼에서 불교철학자로 변신

‘젠’이란 성 때문에 놀림 받고
선불교 공부에 빠져들며 희열
일본서 서핑 중 명상 접하고
다람살라서 불교철학자 거듭

카르마 렉시 쏘머.
카르마 렉시 쏘머.

미국에 있는 유명 해변 말리부 비치에서 파도를 타던 서퍼가 어떻게 모두에게 존경받는 스님이 됐을까? 캘리포니아에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하와이 호놀룰루와 일본 요코하마를 돌아다니며 서핑을 즐기다 불교에 귀의해 한평생을 바친 패트리시아 젠(Patricia Zenn) 이야기이다.

패트리시아 젠은 1944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의 성은 ‘젠’이었고 친구들은 그를 선(Zen)불교 신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선불교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선불교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가 궁금해졌다. 동네 도서관에서 아동을 위한 선불교 기본 서적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책을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한 희열을 느꼈다. 선불교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삶과 죽음’ 같은 것을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됐다.

그는 10대였던 1950년대,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애지중지 키웠던 강아지 두 마리가 고속도로 근처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가장 슬픈 순간을 맞이했고 아끼던 존재가 죽음을 맞이해 세상을 떠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경험했다. 그는 강아지들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꼽을 만큼 사랑했다.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우울함에 방황하기 시작했고, 남은 10대 시절을 그렇게 우울증에 젖어 보냈다.

패트리시아 젠은 19살이 되던 해, 작은 배낭 하나와 기타 하나를 메고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당시 우울증과 슬픔에 빠진 소녀가 유일하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바로 서핑이었다. 그는 좀 더 다른 환경에서 서핑에 집중해 우울함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일본으로 향한 것이다. 일본 요코하마 바다에서 서핑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겨울이 시작되자 서핑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하루를 보낼만한 일거리를 찾던 그는 우연히 불교 사원에서 명상 수업을 주최한다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서핑으로 하루 종일을 보내던 그는 문득 아시아에 온 김에 불교 명상을 배워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모임에 참석해 초보자를 위한 명상을 경험했다. ‘젠’이라는 성을 지닌 미국 소녀가 선불교와 접한 첫 순간이었다. 그 후 2년간 아시아 몇 개 국가를 여행하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버클리대에 입학했다. 아시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동양 언어를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 동양 언어를 공부하며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불교 서적을 읽을수록 점점 불교에 더 빠져들었고 관련 학업을 더 깊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다시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시아로 향하며 긴 여행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인도에 도착한 패트리시아 젠은 다람살라로 가서 티베트 강연에 참석, 오랜 기간 수업을 들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내 멋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천방지축 캘리포니아 출신 소녀는 “이곳은 잠시 머무는 곳일 뿐 떠돌아다니는 삶을 계속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수업에 매일 참석하며 불교 철학에 빠져들었고 처음으로 도착한 다람살라에서 무려 6년을 머물게 된다. 그렇게 그곳에서 불교 철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며 불교 철학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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