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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잠양 다그모 쿠쇼-상

티베트·인도·미국으로 이어진 고난 길에 꽃피운 불교

6세부터 린포체 삼촌에 불교교육
중국 공격으로 결혼 후 인도 피난
미국서 주부로 살다 교육자 변신

잠양다그모 쿠쇼.
잠양다그모 쿠쇼.

잠양 다그모라 사키아(Jamyang Dagmola Sakya)는 티베트 동부 캄(Kham) 지역에서 태어났다. 가족들 대부분이 명망 높은 의사나 지위 높은 라마승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불교를 바탕으로 질 높은 교육도 받았다. 당시 티베트에서의 교육은 스님이 되려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이뤄졌다. 일반 어린아이에게 기본교육을 제외한 체계적 불교 철학 공부 기회가 주어진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는 20세기에 가장 존경받는 사키아 마스터 중 한 명인 데즈훙 린포체 3세의 조카이기도 했다. 데즈훙 린포체 3세는 손수 자신의 조카를 가르치기로 하고 스님이 되기 위해 모인 수련승 사이에 데려와 그들과 함께 불교 철학을 교육했다. 수십 명의 스님 지망생들 사이에 앉은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삼촌이 전달하는 내용을 이해하려 애썼다. 데즈훙 린포체 3세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를 평가했다. 그는 조카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음을 감지했다. 덕분에 덕망 높은 여러 라마승의 수많은 강연에 참여하며 점점 더 심도 있는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14세가 된 그는 고향 캄을 떠나 티베트 불교 종파의 중심지인 사키아로 순례를 떠났다. 종교적 서열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사키아의 주요 사원에 도착한 그는 지그달 다그첸 사키아(Jigdal Dagchen Sakya)라는 푼촉(Puntsok) 왕궁에 사는 젊은 귀족을 소개받았다. 사키아 종파 최고 지위의 라마승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젊은이였다. 둘은 후에 결혼했고 그는 사키아 가문 출신 남편을 둔 덕에 결혼과 동시에 높은 귀족 지위를 얻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티베트 불교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남편으로 인해 그 또한 주요 인사가 됐다. 티베트의 사키아 가문은 중앙아시아 전역을 통치했던 쿠불라이칸의 불교 교육을 전담했던 집안으로 오랜 기간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화려한 집안 출신 남자와 1950년 결혼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잠양이 되었고 다그모 쿠쇼라는 직위를 얻게 됐다.

중국이 티베트를 공격하고 점령해 나가자 잠양은 다그첸 린포체가 된 남편과 세 아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그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집을 떠나며 꼭 이 티베트 땅에 돌아오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부처님만을 믿으며 고향의 모든 것을 버리고 미지의 땅인 인도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인도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중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남편은 미국 워싱턴대로부터 연구직을 제안받았고 가족은 미국으로 향했다. 잠양은 인도에서 태어난 아들 한 명과 미국에 도착해 태어난 아기까지 다섯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새로운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혈액은행 연구소에서 일자리를 찾은 그는 다섯 아이들을 돌보는 힘든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남편의 종교활동과 불교 사원의 다양한 행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물심양면으로 남편을 도왔다. 남편 데그첸 린포체는 어린 시절부터 수준 높은 티베트 불교 교육을 받아온 아내의 재능과 능력이 묻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내가 미국인들에게 불교를 가르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그렇게 잠양은 사키아 종파 소속의 라마승 직책을 부여받고 미국에서 불교 교육을 시작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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