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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종치

황제의 딸 자리 박차고 달마 수제자 되어 불법 홍포

중국 선불교 정착에 앞장서 활동
송대 16명 비구니 활동 기반 닦아
동양 여성불교 모범 제시 첫 인물

세계 곳곳에 놀라울 만한 업적을 세운 여성 불교 지도자들이 있다. 비구니 제도를 활성화하는데 큰 공적을 세운 마하파라자파티 고타미, 스리랑카에 여성 스님들의 계급 제도를 창설한 산가미트라, 덕망 높았던 불교 철학 지도자 다마딘나, 중국 최고 비구니스님으로 알려진 징지안, 중국 선 불교의 전파에 앞장섰던 모샨 리아오란, 일본 최초 비구니스님인 젠신, 불교계에서 여성들의 직위를 높이려고 애쓴 콤요 등이다.

종치 스님도 그렇다. 중국 선종 초조 보리달마의 수제자 종치 스님은 양 왕조의 우 황제의 딸로 태어났다. 6세기에 태어난 그녀는 19세가 되던 해 황제의 딸 자리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남다른 지능과 이해력 그리고 놀랄만한 부지런함과 자제력으로 그는 수련과 수행을 했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선종 창시자인 보리달마가 꼽는 4명의 수제자 중 한 명이 됐다.

달마는 종치의 아버지이자 양 왕조 황제인 우 황제를 만나서 소림사를 건설해 달라고 부탁했다. 소림사 건축은 역사적으로 중국 선 불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으로 여겨진다. 달마는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지 않고 그들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줬다.

황제의 딸이었던 종치가 무슨 마음으로 스님이 되었는지 기록된 문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고문서 중 몇몇 서적에서 남자 수련생들과 함께 앉아 달마의 교육을 받는 종치 스님을 언급한 글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문서에 기록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종치 스님은 그 누구보다도 달마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날 달마와 그의 수제자들이 학업을 위해 소림사 방에 모였다. 달마는 제자들에게 그들이 각자 지금껏 수련하며 깨달은 내용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종치 스님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수련을 거듭하며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은 마치 아촉불의 순수한 땅을 보는 즐거움과 같았습니다.”

그러자 스승 달마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모든 걸 이해했다. 너는 내 혈육과도 같이 소중한 사람이 됐다.”

이후 종치 스님은 스승인 달마의 힘을 뒤에 업고 중국 땅에 선불교를 정착시키기 위해 앞장서서 움직였다. 달마의 제자들은 소림사를 중심으로, 또 종치 스님을 중심으로 부처님 기본 가르침과 좌선의 중요성을 교육하며 선불교가 중국 전역에 퍼져나가 단단히 정착할 수 있도록 애썼다.

중국 남북조 시대인 6세기에 태어난 종치 스님이 시작한 여성 불교인의 영향력은 후에 인도의 여성 불교인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러한 여성 불교 지도자들의 작은 힘들이 합쳐져 대승불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고 선언하게 된다. 종치 스님으로 시작된 중국 여성 불교인의 역사는 송나라 시대 무려 16명의 비구니스님이 활발히 활동하며 흐름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종치 스님은 6세기의 인물로 불교계에서 영향력을 지닌 여성 선구자와도 같은 인물이다. 황제의 딸이자 왕실의 구성원으로써 안락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불교계 최고 스승 밑에서 수제자로 성장하며 학업을 마치고 수련까지 마친 그는 불교 초기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종치 스님은 6세기 이후 여러 왕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물론 동양 불교계의 여성들에게 모범이 되는 예를 제시한 최초의 인물로서 존경받아야 할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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