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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서양불교단체의 성추문-상

기자명 장은화

스승·제자 사이 성추문에 미국 불교공동체 흔들

80년대 성적 방종에 휩쓸리면서
불교지도자·제자 성관계도 확산

미국 불교공동체서 문제 야기돼
뿌리내리던 불교 전통 논란 거세

불교서 성적 비행은 범계 중 하나
수련생 받은 충격·실망도 커져가

미국인 수련생에게 아시아서 온 스승은 수행의 역할모델이었다. 때문에 빈번하게 터지는 불교지도자 성추문은 수련생에게 큰 충격이었다.
미국인 수련생에게 아시아서 온 스승은 수행의 역할모델이었다. 때문에 빈번하게 터지는 불교지도자 성추문은 수련생에게 큰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불교는 1960~70년대가 토대를 쌓고 성장하는 시기였다면, 1980~90년대는 고통스런 성장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많은 불교 센터에서 규모가 크면서도 친숙한 공동체들은 카리스마적 스승의 지도 아래 발전해왔다. 아시아 불교에서 볼 수 있는, 독신과 출가라는 승가의 규율은 대부분의 경우 보다 더 느슨하고 세속적인 ‘확대가족’ 공동체 형태로 교체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선원의 스즈키 순류(鈴木 俊隆) 노사(老師)는 이런 수행공동체를 일러 “승려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인도 아니다(非僧非俗)”고 하면서, 서양 선 승가의 특징을 규정하기도 했다. 엄격한 계율을 지켜나가는 승가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일본인 스승들 역시 독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선 공동체들은 의지하고 나아갈 만한 지침이 없었다. 어쩌면 이런 선 단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섹스, 알코올, 금전, 그리고 권력을 둘러싼 스캔들은 불가피했고 또 변화를 촉발하는 데 꼭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의 공동설립자인 잭 콘필드(Jack Kornfield)는 1985년 54명의 불교도 및 비불교도 지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요가저널’에 ‘구루의 성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그 조사결과를 보면 남녀 응답자 54명 중 15명이 독신이었는데, 독신이 아니었던 39명(티베트의 라마승, 일본선의 노사, 위빠사나 지도자, 인도의 스와미 등) 가운데 34명이 자신의 제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통계는 미국에서 명상 지도자들이 파트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혹은 암암리에 제자들과 성생활을 활발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의 수행단체에서는 성에 대한 관념이 일반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콘필드의 조사는 이미 1980년대에 공공연하게 소문으로 돌던 명상지도자의 성추문을 확인시켜 준 것일 뿐이었다. 사실상 1975년부터 시작해서, 1979년 그리고 1982년에 뉴욕 선학협회(The Zen Studies Society)는 시마노 에이도(嶋野 栄道) 노사가 여성 제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했다는 소문으로 들썩였다. 이외에도 다수의 아시아 스승들이 60~70년대에 특징적으로 나타났던 성적 방종에 자유롭게 휩쓸리면서, 제자들과 빈번하게 성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에 이르러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성에 대한 풍습도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이런 성추문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루된 여성들이 남성스승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를 당했다고 고백하면서 밝혀지게 된 성추문 사례들은 권력이 대등하지 않은 파트너 사이의 성관계가 과연 윤리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80년대 미국불교계에 몰아쳤던 섹스, 권력, 금전 스캔들은 막 뿌리를 내리고 있던 불교명상의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들면서 단체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샌프란시스코 선원의 리처드 베이커(Zentatsu Richard Baker)는 1980년대에 시작된 이런 파동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면서 1984년 선원에서 추방되고 말았는데, 그의 사례는 권력, 금전, 그리고 섹스가 어떤 식으로 서로 결합되어 미국의 불교공동체에 문제를 야기했는지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 선원에 이어서, 로스앤젤레스 선원에서도 스캔들이 터졌다. 주인공은 선원의 설립자인 마에즈미(前角 博雄) 노사로서 그는 섹스와 알코올이 문제였다. 그는 선원을 이끌어 가면서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솔직히 털어놓았으며,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결국 1995년 술에 취해서 욕조에서 익사하고 말았다. 그의 스캔들이 외부로 알려지자 수많은 수련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선원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규모와 영향력이 큰 여러 선원에서 선 스승들의 섹스와 금전에 대한 추문이 차례로 터져 나왔다.

사실상 일본인 선사들의 성추문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뉴스거리가 되었다. 2018년 85세로 생을 마감한 에이도 타이 시마노와 2014년 107세로 사망한 조슈 사사키(Joshu Sasaki)가 그 주인공이다. 둘 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카리스마를 가진 일본 임제종 선사로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국에 선을 도입한 주역들이기도 했던 이들의 죽음은 일본인 1세대 지도자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십 년 간 지속적으로 여성 제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면서 두 선사는 대중의 비난과 혐오 속에서 죽음의 순간까지도 명예의 실추를 맛보아야만 했다.

한편 이런 스캔들은 선 단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고, 다른 불교명상 단체들, 즉 티베트불교와 위빠사나 단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초걈 트룽파(Chögyam Trungpa, 1939~1987) 린포체의 단체에서는 지도자와 수련생들이 다 같이 서양의 성도덕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트룽파는 여성 수련생들과 정사를 나누고, 과음하고, 공격적으로 감정을 분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체로 그의 공동체 안에서 이런 행동들은 수용되었고 또 그의 가르침의 한 방식이라고 간주되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개방적이면서도 변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은 편이었다. 트룽파의 후계자인 미국인 오셀 텐진(Ösel Tendzin, 미국명 Thomas Rich) 역시 에이즈에 감염된 채 단체의 남녀 수련생들과 문란한 성관계를 이어가다가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벵골인 위빠사나 법사인 아나가리카 무닌드라(Anagarika Munindra)가 통찰명상협회(IMS) 주최의 집중수련를 지도하고 있는데 수련이 끝나갈 무렵, 한 여성이 앞으로 나서더니 자신이 수련기간 동안 법사와 섹스를 했다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백한 일도 있었다.

불교에서 성적인 비행은 큰 범계(犯戒)행위 중 하나인데, 미국의 선, 티베트불교, 위빠사나 같은 불교명상 단체에서는 하나같이 아시아에서 상상하기 힘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성추문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연루된 남성법사들은 거의 다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들이었다. 특히 수행 경험이 없는 미국인 수련생들에게 아시아에서 온 스승들은 오랜 세월 불교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이상화된 인간으로서 수행의 역할모델로 간주되던 상황에서 이와 같은 성추문이 터져 나왔으니, 수련생이 받은 충격과 실망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러한 성추문은 왜 일어나게 되었을까?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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