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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서양불교단체의 성추문-중

기자명 장은화

스승에 대한 헌신이 곧 스승 이상화 시켜

미국 온 아시아 출신 선 스승
새로운 성문화 무방비 노출돼

사제 간 정서적 애착 빠지며
부적절 관계 제어 장치 없어져

준비되지 않은 서양인 지도자
자질 역시 스캔들 원인 되기도

불교도이자 정신과의사인 마크 엡스타인은 스스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이 영적 수행의 성격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교도이자 정신과의사인 마크 엡스타인은 스스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이 영적 수행의 성격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캔들에 연루된 제자들은 철석같이 믿었던 스승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고 종종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떤 이들은 후에 수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신경쇠약과 결혼 파탄 사례도 있었다. 선원들은 스승의 행위를 개탄하는 사람들과 그런 행위를 부인하거나 변명하는 사람들로 분파가 형성되었다. 옹호자들은 이런 사건을 완강히 부인하지 못할 경우, 스승의 “성스런 광기(crazy wisdom)”라고 설명해 버리곤 했다. 아니면 스승도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사건을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다른 구실은 제자가 아직은 스승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둘러대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선 스승에 대한 훈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부적절한 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 발로 떠나가든지 아니면 스승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나 스승 자신에 의해 선원에서 추방되었다. 떠나가는 제자 중에는 수행을 다시 시작한 사람도 있었지만, 환멸과 비탄을 크게 느낀 나머지 불교를 완전히 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선의 본고장인 동아시아에서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런 스캔들이 미국의 불교명상 단체에서 왜 일어난 것일까? 그것도 불교명상이 1960년대부터 붐이 일어난 후 지식인층에서부터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던 1980년대에 섹스와 금전과 권력을 소재로 일어난 것일까?

먼저 1980년대의 위기는 동아시아의 불교 문화권에서 발전해온 선이 기독교 전통이 지배적인 서양에 이식되면서 일어난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철학, 수행, 의례 등의 모든 면에서 동아시아의 문화와 습합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온 선이 기독교 문화권인 미국 땅에 이식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 남녀 수련생의 상호관계 등의 수행문화가 미국사회에 새로이 형성되고, 정립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갈등이 일어나게 되고, 이런 갈등은 불교가 1960년대 반문화(counterculture)의 주변부로부터 미국문화의 주류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권력, 권위, 그리고 성문제의 형태로 돌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시아의 폐쇄적인 성문화와 서양의 개방적인 성문화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에 온 아시아의 선 스승들은 아시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성문화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즉, 선 스승은 미국사회에 영적 지도자로서, 깨달음을 체화한 이상화된 스승으로서, 심리치료사로서 여성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된다 해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없었다. 아시아에서라면 관습과 전통에 의해 금기시되었을 것이지만,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미국사회에서 유래가 없던 일로써 이를 막을 도덕적, 제도적 결여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다음으로 재가자의 명상수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서양불교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스캔들의 원인이 내재해 있을 수 있다. 서양에서 명상의 대중화란 곧 불교의 정착과정에서 교육 체계가 중심적인 원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유형의 명상이라도 문헌적 가르침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미묘한 요소가 있고 또 그것은 스승으로부터 개인적으로 교육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땅에 불교는 미국인의 영적 갈증이 증가하는 시기에 들어왔지만, 미국사회에는 그런 갈증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아시아의 영적 스승들의 주장과 행동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인 기반이 전혀 없었다. 전통적으로 불교에서, 특히 선불교에서, 스승은 불교의 교주인 붓다로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전법계보를 이어받은 영적인 정당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된다. 그러므로 스승의 인격과 행동은 불법을 도덕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구현한 대상으로 간주된다. 바로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인하여 스승의 역할이 이상화되며, 또 카리스마적 사제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그런데 서양문화 속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 간의 불균형적인 카리스마적 관계가 부작용을 낳게 된 것이다.

선 수행에서 사제관계는 그 권력과 권위의 측면에서 민주적 서양문화와 달리 일방적,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 서양의 대다수 선원은 카리스마적인 아시아인 스승에 의해 출범했고, 이들은 제자들과 친밀한 일대일의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스캔들에 노출되어 있었다. 스승에 대한 헌신은 불교의 덕목이기는 하지만 헌신은 곧 스승을 이상화하는 현상을 수반한다. 그럴 경우, 제자는 종종 강한 정서적 애착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감정은 서양문화에서 로맨틱한 사랑, 방종, 타자에 대한 미화와 결부되기도 한다.

불교도이자 정신과의사인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은 스승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이 영적 수행의 성격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에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수행자는 에고를 버리면서 배양하게 되는 자비심을 미화된 타자(스승)와 과도하게 동일시하는 현상과 혼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착각에 빠진 수행자는 스승에 대한 성적 애착에 빠지기 쉽고, 종종 애착대상과 마조히즘적으로(masochistically, 스스로를 학대하여 성적 쾌감을 얻게 되는) 얽힌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선은 불교의 한 종파로서 탄생했기 때문에, 선 수행은 승가공동체의 엄격한 종교의식 및 계율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불교역사를 통틀어서 승려에 대한 높은 기대수준은 수행자의 성적인 일탈을 막는 강력한 저지수단이 되었다. 승려들은 개인적으로는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승가공동체의 계율에 의해 제약을 받고, 사회적으로는 승려에 대한 기대수준에 의해 관습적 제약을 받게 된다. 일찍이 일본불교에서 이른바 계율과 관습을 초탈하고 무애행을 실천했다는 잇큐 소준(一休宗純, 1394~1481) 선사의 사례도 있고, 이른바 비트세대의 이상이었던 윤리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안티노미안(antinomian)의 자발성이 깨달음의 이상화된 모습으로써 제시되기도 하지만, 동아시아의 선 전통의 본령은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계율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양인 지도자의 자질의 문제를 스캔들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일본인 선승으로부터 선원의 리더 직책을 인계받은 첫 서양인들은 정해진 수행의 계위를 다 마치지 못한, 아직 수행과정에 있었던 사람들로서 이들은 스승으로부터 계속 배워가면서, 다른 수련생을 가르치는 직책을 맡았다. 30대 중반의 리처드 베이커 역시 스즈키 슌류가 죽음을 앞두고 서둘러서 지도자의 직책을 맡긴 경우였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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