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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슉셉 제춘 (끝)

슉셉 사원 건립, 비구니 공동생활 이끌며 교육 전념

불교 교육자로 능력 알려지며
달라이라마 직접 방문 격려도
차별없이 대하면서 후학 양성

슉셉 제춘은 마지막까지 제자 양성에 힘썼다. 사원은 지금도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슉셉 제춘은 마지막까지 제자 양성에 힘썼다. 사원은 지금도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슉셉 제춘(Shugsep Jetsun)은 레왈사르 마을에서 태어났다. 마을은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하다.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 사이에 위치해서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여겨짐에도 이 호수를 보기 위해 많은 인도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슉셉 제춘의 어머니인 페마 돌마와 아버지 둔둡 남걀은 성지 순례를 떠났다가 만나 이곳 레왈사르 마을에 정착해 살게 됐다. 1852년 페마 돌마는 여자 아기를 출산했고 이름을 로첸이라고 지었다. 둔둡 남걀은 아기가 딸인 것에 크게 실망했고, 아기가 말문을 트기도 전에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동네의 다른 여인과 함께 네팔로 떠나버렸다.

로첸은 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불경을 읽기 시작했고 어려운 불경 구절들을 독파해나갔다. 해가 지나면서 그는 불경을 설명하는데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그에게 불경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이웃 마을에서도 몰려들었다. 어느 날, 로첸은 페마 갸쵸(Pema Gyatso)라는 명성 높은 라마승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스님을 찾기 위해 티베트 서부로 험난한 여정을 떠났다. 마침내 페마 갸쵸 스님을 만나 불교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나중에 홀로 동굴에 남아서 대나무로 장벽을 만들고 6개월간 은둔한 채 수행과 참선에 전력을 다했다. 페마 갸쵸 스님은 로첸의 깊은 불심에 감동 받아 네팔과 티베트로 수제자들과 함께 떠나는 성지 순례에 그를 동행시켰다.

그는 진심으로 존경했던 페마 갸쵸 스님이 세상을 떠난 후 슉셉 지역으로 가서 비구니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사원을 건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는 불교를 배우고자 약 500여명의 제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이끄는 로첸을 슉셉 제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기 시작했다.

슉셉 제춘이 지닌 불교 교육자로서의 탁월한 능력과 사원을 이끌어가는 놀라운 통솔력은 널리 인정받았다. 달라이라마도 사원을 방문해 그가 하는 일들에 대해 아낌없이 격려했다.

1950년대 초, 슉셉 사원을 찾아가서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이제 생의 마감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작은 체구의 여인 슉셉 제춘을 만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사원에서 열리는 참선과 불경 학습에는 누구나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이 여성이건, 아이이건, 천민이건 상관없이 슉셉 제춘은 모두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자식들을 맞이한 어머니처럼 팔을 열고 안아주며 환영해 주었다고 했다. 그는 1953년,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 세웠고 한평생을 바쳐 제자 양성에 앞장섰던 슉셉 사원은 오늘날까지 왕성하게 불교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사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슉셉 사원은 중국이 티베트을 점령하면서 구성원 전체가 망명을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 새롭게 정착했다. 지금 다람살라의 새로운 슉셉 사원에는 60여명의 비구니들이 살아가고 있다. 다람살라의 슉셉 사원 비구니들은 9년간 불경과 불교 철학, 티베트어 그리고 영어 등을 배우는 교육 과정을 거치며 훌륭한 불교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슉셉 제춘이 소망했던 대로, 부처님의 말씀 하에 태양같이 밝고 환하게 빛나는 세상이 지구 구석구석에 퍼져나가길 기원해 본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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