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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서양불교의 탈전통 및 통합 지향성-하

기자명 장은화

"구시대 요소 버려”…서양불교 질적변화 요구

서양문화 속 불교 습득 3세대
현대적으로 유용한 요소 혼합
선의 비종파적 경향 나타내며
다양한 영적 수행체험 관심도

1985년 토니패커가 미국 뉴욕에 선립한 스프링워터 센터. 그는 염송, 타종, 절, 스승-제자 관계 등 전통적 형식 없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불교는 어떤 문화에 전파될 때 항상 그 근본을 유지해왔으나 그 문화에 맞는 새로운 변용도 역시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므로 불교가 특정 지역의 문화를 바꾸고 또한 불교 자체도 그 문화에 의해 변용이 일어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날 불교는 서양문화와 만나면서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 불교가 아시아로부터 서양으로,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전파되면서 극복해야 될 엄청난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물질적 장벽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양은 아시아로부터 주요 불교전통을 전수받았으며, 그것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형태로 변형되고, 종합되고, 선별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선불교, 위빠사나, 티베트불교 선생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제 서양사회에서 불교는 자유롭고 실용적인 현대적 형태로 재탄생하면서 불교의 지혜는 변형과 변용의 풍요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서양불교도들은 스승을 여러 차례 바꾸기도 하고, 또 선수행, 염불, 티베트불교의 관상수행 등을 번갈아서 하기도 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불교수행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한편으로 자신들의 열망과 관심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가르침과 수행을 두루 맛보고 다닌다. 이러한 초기의 영적 ‘쇼핑단계’에서 그들은 여러 수행을 접한 이후 비로소 하나의 수행에 정착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사실 오늘날에는 스스로를 불교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챙김이나 좌선 같은 불교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즉, 서양인들은 여러 형태의 불교를 요모조모로 살펴본 다음 자신의 내부에서 그리고 자신의 문화 속에서 불교의 진수를 진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에 아시아의 선사들이 들어와 선원을 세우기 시작한 1960년대로부터 이제 60년이 되어간다.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양불교에서 법사들을 세대별로 나눠보면 현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1세대의 법사들은 아시아출신의 전통불교 선생들로서 서양에 명상과 여러 불교수행을 도입하고 서양인 제자를 배출한 주역들이다. 2세대는 1세대의 제자들인 서양인 법사로서 이들은 전통불교를 서양문화에 맞게 변용시키고 서양인 제자들을 양성한 주역들이다. 이제 서양불교에는 2세대의 서양인 법사로부터 교육받은 3, 4, 5 세대의 서양인 법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로지 서양문화 속에서 불교를 습득한 이 3세대 이후의 법사들은 과거로부터, 아시아로부터, 2세대로부터 전수받은 어느 정도 서양화된 불교를 이제는 더욱 더 통합하고 융합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즉, 기존의 서양화된 불교에 그들 자신의 현대적 경험으로부터 유용한 요소들을 혼합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이 바로 붓다가 모든 가르침을 총괄적으로 지칭하여 일불승(一佛乘, eka-yāna)이라고 했던 말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하나의 다르마’로서 깨달음을 향한 하나의 해탈도라는 것이다. 그들은 불법의 핵심은 살리면서도 구시대적인 요소는 거침없이 버리고 현재 상황에 맞추어 재생시키면서 불교의 정신은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란 민주적 원칙, 생태, 페미니즘적 사고, 시민권, 심리치료 등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말한다. 
 

스피링워터 센터 설립자 토니 패커.

1997년 1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불교회의(Buddhism in America Conference)에서 폐막식 연사로 나섰던 라마 수리아 다스 (Lama Surya Das)는 미국불교가 미래에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심중에는 아마 통합적 태도는 적합하게 실행된다면 인종, 수행, 민주화, 사회참여, 변용 등의 이슈들이 건설적이고도 생산적인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보호막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라마 수리아 다스는 비종파성(non-sectarianism)을 서양불교의 미래에 대한 10가지의 전망에 포함시키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수행자로서 우리는 여러 가지 다양한 불교의 영적 수행체험을 넓히고 심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죠. 나는 비종파성, 통합성, 그리고 상호교류가 혜택이 됨을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선생들이 이미 여러 전통의 가장 좋은 요소들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향후 서양불교가 아시아의 종파불교와는 더욱 더 거리를 넓혀갈 것이라는 전망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특정 종파에 치우치지 않고 절충하기를 선호하는 서양불교의 특성 상 앞으로 나타날 서양불교는 서양의 철학, 예술, 문학 등의 문화와 습합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통합적 불교, 특히 서양의 선불교는 어디를 지향해 갈 것인가? 어쩌면 토니 패커(Toni Packer, 1927~2013)가 추구하는 불교의 모습에서 서양 선불교의 향방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토니 패커는 위의 3세대 지도자 중 선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촉망받던 선 수행자였다가 선뿐 아니라 불교 자체까지도 부인하는 새로운 유형의 수행단체를 이끌었다. 사실상 선의 종파적 전통을 버린 가장 두드러진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그녀는 로체스터 선원(Rochester Zen Center)의 설립자이자 하라다-야스타니의 계보에 속한 필립 카플로(1912~2004)의 후계자였다. 1985년 토니 패커는 전통적인 형식과 위계질서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로체스터 선원과 결별하고 스프링워터 센터(Springwater Center)를 설립했다. 아예 그녀는 선의 계보 자체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수행을 추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진리 그 자체는 계보가 필요 없으며, 그것은 과거도 미래도 없이 여기에 존재한다. … 나는 스프링워터 센터가 그 자체의 자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번성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전통적인 가르침을 전승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패커는 염송, 타종, 절,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적인 스승-제자 관계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고 심지어 깨달음에 해롭기까지 하다고 본다. 이처럼 비종파적이고 탈전통적인 패커의 방식은 ‘스프링워터 명상탐구 및 집중수행 센터(Springwater Center for Meditative Inquiry and Retreats)’라는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명칭에도 잘 나타나있다. 전통 선을 버리고 더 이상 불교를 실천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명상탐구’는 여전히 강조하는 것을 보면 패커의 수행법은 ‘포스트 선(post Zen)’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패커의 사례는 스즈키 다이세츠의 선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는데, 종교학자 맥마한에 따르면 패커의 사상은 선을 역사적인 전통 혹은 제도라기보다는 내적인 과정이나 체험이라고 피력한 스즈키의 사상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토니 패커의 수행이 포스트 선으로서 현재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의 비종파적, 통합적 경향의 선두주자인지, 아니면 비불교적 신종 수행법인지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패커의 사상적 원천이 하라다-야스타니 계열의 선이었고 또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미국에서 선이 새로운 질적인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장은화 선학박사·전문번역가 ehj001@naver.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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