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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광수의 ‘관음상(觀音像)’

기자명 김형중

간절한 마음으로 관음보살 조성·찬탄
자유분방한 삶의 업장 용서받길 기도

관음보살은 중생구제를 위해
세상에 32가지 모습을 나타내
시인이 생각한 관음은 어머니
어머니는 모든 자식들의 관음

관음상 이루어지다 대자대비하신 모습/ 글로나 붓으로나 옮길 수 있으리만/ 하 그리운 맘에 흙을 빚어 봅니다

시방(十方) 어느 곳에 아니 나투심 없으시니/ 이 깨끗하지 못한 놈 차마 버리시랴/ 임이어 헌신하소서 그 얼굴로 보이소서

서른두 가지 몸 마음대로 나투시니/ 끝동 회장(回裝)저고리 남치마로 차리시고/ 젊으신 어머니 되시어 오래 여기 머무소서

춘원 이광수(1892~1950)는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이다. 100년(1919년 2월8일) 전, 동경 유학생 대표로서 2·8독립선언서를 짓고 독립운동을 하였다.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적국(敵國)의 수도에서 독립만세를 부른 것은 세계사에 없었던 장한 쾌거로서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런 춘원이 일제의 강압에 의해서 친일행위의 앞잡이가 된 오점을 남겼다. 

그는 도산 안창호 추천으로 미션스쿨인 오산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였다. 불교 경전에 심취하여 ‘원효대사’ ‘이차돈의 사’ ‘꿈’ 등 불교소설을 저술하여 문학적인 이름을 얻었기 때문에 기독교 찬송가 20여 편(저 높은 곳을 향하여 등)을 작사하고도 기독교단으로부터 배교자(背敎者)란 낙인을 받았다. 

당시 기독교 찬송가편찬위원회에서는 “왜 우리 교단에는 육당과 춘원 같은 문학적인 인재가 없는가” 하고 통탄하였다고 한다. 6·25전쟁 때 납북되어 병사하였지만, 결국 우익과 좌익 모두에게 버림을 받았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소외 받은 불행한 천재 문학인이다.

이광수의 친일행위에 대해서 변론할 의사는 없다. 단지 그의 공과(功過) 가운데 그가 한국의 근대문학에 공헌한 면은 인정해야 한다. 그의 불교 신앙과 불교문학에 대한 공헌은 불교계가 인정해야 한다.  

춘원은 불교교단에 배교(背敎)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천주교단에서는 신유사옥 때 천주교 배교자가 되어 유배를 간 다산 정약용을 천주교 신자로 다시 신행평가를 하고 있다. 춘원이나 미당의 자녀들이 고국에서 살지 못하고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가 한때 독립 운동한 것으로 친일 행위의 업보를 일부라도 탕감할 수는 없는가?

‘관음상’의 시는 간절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의 상호를 흙으로 조성(造成)하고 찬탄한 시이다. 춘원은 불자로서 자유분방하게 산 자신의 업장까지 용서해 주실 관세음보살을 소망하고 있다.

“이 깨끗하지 못한 놈 차마 버리시랴/ 임이어 헌신하소서 그 얼굴로 보이소서”

부처님께서는 살인마 앙굴리마라를 제자로 받아들여 아라한의 성자로 교육시켰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용서하지 못할 원수가 없다. 자비무적(慈悲無敵)이다. 불교는 어리석은 중생이 전미개오(轉迷開悟)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부처가 되는 종교이다. 

관세음보살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32가지 모습(32應身)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다. 시인이 생각하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은 역시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이다. 회장저고리 남새색치마를 입고 젖먹이 아이를 안은 자비롭고, 젊고 고운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불속에도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세상 모든 자식들의 관세음보살’이다.
이광수는 소설과 시, 수필, 논설문 등 문학 전반에 걸쳐 독보적인 한국 근대문학의 북극성(北極星)이다.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 ‘무정’을 비롯하여 기독교 찬송가의 작사뿐만 아니라, 불교의 ‘청법가’와 ‘애인(육바라밀)’ ‘관음상’ 등 인구에 회자하는 걸작의 시가 있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82호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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