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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치킨과 인류세

기자명 고용석

닭, 50년 만에 5배 크게 진화했다

‘인류세’는 인간 원인 돼서
지구 급격 변화된 지금 지칭
닭, 수백만년 진화해야 할걸
반세기에 달성…인류세 상징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은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류세라는 개념을 2000년에 처음으로 주장했다. 약 1만1000년 전에 시작된 홀로세에 이은 것으로 인간이 원인이 되어 지구환경 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된 현재 시대를 칭하는 것이다. 홀로세와 인류세를 구분하는 정확한 시점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혹자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를 혹자는 1950년 무렵을 인류세로 보자고 주장한다. 여하튼 인류세의 특징은 인간에 의한 지구환경의 변화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에 남기는 영향을 발자국으로 환산한 수치로 생태발자국이 있다. 지구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태발자국 한계치는 1인당 1.8헥타르지만 세계 평균치는 2.7헥타르, 한국은 5.7헥타르이다. 즉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하면서 산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한 셈이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따르면 인류의 총 바이오매스는 식물 82%, 박테리아 13%에 비해 지구 전체 생명체의 0.0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인류는 새해 15분 전, 산업문명은 불과 2초 전에 등장한다. 이렇게 극소수의 그것도 불과 몇초 전에 등장한 인류가 지구 생명체와 지구를 완전히 지배하고 야생 포유류의 83%와 해양 포유류의 80%, 식물의 50%와 삼림의 50%를 멸종시켰고 인류 자체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캐리스 베넷 영국 레이스터대 지질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논문에서 미래 문명이 퇴적층에서 인류세를 알아볼 지표 화석으로 닭 뼈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닭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새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이 살며 또 많이 죽어서 화석으로 남기 쉽다는 것이다. 2016년 현재 세계에서 기르는 닭은 227억 마리이며 일 년 동안 658억 마리를 도축했다. 닭의 수명이 육계는 5∼7주, 산란계는 1년이어서 기르는 마릿수보다 죽이는 마릿수가 많다.

게다가 요즘 닭은 야생 닭인 동남아 정글의 적색야계는 물론 로마와 중세시대와도 크게 구별된다. 비슷한 나이의 육계와 적색야계의 다리뼈를 비교했더니 요즘 닭의 다리뼈가 길이는 2배, 넓이는 3배나 컸다. 이는 1950년대 이후 집중적인 육종으로 빨리 크게 자라는 품종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2005년의 육계는 1957년 품종과 견줘도 그 무게가 4∼5배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급속한 성장에 따른 형태상의 특징과 뼈의 다공성,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고 연중 번식하도록 육종하면서 유전자가 바뀌어 현재의 닭을 과거의 닭과 쉽사리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화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뤄지는 데 불과 수십 년 만에 인류세의 상징적 종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인류가 소비한 수십억 개의 닭 뼈는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게 되는데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화석으로 남는다. 훗날 다른 문명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화석화된 수많은 닭 뼈를 발견한다면 인류세를 닭의 전성시대로 분석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지구 역사상 5번의 멸종이 발생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약 2억5200만년 전인 고생대 페름기 말기의 대량멸종이 가장 극심했다고 한다. 문제는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한 페름기 말기의 기후 상황이 현재와 매우 비슷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다. 6번째의 대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류세는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놓고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인류세를 초래한 인간 중심의 사고와 믿음에서 인간도 우주전체 질서의 일부라는 생명 중심의 연기적 사고 즉 문화의 전환이 시급하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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