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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아비다르마불교의 사상적 전개양상 ②

중관사상과 유식은 유부 다르마 이론의 비판적 계승

유부는 대승불교 태동의
사상적 근거이자 전환점
대승은 유부의 법 본질을
공관에 입각 새롭게 검토

설일체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물질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을 분석하여 번쇄하게 느껴질 정도로 교리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정리한다. 즉 유부의 교의체계는 물질에 대한 원자론적 분석을 비롯하여, 업의 인과문제나 심리학적인 문제들, 업과 번뇌 등으로 인한 실존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행론적인 실천에 이르기까지 매우 방대하다.

이러한 아비다르마의 사상이나 유부의 교의체계를 너무 지엽적이거나 철학적인 문제에만 잘못 치중하는 경우에는 간혹 숲 속에 들어가 길을 잃는 경우와 같은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실존적 괴로움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4성제의 기본 구조 속에서 집대성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불교사상사에서 아비다르마불교, 특히 바수반두(世親)의 ‘구사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유부의 교학은 대승불교의 비판적 표적이 되면서도 무엇보다 대승불교가 새롭게 태동하게 되는 사상적 근거이자 전환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부의 아비다르마 체계는 일체의 존재를 다르마로 해체하여 법의 특성, 즉 법상(法相)에 초점을 뒀다. 반면에 용수를 비롯한 중관이나 유식학파의 교학체계는 유부가 모든 존재를 다르마로 환원하여 제시한 법상에서 한발 더 나가 유부가 제시하는 그 법의 본질적 특성을 ‘반야경’의 공관에 입각해 실체적인 존재가 아닌 법성의 차원에서 새롭게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유부는 초기불교에서 제시한 5온, 12처, 18계 등의 교법을 연기적인 관점에서 유위와 무위의 다양한 다르마들로 해체하여 5위75법이라는 교학을 새롭게 확립한 것이고, 용수를 비롯한 중관이나 유식사상은 유부의 법에 대한 이해방식은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유부의 법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한 법성의 교학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유부의 법에 대한 이해방식을 둘러싸고 전개된 용수를 비롯한 중관사상이나 유식사상은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반야경’의 공에 대한 이해방식이나 공성을 체득하는 실천이나 그 수행론적인 방식에서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물론 용수의 이제설을 비롯한 중관사상이나 유식학의 3성설은 초기불교에서 붓다의 완전한 깨달음(정각)에 입각하여 전개된 연기와 법의 긴밀한 관계를 자파의 독특한 관점에서 계승한 것으로 이해된다.    

초기불교나 아비다르마의 사유방식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독심에 기인하는 다양한 번뇌로 인한 부정적 행위(업)의 발생, 나아가 부정적이거나 악한 행위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이라는 연쇄적 순환구조를 보여준다. 즉 일상적인 차원에서 번뇌와 업으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의 구조는 인간의 내면적 문제나 부정적인 심리현상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는 연기와 법의 관계에 대한 통찰과 이에 근거한 분석적인 지혜를 통해 반복적인 성찰과 부단한 노력으로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비다르마의 이론이나 그 분석적인 방법론은 명상이나 수행론적인 차원과 결합될 때 의의가 명확히 드러난다. 

한편 ‘반야경’의 공관이나 용수의 이제설에 담긴 철학적인 통찰은 언어가 인간의 생각이나 그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나아가 사유는 인간의 행위(업)를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연쇄적인 인과론을 표방한다. 즉 ‘반야경’의 공관이나 용수의 이제설은 업의 발생으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이 언어와 사유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에서 유부의 교의체계와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공관에 입각하여 용수가 강조하는 ‘희론적멸’의 의미도 이해 가능하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제시된 연기와 법에 대한 통찰은 유부의 다르마 이론을 거쳐 용수를 비롯한 중관사상, 그리고 유식사상에 이르기까지 그 사상적 내적 구조로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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