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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강릉 굴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범일 스님 주석하며 선종사찰 성장
고려 석조비로자나불상 3구가 현존

2구는 암자·1구는 절터에 보존
마멸 심해 세부표현 인식 불가
손 모양 지권인으로 양식 확인
크기 등으로 동시기 조성 추정

굴산사석조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110㎝, 80㎝.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굴산사(崛山寺)의 창건시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삼국유사’ 권3에 의하면 ‘847년(문성왕 9) 범일국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온 후 굴산사를 개창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당집(祖堂集)’권17에는 ‘851년(문성왕 13) 명주의 도독 김공이 청하여 범일이 굴산사에 입산하여 지냈다.’고 되어 있다. 

굴산사의 창건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9세기경 범일(梵日)이 주석하면서 선종 산문 중심의 사찰로서 세력이 확대된 것으로 짐작된다. 강릉을 중심으로 영동지역과 양양을 비롯하여 평창, 춘천, 홍천 뿐 아니라 봉화, 삼척, 울진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굴산사는 한때 전각의 반경이 300m에 이르렀고 승려의 수도 200여명이어서 쌀 씻은 뜨물이 동해에까지 흘렀다고 할 정도였다. 

굴산사 절터에는 고려시대 석조비로자나불상 3구가 전해진다. 2구는 작은 암자에 봉안되었고 1구는 절터의 보호각에 안치되어 있다. 3구 모두 마멸이 심하여 얼굴이나 신체 등 세부표현을 알아볼 수 없으나, 손모양은 지권인을 하고 있어 비로자나불상으로 확인된다. 석조비로자나불상 3구의 크기나 양식적 특징이 거의 유사하여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굴산사석조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165㎝. ‘비로자나불상’상(영축산 법성사, 2017)

그중 암자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상 2구는 원래 노천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1968년에 암자를 새로 지으면서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사진 1). 이 두 비로자나불상은 크기가 조금 다를 뿐, 네모나고 대체적인 형태와 신체비례, 특징에서 거의 유사하다. 모두 얼굴의 이목구비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목에는 머리와 불신을 이어붙인 흔적이 남아 있다. 법의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식(通肩式)으로 입었는데 옷이 두꺼운 편이라 신체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다리의 폭도 유난히 넓어 둔중하게 보인다. 옷주름은 양 어깨에서 내려와 배 앞쪽에서 반원형으로 둥글게 마무리되어 있다. 

1992년에 신축한 보호각에 안치된 비로자나불상 1구는 3구 중 크기가 가장 큰 대형의 불좌상에 속한다(사진 2). 얼굴은 심하게 파손되어 전혀 알아볼 수 없다. 목도 거의 표현되지 않았고 얼굴이 가슴 위로 길게 내려와 있어 몸에 붙어있는 듯하다. 머리 위에는 8각의 보개가 놓여 있는데 주변에 있던 석등의 옥개석을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각이 진 어깨는 네모반듯하며 양쪽 어깨를 걸친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다. 신체의 곡선은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옷주름 표현도 완전 생략되어 있다. 무릎 아래는 새로 만든 대좌에 가려져 있어 전체적인 형태를 알 수 없다.  

이 3구의 불상은 전반적으로 마멸이 심하여 보존상태가 좋지 않고 조각의 수준도 우수하지는 못하나, 강원도 강릉지역에 전해지는 비로자나불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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