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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보원사 부처님 언제 돌아오실까

기자명 이병두

일제가 옮긴 후 미술품으로 전락

화엄십찰 중 하나였던 보원사
고려 광종 위해 조성한 삼존불
박물관 소유 되면서 회귀 요원
문화재청 결심만이 유일 희망

세 분의 보원사 고려철불좌상 중 주존(主尊)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봉안되어 있다.
세 분의 보원사 고려철불좌상 중 주존(主尊)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봉안되어 있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가 출간된 뒤로, ‘내포문화’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보원사 입구 바위에 새겨진 세 분 불보살님인 ‘서산마애삼존불’과 함께 보원사의 여러 성보 문화재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또한 많은 답사객이 찾아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십수년 전부터는 보원사터에 대한 발굴조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통일신라시대 이른바 ‘화엄십찰’ 중 한 곳이었으며 고려 초 왕실과 연계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웅장했던 이 절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초에 이곳을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이하에서는 ‘중박’)에 모신 보원사 부처님(鐵佛)의 안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던 차에 “보원사의 본 모습을 찾고 내포지역을 넘어 한국 불교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모범 사찰로 복원하겠다”는 원력을 가진 스님이 상주하면서, 보원사가 단계를 밟아가며 전통사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일제가 옮겨간 뒤 100년이 넘도록 불자들의 예경을 받지 못하고 중박에서 ‘미술품’ 취급을 받고 계신 이 부처님이 본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정기적으로 신도들과 박물관의 그 부처님을 뵙는 ‘친견법회’를 열고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

왕사와 국사를 지낸 법인국사 탄문 스님(이하에서는 ‘스님’)이 입적한 뒤 보원사에 모셔진 스님의 부도비(보승탑비)에 따르면, 고려 왕조를 탄탄한 기반 위에 세운 광종이 즉위하던 해에 스님의 주관으로 군자의 나라를 빛내고 왕을 위해 석가삼존상을 조성했다. 현재 임시 거처인 중박 전시실에 계신 일명 ‘보원사 고려철불좌상’이 이때 조성된 세분 중 주존(主尊)이었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 사진은 1918년 박물관으로 옮겨갈 무렵 임시 보호각(또는 경복궁 회랑)에 모셔져 있던 부처님이다. 사진에서 보듯, 거의 사각형에 가까운 근엄한 상호를 가지고 있어 ‘자비하신 부처님’의 이미지보다는 전륜성왕의 권위적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불모(佛母)가 왕조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황제’로 칭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졌던 광종의 이미지와 당시 고려 조정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반영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1916년 6월 총독부 직원 나가타니 지카타로의 조사 복명서에 따르면, 총독부가 그해 이 부처님을 박물관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어려움이 많아 미루다가 1918년 3월 본부박물관으로 옮겨 경복궁 근정전의 회랑에 안치하였고 해방 이후 중박 소장품이 된 뒤 본래 자리로 돌아올 꿈조차 못 꾸고 있었다. 그런데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부도가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결정한 문화재 당국의 희망적인 변화가 있어 보원사 부처님의 환지본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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