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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자아의식과 자기정체성의 문제 ①

‘나’ 혹은 ‘자아’ 문제 수행과 교리의 핵심 쟁점

유부 5위75법을 실유 판단
용수는 세속 차원으로 간주
‘이제’라는 진리분리 방식이
교리의 의미 명확히 드러내

설일체유부는 존재를 이제적인 차원에서 군대와 꽃병, 물이나 불 등은 물리적인 분석이나 지혜에 의해 여러 요소로 해체되는 점에서 세속적인 존재(=假有)로, ‘5위75법’이라는 다르마는 일체 존재의 구성요소로서 승의유(=實有)로 구분한다. 하지만 용수는 유부가 내세우는 다르마(=법)도 세속의 차원으로 간주한다. 용수에 따르면 진리의 차원은 언설이나 관습에 따라 설명되는 일상적인 차원의 세간적인 진실(俗諦 혹은 世俗諦)과 언설이나 관습을 뛰어넘는 초일상적인 차원의 뛰어난 진실(眞諦 혹은 勝義諦)로 구분된다. 

이때 세간적인 진실은 언설에 따른 상식(=지식)이나 일상적인 경험을 의미하고, 뛰어난 진실은 공성과 열반을 의미한다. 한편 유식학파는 유부가 승의적으로 내세우는 법을 반야의 공관(空觀)에 따라 법(=세속유)과 법성(=승의유)으로 준별하여 유부와 용수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지양한다. 

이러한 두 차원의 진실은 2가지 진리, 즉 이제(二諦)로 불리는데, 구분방식이나 개념은 초기불교에서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기불교의 주요교리 중 연기나 무아사상 등을 검토할 때 이제적인 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경전의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는 구절도 그러하다. 여기서 ‘연기와 법’이 지칭하는 개념도 화지부나 세친에 의해 ‘법계(=법)나 법성(=연기)’으로 해석되는 점을 고려하면, 문맥상 뛰어난 진실(승의제)의 차원으로 이해된다. 초기불교에서는 연기나 무아의 개념, 대승불교에서는 공성이나 유식 등의 주요개념도 이제와 관련하여 검토할 때 그 의미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인도불교사상사에서 이제는 인식과 존재의 문제, 수행론이 매우 긴밀한 관계로서 제시된 교설로 이해된다.

‘불교의 수행이나 명상심리학의 핵심주제는 자아란 무엇인가?’ 라는 문제이다. 일상적인 차원이나 전문적으로 명상수행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 나갈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가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를 어떻게 바로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선불교에서도 자신의 본래면목을 직관적으로 관하는 ‘이뭐꼬?’라는 화두를 강조하기도 한다. 불교명상이나 화두의 주제가 되는 ‘나’ 혹은 ‘자아’의 문제는 수행의 핵심 주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깊이 이해하고 탐구해야할 문제이다. 실제 불교적으로 과연 나는 누구이며,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이러한 ‘나’ 혹은 ‘자아’의 문제는 삶 속에서 겪게 되는 실존적인 고뇌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런 문제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제와 관련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기불교나 아비다르마불교는 인간 존재를 5온, 즉 ①색온(色蘊), ②수온(受蘊), ③상온(想蘊), ④행온(行蘊), ⑤식온(識薀)의 5가지 임시적인 모임으로 설명한다. 5온은 과거․현재․미래의 3세에 걸쳐 육체적․심리적 현상들이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연기적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는 붓다의 연기적 통찰에 의해 제시된 것으로, 인간 존재는 5온의 연기적인 흐름(相續)이나 모임에 불과할 뿐 실체적으로 ‘나’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무아(無我)와 상통한다. 5온․무아설(五蘊․無我說)은 윤회의 문제를 비롯한 여러 논란이 있는데, 이 문제도 이제의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나’라는 생각이나 ‘자아의식(=ego)’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고, 삶은 실존적으로 자아의식이 없이는 살기 힘든 자기모순적인 상황인데, 과연 5온․무아설이 가지는 그 함의는 무엇인가?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05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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