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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세 불상이 나란히 앉아 있는 고창 선운사 목조비로자나삼존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협시불로 한
조선 후기 형식의 비로자나삼존불

소조불상 아닌 목조불로 판명
존명·조성시기·조각승도 확인
본존은 옷주름 넓게 퍼진 특징
손가락만 살짝 구부린 지권인

선운사 본존 비로자나불좌상, 높이 307㎝.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는 언제 창건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대참사사적기(大懺寺事蹟記)’에 의해 신라 진흥왕 때 검단선사가 대참사(大懺寺), 중애사(重愛寺)와 함께 세운 사찰이라 전해진다. 선운(禪雲)이란 ‘구름 속에 누워 참선하고 도를 닦는다’는 것을 뜻한다. 

선운사 대웅보전에는 장방형의 수미단 위에 비로자나불좌상을 본존(사진 1)으로 하여 좌우에 약사불좌상과 아미타불좌상이 봉안(사진 2)되어 있다. 원래 비로자나불상의 협시불로는 노사나불과 석가불상이 배치되는 것이지만 석가불상의 협시인 약사불상과 아미타불상으로 구성된 비로자나삼존불상은 조선 후기에 많이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이 삼존불상은 흙으로 만들어진 소조불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나무로 만든 목조불상임이 밝혀졌다. 또한 비로자나불상의 대좌 밑바닥에 적힌 묵서명에 의해 삼존불의 존명과 함께 조성시기, 조각승 등이 알려졌다. 즉 1633년 2월에 조성하여 7월에 처음 점안한 후 이듬해인 1634년 3월에 도금을 마치고 4월22일 법당에 봉안하였다. 

이 불상은 두 번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처음 불상 제작에는 무염을 비롯하여 천언, 도우, 성수, 성율, 쌍조, 해심, 성관, 대우, 신견, 애생, 순일 등 12명의 화원이 참여하였다. 두 번째에도 마찬가지로 법해, 무염, 도우, 성수, 신회, 해심, 운일, 성관, 설근, 신견, 옥행, 쌍융 등 12명이 참여하였다. 특히 무염이 수화승으로 등장하고 있어 불상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주목된다. 무염은 17세기 전반과 중반에 활동한 조각승으로 전라남도 영광 불갑사 목조삼세불좌상을 비롯하여 대전 비래사 목조비로자나불좌상, 강원도 속초 신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 등 많은 불상을 조성하였다. 
 

선운사 목조비로자나삼존불상, 조선 1633년, 보물 제1752호.

비로자나삼존불상은 높이 3m 내외의 대형 불상으로 거의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나 손 모양과 착의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세 불상 모두 상체가 길고 장대하나 다리의 폭이 좁고 양감이 없어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비례를 보여준다. 머리 위에는 큼직한 육계가 있고 정상과 중앙에 계주가 각각 장식되어 있다. 얼굴은 길쭉한 형태로 반쯤 뜨고 있는 눈과 눈두덩이를 도톰하게 처리하였다. 얼굴 표정이 일반적인 부처의 자비로운 모습과는 다르게 독특한 느낌을 준다. 

본존인 비로자나불상은 오른쪽 어깨를 살짝 덮은 우견편단의 옷을 입었으며 협시불은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다. 다리 사이에는 어깨에서 흘러내린 옷주름이 띠모양으로 넓게 퍼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비로자나불상은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고 왼손 둘째손가락만 살짝 구부려 맞댄 특이한 형태의 지권인을 하고 있다. 협시불은 각각 설법인을 하고 있는데 본존불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 손의 위치만 좌우가 바꿔 있다.

선운사 비로자나삼불상은 17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삼불의 구성이나 착의법 등에서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목조불상으로는 크기가 클 뿐 아니라 형태감도 장대하고 육중하여 조형적으로도 우수한 작품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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