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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경전의 결집(結集)

기자명 현진 스님

결집 ‘함께 노래된 것’ 의미, 범어 ‘상기띠’ 뜻옮김

구전은 인도문화 고유 전통
브라만 최고 경전인 ‘베다’도
브라흐만 가르침 구전 전승
가르침 그대로 전하려는 노력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모든 이가 슬픔에 젖었지만 마하가섭과 함께 유행을 떠났던 무리 가운데 나이 들어 출가한 수밧다는 “우리는 드디어 대사문으로부터 벗어났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고 경망한 발언에 내뱉게 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마하가섭의 주도로 부처님의 다비를 마친 후 바로 왕사성의 칠엽굴로 옮겨 500명의 비구들이 함께하는 제1차 결집이 단행되었다.

제1차 결집으로 율장과 경장이 갖춰지게 되었다. 마하가섭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계율이 제정되었는가?’를 물으면 우빠리가 이에 답한 것이 율(律)이요, 역시 마하가섭이 ‘부처님께서 어디서 누구에게 무엇을 설하셨는가?’를 물으면 아난이 이에 답한 것이 경(經)이다. 그리고 우빠리와 아난에 의해 답해진 것이 아라한들의 심의를 거친 후 참가자 전원이 합송함으로써 결집이 마무리 되었다. 결집(結集)은 범어 상기띠(saṁgīti, 함께[saṁ] 노래된 것[gīti])를 뜻옮긴 말이다.

그렇다면 부처님 입멸 후 곧바로 경장과 율장의 결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빠리와 아난의 개인적인 기억력에 의존한 것이라기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빠알리 니까야 경전들이 다소 과도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인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초기 경전에 속하는 ‘소나경(soṇa sutta)’에 소개된 다음의 내용을 통해 이해될 수 있는데, 이미 부처님 재세 시부터 경전의 체계화작업은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나(soṇa)는 부처님 당시 서인도 아완띠에서 전법활동을 하던 마하깟짜나 장로의 제자이다. 그는 수차례 출가의지를 피력한 끝에 어렵게 장로 밑으로 출가하여 열심히 수행하였는데, 얼마 후 장로의 허락을 얻어 사위성으로 가서 부처님을 직접 찾아뵐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부처님께선 아난으로 하여금 멀리서 온 손제자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토록 하였는데, 어느 날 새벽 부처님께선 자리를 함께 한 소나에게 그 동안 배운 법을 설해보도록 하자 소나는 주저하지 않고 긴 게송을 독송하였다고 한다. 이를 들은 부처님께선 자신의 가르침이 한 곳도 틀리지 않은 채 그대로 암송되는 것을 듣고는 대단히 기뻐했다고 하는데, 그 게송이 초기 경전에 속하며 지금도 전하는 ‘숫따니빠따’의 제4장 ‘앗타까악가’ 부분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선 35세에 깨달음을 이루시고 80세 입멸하시기까지 45년간 설법과 교화활동을 펼치셨는데, 그 가운데 후반기인 50세 후반부터 24년 동안 싀라바스티의 기원정사 한 지역에 머무시며 중부와 상응부 경전의 절반 이상을 설하시고 또한 설하신 법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셨다고 한다. 20여년이 넘는 이러한 체계화의 큰 초석이 있었기에 소나 같은 손제자가 있을 수 있었고, 당신의 입멸 겨우 두 달 뒤에 가진 1차 합송은 별다른 무리 없이 7개월 만에 무난히 회향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전의 결집이 문자를 통한 기록물에 의해서가 아닌 구전(口傳)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불교경전이 문자로 기록된 것은 불멸 후 수백 년이 지난 서력기원전 1세기경에 스리랑카에서 빠알리어로 된 니까야가 최초이며, 1~2세기경엔 간다라 지역에서 혼성범어로 된 필사본이 그 뒤를 이을 정도이다.

인도문화의 구전 전통은 불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불교 이전의 브라만교에서 절대존재로 여기는 브라흐만의 고귀한 가르침을 인간 가운데 성인인 르시(ṛṣi)가 이를 알아듣고 기억한 것을 구전으로 전승해온 것이 바로 브라만 최고의 경전이 베다(veda)이다. 아직까지 문자가 없거나 필기구가 없거나 종이류가 없어서가 아닌, 최고신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불교에서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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