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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집돼지와 산돼지

기자명 고용석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산돼지 수십세대 집에 살아도 
송곳니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집돼지 산에 살면 송곳니 솟아
성장환경, 몸·마음 균형에 도움  

워싱턴 주립대학의 루 박사는 어린이들이 유기인산계 농약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보고서를 읽고 유기인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루 박사는 1998년 부모들의 도움으로 2~5세 어린이 110명의 소변샘플을 채취해 본 결과, 예상대로 소변에서 농약대사산물이 검출되었다. 물론 수치가 허용치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미량이라도 365일 축적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독 한 어린이만 샘플을 채취한 6월과 11월 모두 독성물질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답은 부모가 오직 유기농산물만 먹였기 때문이다. 의문점이 스쳐 지나간다. 농약대사산물의 불검출이 오직 유기농산물 때문일까, 혹 아이의 생물학적 특이성은 아닐까? 만약 유기농산물만을 섭취한다면 현재의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루 박사는 우선 유기농을 입에도 대지 않은 3~11세 사이의 어린이 20명을 뽑는다. 2주 동안 부모 도움으로 아침저녁으로 소변을 채취하도록 했다. 2주를 세 기간으로 나누어 처음과 마지막 5일은 흔히 먹던 음식을 먹고, 중간 기간에는 같은 식단인데 유기농으로 재료를 바꾸어 먹인다. 결과는 명확했다. 유기농으로 바꾼 첫날 저녁부터 유기농으로 먹는 기간 내내 농약잔류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평소에 먹던 음식을 먹자마자 농약잔류물이 다시 검출되었다. 결론은 유기농 식품을 먹으면 농업에 흔히 사용하는 유기인산계 농약에 대해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실험이 있다. 산돼지와 집돼지는 생김새가 너무나 다르다. 산돼지는 부리가 쑥 튀어나오고 송곳니가 밖으로 길게 솟구쳐 나와 있고 집돼지는 부리가 짧고 송곳니도 얌전히 들어가 있다. 그러나 집돼지와 산돼지의 유전자는 같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산돼지를 집에서 길러 보았지만 산돼지의 송곳니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수십 세대가 지나도록 이론처럼 송곳니가 들어간 집돼지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결국 과학자들은 실험을 포기하고 이번엔 반대로 해보았다. 집돼지를 산에다 갖다 놓고 길러 본 것이다. 처음 산으로 들어간 1세대 사이에서 2세대들이 태어났는데 그때에는 송곳니가 없었다. 그 2세대가 결혼을 해서 6~12개월 후에 3세대가 태어났는데 송곳니가 나기 시작하였고 4세대부터 더욱 확실한 모양의 송곳니가 나타났다.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이던 세포가 비정상으로 되기는 어렵고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만 비정상이던 세포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즉각적이거나 그리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럼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중국과 인도의 전통적인 의학적 견해에 따르면 우리 안에 생명의 지혜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지혜는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에너지를 공급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엽적이고 일시적인 과제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에너지가 막혀버리고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병이 난다.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식은 무의식과 관계하며 몸과 마음을 비워 막힘이 없게 하고 근원과의 원만한 연결을 돕는다. 대부분의 영적 전통이 채식을 기본옵션으로 하는 이유이다.

부처님은 우리의 본성이 자비와 평화임을, 만물의 연결됨을 설한다. 이는 적절한 조건만 있으면 인류의 도약이 어렵지 않음을 시사한다. 정상, 즉 내면으로 방향만 틀면 되기 때문이다. 오랜 습관의 힘이 제아무리 강한 듯해도 본성의 끌어당김은 더 강하고 가피는 무한하다. 빛이 오면 어둠은 사라진다. 사실 비정상은 본래 없다. 정상의 부재만 있을 뿐, 비정상은 정상에서 이탈한 것일 뿐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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