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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불교의 몇몇 숫자들

기자명 현진 스님

수명장수 내세운 칠성 신앙, 인도문화서 유래

인도서 숫자 7, 영원성 상징
부처님 탄생하자 일곱 걸음은
가르침 영원함 상징하는 것
숫자 5는 ‘모든 것’을 의미해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별이 국자 모양을 한 채 변함없이 한 자리에서 회전하는 북두칠성은 어느 한 민족이나 한 문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인도문화에도 중국문화에도, 심지어 중국문화권에 포함된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제각기 고유한 칠성신앙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칠성신앙의 근원을 인도문화로 보는 까닭은 북두칠성에서 기인한 일곱이란 숫자가 문화전반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인도문화이기 때문이다.

인도문화에서 숫자 일곱은 ‘영원성(永遠性)’을 상징하는데, 그 연원이 북쪽 하늘에서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영원히 회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북두칠성에 있다. 그래서 수명장수를 내세운 불교의 칠성신앙 이외에도 인도에서 ‘일곱’은 영원을 상징하는 몇몇 형태로 나타난다. 부처님께서 룸비니에서 나시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말씀하셨다는 것은 그 가르침이 영원함을 상징하는 것이며, 지금도 결혼식 때 신랑과 신부가 함께 예식장 중앙에 놓인 불[신으로서의 아그니(agni)]의 주위를 일곱 걸음을 걸음으로써 영원히 해로할 것을 약속하는 것 등이 있다.

범어로 다섯을 의미하는 빤짜(pañca)는 손을 활짝 펴다는 동사 빠쯔(√pac)에서 온 말이다. 그래서 다섯은 어떤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의미하는데, 손을 펼쳤을 때 손가락이 모두 다섯 개인 것에 기인한 듯하다.

녹야원에서 부처님의 첫 설법을 들은 다섯 비구는 비록 경전에 그 이름도 분명히 전하지만, 다섯 비구란 표현의 배경에는 부처님께서 카필라 성을 떠나 출가하셨을 때 함께 따라 나와서 같이 수행하던 모든 도반들이 녹야원에 모두 모였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리고 바라나시의 한 부호 상인의 아들로서 초기에 부처님께 귀의한 야사의 경우엔 50명이나 되는 그의 친구들도 그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출가하였다는데, 이 또한 10명 단위 정도였던 제법 많은 친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야사와 뜻을 같이했음을 일컫는 것이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전엔 머리를 틀어 얹고 불을 섬기며 고행을 했다하여 나발범지(螺髮梵志)로도 불렸던 마하가섭에겐 본디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부처님께 귀의할 때 500명이나 되는 그의 제자들도 함께 귀의하였다고 한다. 이때의 500이란 숫자 또한 수백 명 단위였던 많은 제자들이 한 명도 이탈자 없이 모두 다 마하가섭을 따라 부처님께 귀의한 것을 그리 표현한 것이라 간주하여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금강경’에서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운 칠보로 여래께 공양을 올리는 공덕보다 사구게송(四句偈頌) 한 수를 잘 익혀 남에게 일러주는 공덕이 훨씬 더 크다고 하였다. 인도의 문헌에서 네 구절로 된 게송이란 곧 내용이 완전히 갖추어진 하나의 글귀, 혹은 그러한 가르침을 가리킨다. 이는 중국에서 세 발 달린 솥이 안정적인 것에 기인하여 셋(3)을 안정됨과 완전함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니까 중국에 삼(三)이 있다면 인도에는 사(四)가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인도에서 사구(四句)게송이 아닌 삼구(三句)게송은 결핍과 불완전의 대명사처럼 간주된다.

수학이 발달한 인도답게 10진법의 개념에 기반하여 열(10)은 충만과 완성을 의미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동시에 죽음을 가리킨다고도 여기는 것은, 완전한 상태로의 전환인 해탈이나 열반이란 개념이 보편적으로 죽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에는 숫자 10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을 선물할 때 10개 단위는 피해야 하는데, 그래서 12개 단위의 포장이 생겼다고 한다.

어떤 문화에서건 숫자가 지니는 의미도 고정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저런 까닭으로 그렇게 약속되어 있기에 서로 간에 그렇게 여길 뿐.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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