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1998년 조계종 사태
120. 1998년 조계종 사태
  • 이병두
  • 승인 2019.11.25 15:38
  • 호수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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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으로 마무리된 불명예 역사

총무원장 3선 시비에서 발단
폭력사태, CNN 통해 세계로
법원판결 일단락 속 갈등지속
불행한 폭력사태 재현 말아야
1998년 12월23일 총무원 청사 안으로 진입하려던 경찰이 격렬하게 버티고 있는 정화개혁회의 세력을 끌어내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1998년 12월23일 총무원 청사 안으로 진입하려던 경찰이 격렬하게 버티고 있는 정화개혁회의 세력을 끌어내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1998년 가을,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시끄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10월14일 당시 총무원장 월주 스님을 후보로 내세우는 ‘추대위원회’가 발족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10월27일에는 원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종정 월하 스님이 “총무원장 3선 부당 … 종도들은 제2의 정화불사라는 마음으로 종단을 바로잡기 바란다”는 교시를 발표하면서 곧 터질 것 같던 화약더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주게 되었다.

월주 스님 반대 세력은 월주 스님의 입후보가 ‘3선 중임 금지조항에 어긋난다’며 종정교시 봉대를 명분으로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연 뒤 총무원 청사를 점거하였고, 그 뒤 종단의 여러 세력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와 폭력사태가 이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 폭력사태가 국내외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특히 미국의 CNN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이 상황을 중계하면서 한국불교는 씻기 어려운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결국 월주 스님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그 뒤로도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월주 스님을 반대하며 ‘정화’를 명분으로 총무원 청사를 장악한 이른바 정화개혁회의 쪽뿐 아니라 청사에서 밀려난 총무원과 중앙종회, 여기에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이 나서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였지만, 진심으로 종단과 불교의 앞날을 걱정하기보다는 각기 주도권을 잡아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마무리 지으려 이합집산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불교 집안 내부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세속의 법원과 정치권력에 의존해온 지난 수십년간의 악습이 너무 깊이 새겨져 있어서, 사태 발생 한달 반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 불행한 사태는 1998년 12월23일 결국 법원의 판결문을 앞세운 경찰력 투입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방식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사진은 이날 청사 안으로 진입하려던 경찰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안에서 버티고 있는 정회개혁회의 세력을 끌어내기 위해 총무원 청사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는 장면이다. 필자도 당시 정화개혁회의가 내세운 명분이나 그들의 청사 점거 방식 등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청사 안에서 던진 돌팔매에 머리를 맞은 경험도 있었지만 ‘다시는 이런 불행하고 창피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었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한 사태 해결이라는 부끄러운 역사가 1998년 12월 말에 끝나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데에 조계종의 슬픔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 뒤 고산 스님이 총무원장이 되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또 다시 “물러나라!”는 세력이 등장해 총무원 청사와 조계사 주변에 긴장이 감돌고, 조직폭력배까지 사태에 끼어드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했던 것이다.

1998년과 1999년 사태뒤로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 뒤로 몽둥이를 들거나 돌팔매를 던지는 폭력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위안을 삼게 되지만, 이런 정도에 안심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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