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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유식학파의 삼성설 (끝)

유식학파 대표 교설로 인식과 존재, 수행론 중층적 결합

삼성설은 반야경의 공사상을
독특한 진리관에 입각해 계승
3유의 존재 방식이 성립배경
‘유가론’ 등 여러 경론에 기술

유가행파는 유식학파 혹은 유가행유식학파로도 불리며, 중관학파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학파를 형성한다. 일반적으로 유식사상(唯識)이란 우리들이 경험하는 이 세계는 단지 마음의 표상에 지나지 않고, 외계의 사물은 마음의 표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유식사상은 무착(無着)과 그의 동생인 세친(世親)에 의해 약 4~5세기 무렵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을 근거로 하여 ‘중변분별론’ 등의 미륵의 논서와 ‘섭대승론’, 그리고 ‘유식20론’이나 ‘유식30송’ 등에 의해 사상적으로 체계화된 것이다.
 
사실 유식의 개념은 ‘해심밀경 분별유가품’에서 ‘삼매와 관’을 행할 때 나타나는 영상은 마음과 다를 바 없다’라는 기술에서 확인되듯이, 유가행의 실천적 체험에 근거하여 성립된 것이다. ‘해심밀경(解深密經)’은 말 그대로 불교교법의 심오한 뜻을 해석한 경이라는 뜻으로 ‘반야경’에서는 다만 5온․12처․18계 등의 일체의 모든 존재가 공이라는 사실만을 밝혔을 뿐 그것의 궁극적인 취지를 드러내지 못하였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완전하게 밝히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유식학파는 승의적으로는 중관학파와 더불어 ‘반야경’의 ‘공성(空性)’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세속적으로는 ‘오직 식만이 존재한다(唯識)’라는 사상적 입장을 취한다. 이 학파는 삼성설이 교리적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의타기성과 등치되는 허망분별, 즉 알라야식을 중심으로 마음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의 분석과 해명을 통해 잡염과 청정의 두 길로 전환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명한다. 이러한 삼성설은 나중에는 지관수행의 실천을 통해 미혹에서 깨달음으로 전환되는 전미개오(轉迷開悟)의 구조나 보살도의 실천체계를 교리적으로 통합한다. 

이런 점에서 유식학파의 가강 대표적인 교설은 인식과 존재, 그리고 수행론적인 맥락이 중층적으로 결합된 삼성설로 볼 수 있다. 사실 삼성설은 ‘반야경’의 공사상을 자신의 독특한 진리관에 입각하여 계승한 유식학파의 이제설의 구조를 그 기원으로 한다. 즉 삼성설은 가설의 기체나 의지처를 중시하는 유식학파의 이제설에서 제시한 3유(有)의 존재방식에서 그 성립배경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삼성설은 ‘해심밀경’이나 ‘유가론’ 등 여러 경론에서 다양하게 기술되어 있고, 텍스트에 따라서 설명방식이나 표현의 차이를 보이는 점에서 그 사상적 변천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유식학파의 유식사상은 7세기에 당나라의 현장(602-664)이 구법여행을 마치고 인도에서 돌아온 후, 그에 의한 ‘유가사지론’ 등의 유식관련 경론들에 관련한 주요번역들과 ‘성유식론’ 등의 저술 등을 통해 중국에 체계적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장의 제자인 자은대사(632~682)는 현장의 사상을 계승하여 법상종을 조직한다. 이러한 유식사상은 구사학과 더불어 불교의 교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토대와 철학적 기반을 제공함과 더불어 8식의 체계를 통한 심층적인 불교심리학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상으로 필자는 초기불교의 주요 교리에서 아비다르마를 거쳐 중관과 유식사상에 이르기까지 인도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를 중심으로 명상심리적인 관점에서 간략하게 스케치하였다. 하지만 간혹 너무 교리적으로 치우친 감이 들어 다소 아쉽게 생각된다. 필자가 여러모로 부족함에도 2년여에 걸쳐 마지막까지 격려해주신 법보신문의 관계자 여러분과 애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기해년도 어김없이 저물어간다. 부처님의 인연공덕으로 모두 행복하길 바라고 싶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 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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