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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외딴 곳에 방치된 채 잊혀진 석조비로자나불상들(끝)

기자명 이숙희

전국 곳곳 노천에 방치된 많은 불상
제자리 돌아가 예배·신앙 대상 돼야

낮은 언덕·학교·시골 마을회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상 발견
불상 신체훼손 막중한 죄 해당
방치·버려둔 행위 역시 같은 죄

사진1. 축서사 석조비로자나불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80㎝.

경상북도 봉화 축서사 적묵당 앞에 세워진 삼층석탑 뒤편으로 낮은 언덕 위에 석조비로자나불좌상 1구가 놓여 있다(사진 1). 언뜻 봐서는 불상이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하는 곳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오랜 세월 탓으로 마멸이 진행되어 세부표현이 뚜렷하지 않지만 의외로 예스러움이 엿보인다. 불상의 대좌와 광배는 이미 없어졌고 불신만 남아 있는데 머리는 근래에 새로 만들어 올려놓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좁은 어깨와 빈약한 가슴으로 양감이 줄어들었지만 착의법이나 옷주름 표현, 손의 형태 등에서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특징이 보인다. 양 어깨에 걸친 옷은 두 팔을 거쳐 다리 위에까지 내려와 있는데 옷주름은 일정한 간격을 둔 형식적인 띠주름으로 표현되었으며 다리 위에서 반원형을 이루며 늘어져 있다. 이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축서사 보광전에 봉안된 867년경의 석조비로자나불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2. 울산 발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66㎝.

울산 울주군 언양초등학교 교정에도 석조비로자나불상 1구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사진 2). 원래 울주시 온양읍 발리에 있었던 절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불상의 머리와 손이 완전히 결실된 상태이다. 이 절터는 이전에 9층 석탑이 있었다고 하여 일명 ‘구리탑지(九里塔址)’라고도 하나 지금은 과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전반적으로 훼손과 마멸이 심하여 세부표현을 알아보기 어렵다. 다만 각이 진 어깨와 양감이 없는 밋밋한 가슴, 두 다리의 표현, 그리고 네모난 신체의 모습 등에서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양쪽 어깨를 덮은 옷을 입고 있으며 가슴 위로 띠 매듭이 표현된 것만 겨우 확인된다. 두 손도 팔의 위치로 보아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려놓은 지권인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경상북도 포항시 서정리 절터에서 발견된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현재 서정 1리 마을회관 앞에 놓여 있다. 원래 서정리 절터는 천령산 남동쪽 능선의 서쪽 아래 일대로 추정되며 절 이름은 ‘아방사지’라고 전해지나 확실하지 않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역시 광배와 대좌 모두 결실되었고 머리도 심하게 훼손되었다. 얼굴은 전혀 알아볼 수 없으며 목에는 머리와 몸체를 이어붙인 시멘트가 두껍게 남아 있다. 신체는 어깨와 다리의 폭이 거의 같아 네모난 형태를 하고 있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으며, 앞면과 뒷면에는 옷주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형식적으로 표현되었다. 이 불상은 신체 모습이나 옷주름 표현 등에서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경상도 지역에서 조성된 9세기경의 비로자나불상과 공통된 특징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에는 노천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불상들이 많다. 한때는 사찰에 봉안돼 있었던 불상들이지만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채 잊혀져 버린 것 같다. 예부터 불상의 신체를 훼손만 해도 막중한 죄에 해당된다고 했는데 이렇듯 불상을 방치하고 버려두는 행위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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